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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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왜 부당하고 불합리한지 밝힐 계획입니다."

오늘(9일) 오후 2시30분부터 원주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예정된 한국건선협회의 중증 건선 산정특례 정상화 기자회견에 앞서 김성기 대표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달로 5년 차를 맞은 중증건선 산정특례 제도의 환자 재등록에 앞서 신규 환자 등록과 재등록 문제의 불합리함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중증 건선은 보험급여 기준보다 산정특례가 훨씬 엄격한데 이는 다른 면역계 질환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특히 어렵게 산정특례를 받아도 5년 마다 재등록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잘 사용하던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오늘 한낮 최고 온도는 30도까지 올라간다. 6월에 퇴약볕에도 중증 건선 환자들이 건보공단 앞에 나선 이유는 절실해서다.

◆건선, 단순 피부 질환 아닌 '중증 면역계 질환'인데도...

건선은 단순 피부 질환이 아니다. 중증면역계 질환이다. 대한건선학회는 "수영장이나 미용실, 헬스장 등 공공장소 출입에 직·간접적 제약을 받는다"며 일상생활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준다며 심각성을 밝혔다.

실제 2019년 11월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국내 건선 환자는 16만 명으로 중증 환자가 20%(약 3만 명)였다. 사회 생활이 활발한 20대에서 가장 많이 생겨 적지 않은 장애를 주고 있다. 여기에 건선으로 발생하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합병증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대한건선학회 보고가 꾸준하다.

만성 난치성 피부 질환인 건선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 활성화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T세포 활성화는 피부의 각질 증식에 영향을 미친다. T세포 활성화로 여러 면역 물질이 동시에 분비돼 피부 각질형성 세포를 자극한다. 이렇게 증식한 각질형성 세포는 비듬 같은 비정상적 각질을 빠르게 만들어 층층이 만든다. 무릎, 팔 등 전신 피부에 이러한 각질이 쌓여 건선이 된다.

건선 환자의 80~90%가 불분명한 붉은 색 형태로 은백색 비늘이 피부를 덮는 판상건선(Plague psoriasis)을 진단 받는다. 전신 피부 면적을 100%로 볼 때 건선 피부 총면적을 계산해 그 정도를  경증(전신 피부 면적 10% 미만), 중등증(10% 이상), 중증(30% 이상)으로 판단한다. 

건선 질환(자료: 대한건선학회)
건선 질환(자료: 대한건선학회)

 

◆산정특례 '좁은 문' 전시행정, 혜택은 2만명 중 4000명만

김 대표는 현재 중증 건선 산정특례를 받기 위한 치료 과정은 사실상 회사를 퇴사해야만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면역질환과 다른 기준 때문이다. 엄격한 등록 절차로 인해 많은 환자에게는 '전시행정'이나 다름없다. 의료 현장에 의사들도 "가혹하고 불합리하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중증 건선 환자는 6개월 동안 치료 경과를 지켜봐야 하고 특히 3개월간 광선(자외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의원급 병원에서는 점점 없어지는 추세"라며 "광선 치료를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1주일에 3회씩 3개월을 다니며 매번 반나절을 포기해야 하는 건 퇴사하라는 얘기와 같다"며 비현실적인 치료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건선은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진 사회적 질환이지만 산정특례 과정에서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잘못된 정책이 건선 환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산정특례제도는 진료비 본인부담이 높은 암이나 뇌혈관·심장·희귀·중증난치질환·결핵·중증화상·중증외상·중증치매 등을 앓는 환자에게 본인부담률을 0~10%까지 줄여주는 제도다. 급여가 적용되는 100만원 치료제에 산정특례 10%가 적용되면 10만원에 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건선 치료로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이는 생물학적제제 치료제는 1회 투약 비용이 100~200만원에 달한다. 건선 환자는 생물학적제제 치료 시 연간 최대 10회씩 평생 맞아야 한다. 중증 산정특례를 받으면 환자 부담은 10분의 1까지 줄어든다. 

문제는 2017년 6월 건선 산정특례가 적용됐지만 중증 환자로 문을 좁혔다. 만성 난치성 질환인 건선에 맞지 않는 기준이다. 결국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이 대폭 줄었다. 현재 중증 건선 등록환자는 4500명에 불과하다.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유일한 창구가 산정특례지만 까다로운 절차는 다른 면역계 질환과 형평성 문제를 부르고 있다. 크론병, 류마티스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궤양성 대장염 등 면역질환은 중증 건선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생물학적제제를 치료제로 사용한다. 이들 치료제도 고가의 생물학적제제로 보험이 적용되고, 산정특례와 기준이 같다. 

중증 건선 산정특례만 보험 급여와 기준이 다르다. 건선은 2016년 1월 메토트렉세이트(MTX)나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약물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그 기준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증 만성 판상건선 환자로 건선지역심각도지수((Psoriasis Area Severity Index, PASI) 10 이상이고 MTX나 사이클로스포린, 자외선(광화학요법) 치료법 중 1개만 실패해도 급여를 인정하는 조건이었다.

이에 반해 산정특례는 MTX·사이클로스포린(치료 3개월)과 광화학요법(3개얼) 모두 실패해야 적용된다.

중증 건선 산정특례 신규 등록 기준은 ▲MTX 또는 사이클로스포린 3개월 이상 치료 ▲PUVA 또는 UVB 등 3개월 이상 광선치료 ▲건선 병변이 전체 피부 면적 10% 이상 ▲PASI 점수 10점 이상 등으로 보험급여 확대 방향과 맞지 않다.

중증 건선 산정특례 불평등은 올해 산정특례 등록을 시작한 중증 아토피 피부염과 비교해 더욱 차별된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올해부터 시작했음에도 생물학적제제 보험급여 기준과 산정특례가 동일해 건선보다 등록이 수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이 적용되는 중증 건선 환자도 산정특례를 받지 못하고 본인부담금 60%를 감당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잘 치료하고 있는데 중단하고 상태 악화해야 재등록?

그 다음으로 큰 문제가 산정특례 재등록을 위한 치료 중단이다. 

중증 건선은 면역계 질환으로 아직 완치제가 없다. 지속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기에 생물학적 제제로 받는 치료 지속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산정 특례는 매 5년 마다 재등록해야 한다. 문제는 중증 건선은 다른 면역계 질환과 달리 재등록 1년 전에 생물학적제제 치료를 중단한 뒤 앞서 실패했던 치료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 기준은 산정특례 만료 1년 전에 MTX나 사이클로스포린 등 약물요법과 광선치료 등을 3개월 이상 받아 체표면적 5%이상, PASI 점수 5점 이상 임상소견 보이는 경우에만 재등록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앞서 사용하던 치료제가 효과가 없어서 최종적으로 생물제제를 사용한 것이며 그나마도 완치제가 아니다"며 "만성질환에다 비전염성 질환이기에 평생 관리해야 함에도 약을 중단했다 상태가 나빠지면 재등록을 해준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생물학적제제가 주사제로 면역을 조절하는 것이기에 지속 시간이 있다"며 "건선 질환은 시간이 흐르면 반드시 재발한다는 의학적 규명이 다 돼있음에도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는 불합리함이 있다"고 격분했다. 김 대표는 "다른 면역질환제는 병원 진료 현장에 의사 판단에 맡기는 반면 건선 질환은 엄격한 제재에 막혀 있다"고 했다.

한국건선협회는 일반 상병과 달리 중증 상병을 처음으로 만든 것이 '건선 질환'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만드는 데 "10년이나 걸렸다"고 김 대표는 간절히 전했다. 2020년 중증 아토피 보험 급여에 이어 올해 빠르게 산정특례 급여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건선협회 노력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김 대표는 "건보공단에서는 항상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기에 건선 환자가 혜택을 많이 본다는 자세를 취한다"며 "그러나 건보공단이 논의할 게 아니라 이용자중심 협의체나 기재부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우리도 건보료라는 정당한 세금과 보험료를 내는 이용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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