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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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최선재 기자] 질병관리청이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증상 발현 시점을 엉터리로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팜뉴스 취재진의 공식 문제제기에도 질병관리청은 ‘궤변’에 가까운 해명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 사연을 단독으로 전한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신고된 이상반응에 대해 인과관계 여부를 조사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13차에 걸쳐 예방접종피해조사반 회의가 진행됐다. 이곳에서 백신과 이상반응 과의 관계를 조사하고 인과성이 불충분한 사례에 대해서는 최대 1000만원의 의료비 지원 여부도 결정된다. 

문제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최근 인과성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엉뚱하게 판단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지난달 31일 김근하 씨(AZ 백신 접종 이후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사례)에게 전달한 “제12차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심의결과”라는 제목의 공문 내용에 따르면 질병청이 김 씨의 재생불량성빈혈 진단 시점을 잘못 판단한 정황이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공문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3일 후 잇몸 출혈이 있어 의료기관 방문, 특발성 재생불량성빈혈 진단받은 사례로 증상 발생 시기가 너무 빠르고, 기타 요인에 대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코로나19 백신과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팜뉴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김 씨의 재생불량성빈혈 최초 진단일은 3월 23일이다. A 씨가 강릉 D 병원에 요청한 요양급여의뢰서를 살펴보면 상병명에 “예방접종에 따른 발진”이라고 쓰여있다. 

환자 상태는 aplastic anemia(재생불량성빈혈)로 ‘진료 의뢰 드린다“고 명시됐다. 김 씨는 23일 이전까지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위한 피검사를 한번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3일 만에 김 씨가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 받았다고 명시한 것. 
 

김근하 씨가 받은 질병관리청 공문 사진
김근하 씨가 받은 질병관리청 공문 사진

이는 질병관리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과의 인과성을 부정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했다. 질병관리청이 “증상 발생 시기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을 내린 원인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이 김 씨의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 시일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증상 발생일을 무려 약 17일 당긴 셈이다. 

의료계에서 질병관리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까닭이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 심사위원은 “백신에 의한 부작용 심의할 때는 팩트에 기초해서 심의해야 하는데 질병관리청이 환자의 실제 진료기록과 맞지 않는 해석을 하고 있다”며 “그것을 토대로 마치 백신은 전혀 영향을 안준것처럼 판단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생불량성빈혈에 대한 인과관계 평가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혈액내과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더욱 큰 문제는 질병관리청이 팜뉴스의 공식적인 문제제기에도 답변을 회피했다는 점이다. 

“재생불량성 빈혈 증상 발현 시점이 틀리다”는 취재진의 지적에 대해 질병관리청 이상반응관리팀은 2일 “특정 개인의 의무기록과 조사 결과가 포함된 내용을 상세히 설명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며 “인과성 평가는 특정 질환이 백신으로 유발되었을 가능성과 다른 요인으로 인해 유발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알려진 근거,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이어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간의 시간적 개연성에 대한 문의로 이해되며 그러한 요인을 포함해서 백신 접종 후 알려진 이상반응인지, 다른 요인은 없는지도 함께 평가한다” “또한 해당 진단명과 관련된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시간적 개연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질병관리청이 해당 환자에 대한 사례 언급이 아닌 시간적 개연성에 대한 평가의 통상적인 기준만을 나열한 것이다. ‘평가한다’는 단어만 반복할 뿐, 팜뉴스 취재진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사안과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해명을 늘어놓은 것이 질병관리청의 해명이다. 

팜뉴스 측은 3일과 4일 이틀에 걸쳐 질병관리청 이상반응 관리팀에 수차례 답변을 요청했으나 질병관리청 측은 “추가 답변은 없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의 무성의한 태도로 김 씨는 더욱 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 씨는 “백번 양보해서 관련성이 진짜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런데 무수히 많은 의혹이 있는데도 질병관리청은 저의 질환의 시간적 개연성 관련 평가에 대해 이상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저는 백신 맞고 3일 이후 잇몸 출혈이 생겼다. 재생불량성 빈혈을 진단 받은 것이 아니다. 사실을 왜 호도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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