[팜뉴스=김민건 기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질환이지만 현재 과학기술로 극복할 수 없는 난치병이 알츠하이머 치매다. 뇌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이거나 타우 단백질이 과하게 생성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이 질환을 넘어설 치료제가 아직은 없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되돌릴 수 없다. 증상 발생 10년 전부터 서서히 뇌 기능을 퇴행시키면서 치매와 건망증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는 모든 치매 질환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첫 증상 발병 이후 평균 생존기간은 12.6년이며 첫 진단부터는 9.6년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알츠하이머 치매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2.5배 늘었고 2019년 국내 사망 원인 7위를 기록했다. 

높은 사망 원인에는 치매가 폐색전증이나 영양결핍, 감염 등 여러 질환을 동반해 합병증을 일으키는 이유도 있다. 치매 말기 환자일수록 신체 활동이 줄면서 면역 기능이 떨어지기에 알츠하이머병은 고령 환자 사망률을 최대 6배까지 높이는 심각한 사회적 질환이 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고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약물 치료는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질병 악화를 늦출 수 있다.

김재겸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앙치매센터 집계에 따르면 현재 치매 환자 수는 약 8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며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약 800만 명임을 고려하면 치매 유병률은 10%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노인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2050년 국내 65세 고령 인구는 약 1700만 명, 치매 환자는 약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김재겸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김재겸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팜뉴스는 최근 김재겸 교수를 만났다. 완치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환경에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누고 환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들었다.

▶치매 치료제 개발이 화두다. 현재 의료계에서 보는 최선의 치료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치매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전부다. 치매로 진단하면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 진행을 늦추려고 하며 환자가 가진 인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현재 생활을 오래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1차 목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다. 치매로 진행되지 않도록 위험인자 관리와 같은 예방적 조치를 우선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경도인지장애 진행을 늦춘 효과가 확인된 일부 연구결과가 있지만 의료진 판단에 따르고 있다. 다만, 치매 진행 위험이 높은 경우 약물 치료를 조금 일찍 시작하기도 한다.

국내 치매 환자 유병기간은 집단마다 다르게 보고되나 치매 증상 발생 후 약 12년, 치매 진단 이후 약 9년 정도로 본다. 첫 진단을 받은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는 약 10년 정도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과 간호간병이 발전하면서 치매 환자 기대 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약물 치료는 언제 시작하는 게 가장 효과가 좋으며 어느 정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초기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환자의 잔존 기능 보존에 있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퇴행성 질환에 의한 치매 진단을 받았다면 빠른 약물치료가 좋다.

치매 약물 치료에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콜린에스테라아제 길항제인 도네페질,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 등이다. 약물 치료 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치매 증상 발현과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약물 치료는 무감동과 같은 신경행동증상 개선이나 일상생활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치매 약물 중 도네페질 성분을 가장 많이 처방하는 것으로 안다. 갈란타민, 리바스티그민과 작용 기전별로 차이가 있나. 처방 기준과 약물마다 치료 효과가 다른지도 궁금하다

"환자별로 약제를 처방하는 특별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환자 특성과 부작용 여부 등 환자 상태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 약물별 치료 효과는 큰 차이가 없으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콜린에스테라아제 길항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소화기장애다. 약제마다 환자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장 흔하게 처방하는 약물이 도네페질인데 도네페질은 치매 증상 치료제 중 가장 먼저 출시됐고 연구도 많이 진행된 약물이다. 현재 의료보험 기준에서 중증 치매로 진행 시 갈란타민과 리바스티그민 경구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약제 변경 가능성도 있어 도네페질을 많이 처방하는 것 같다. 

다만, 리바스티그민은 파킨슨병 치매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환자에게는 리바스티그민 처방을 선호한다. 

갈란타민은 도네페질과 유사한 기전이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서 신경전달물질 중 인지기능에 많이 관여하는 아세틸콜린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약물들은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리바스티그민은 아세틸콜린 수용체 뿐만 아니라 부티릴콜린 수용체에도 함께 작용해 앞의 두 가지와 좀더 차이가 있다."

▶알츠하이머는 대표적 치매 질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증상을 모르고 있다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고 증후군이다.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며 다양한 증상이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 중 60~70% 이상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인지 기능은 기억력만 있는 게 아니다. 언어 능력, 시공간 감각 등을 포함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는 초기에 나타나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해서 정확한 단어 대신 ‘이것’, ‘저것’ 등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은 유창성이 떨어지지 않기에 의사소통에 큰 지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계산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시공간 감각이 저하된 경우에 길을 헷갈릴 수도 있다. 전두엽 기능 손상으로 인한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경도인지장애, 건망증을 어떻게 구분하나

"어디까지가 건망증이고 병적인 증상인지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은 어렵다. 흔히 말하는 건망증 수준은 사소한 것을 잠시 깜빡했으나 이야기하면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지면 타인과 통화하거나 누군가 방문한 것 등 최근에 있었던 주요 사건을 잊어버린다. 단서를 주더라도 해당 사건을 떠올리지 못한다. 

사람마다 건망증과 치매 증상을 다르게 느낀다. 단순 건망증이라 생각했으나 병원에서 검사하면 인지 기능이 떨어져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나 일상생활능력은 유지하는 상태로 치매 전 단계에 해당한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초기 치매와 유사한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정도에 차이가 있고 치매로 이행할 확률이 정상인 대비 높다. 경도인지장애에서도 치매와 유사하게 인지기능검사와 뇌영상검사 등을 시행하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뭔가

"치매는 증상이 나타나기 약 10~20년 전부터 신경세포가 손상돼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이다. 뇌에서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발병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뇌 조직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녹아서 없어지지 않고 플라크 형태로 쌓이는 것과 타우 단백질이 과인산화되면서 형성되는 신경원섬유매듭이 특징적인 병변으로 관찰된다. 

이 외에 혈관성 치매가 약 10~15%, 파킨슨병 치매가 약 10% 정도를 각각 차지하고 여러 가지 치매가 섞여서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 등이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치매를 의미하며 뇌졸중이 여러 번 반복해 생기는 다발경색 치매, 피질하에 발생하는 뇌허혈이나 뇌출혈 등 피질하혈관성 치매 등도 있다. 뇌 특정 부위에 뇌경색이 생겨서 치매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치매 환자 중에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공존하는 경우도 흔하다."

▶치매는 고령 환자 사망률을 높이기도 한다

"치매 자체로 사망하기보다 치매로 인해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기능 쇠퇴 등에서 비롯된 순환기계나 호흡기계 질환이 주 사망 원인이다. 치매가 악화할수록 활동이 적어지고 침상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 가운데 폐렴 등 합병증이 흔히 나타난다.

동반 질환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우울감, 불안, 감정이 무뎌지고 의욕이 사라지는 무감동과 같은 증상도 흔히 나타난다. 우울감은 나이가 들고 거동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치매 초기에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공격성, 배회, 망상과 같은 증상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신경행동증상이라고 한다. 치료를 어렵게 하고 보호자를 힘들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치매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환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나 제도가 있나

"치매 관련 지원 정책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제도 중 하나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과거에는 거동이 어려운 분들에게만 국한됐으나 지금은 중증 치매 환자도 적용 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조기검진과 진단 후 협약 병원 연계 등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치매 진단 이후에는 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소득 수준에 따라 월별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환자 1:1 사례 관리, 위생용품 등 조호물품 제공, 인지 훈련 프로그램, 환자 가족 간 자조모임 등 지역사회 내 환자와 환자 가족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독거 치매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마저 고령인 경우 질환 관리가 어려운 사례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도 더욱 노력해 소외되는 환자 없이 치료와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갖춰지면 좋겠다.

꾸준한 약물 치료와 인지 자극, 활발한 사회 활동은 치매 진행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의료진 노력과 환자, 가족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질환 진행은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잘 치료 받고 즐겁게 생활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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