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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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최선재 기자] 첫 의사는 오십견이라고 했고, 두 번째 의사는 염좌라고 했다. 총 20만원을 들였지만 남은 건 의문과 통증이었다. 통증이 날 때마다 질문이 떠올랐다. "20만원이나 쓰고 3주가 지났는데 왜 의료서비스는 만족스럽지 않은 걸까."

두 번째 정형외과 의사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 의사는 프롤로(염증 등이 발생한 조직에 증식제를 투여하는 주사)를 맞은 이후 일주일 뒤에 오라고 했지만 통증을 견딜 수 없어 5일만에 다시 찾았다. 

병원의 풍경이 들어왔다. 커다란 TV 화면을 통해 웃는 모습으로 출연한 의사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MC들의 질문에 통증 치료에 대한 방법을 자신 있게 설명하는 장면이었다. “이분이 흔히 말하는 ‘쇼닥터’면 어쩌지”라고 혼잣말을 했지만 진료 한 번으로 섣불리 의사의 실력을 판단할 수 없었다.

“프롤로 맞은 이후에 좀 어때요?”

의사의 첫 질문이었다. 통증이 여전하다는 대답에 의사는 “프롤로를 맞은 이후 일주일이 안 됐으니, 오늘은 체외 충격파 치료를 해볼게요”라고 답했다. 그 순간 “16만원을 내고 주사를 맞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항의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할 수 없었다. 

병원 진료실에 들어면 의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기 어려운 것은 보통이다. 어차피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의사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 그 피해가 당장 나한테 미칠 것 같았다.

#충격파 치료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원래 이렇게 주사를 맞아도 나아지지 않나요”라는 질문으로 공손하게 물었던 이유다. 의사는 
추가 질문을 더 이상 받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원래 한 번에 낫기가 어렵습니다. 자주 오셔야 돼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체외 충격파 치료가 무엇인지, 몇 번을 맞아야 증상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번에도 없었다. 

“처치실에서 웃옷을 벗고 대기하고 있으라”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지실 의자에 앉아 웃옷을 벗으니 간호사가 “집중 충격파 치료이기 때문에 5분이면 끝난다”며 왼쪽 어깨에 둥글고 넓적한 모양의 체외 충격파 기기를 댔다. 이전에 받아본 체외 충격파 시간에 비해 상당히 짧은 시간이라서 의아했다.

“11만 4360원 나왔습니다. 할부로 하시겠어요?”

체외 충격파 치료를 마친 이후 진료비 액수를 들었을 때,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체외 충격파가 비급여 치료인 줄 알았지만 10만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프롤로 치료 때는 16만원, 체외충격파는 11만원, 합쳐서 27만원의 비용을 냈지만 의사나 간호사, 그 누구도진료 과정에서  대략적인 비용을 알려주지 않았다. 

물론 실비 보험이란 안전망도 있었다. 진료비영수증, 환자보관용 처방전, 세부내역서를 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하지만 프롤로 치료가 이미 효과가 없었던 데다 처방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는 의사의 태도 때문에 비용이 더욱 비싸게 느껴졌다. 찝찝한 기분으로 또 다시 병원 문 밖을 나온 것이다. 

#통증은 분노를 만들어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렀지만 차도는 없었다. 분노가 올라왔다. 내가 분노한 이유는 빙판길에 넘어진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통증은 전혀 나아지지 않아서다. 병원비로만 수십만 원이 깨졌지만 이제는 통증보다 비싼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았는데도 명확한 진단명조차 알 수 없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몸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통증은 분노를 만들었다.

문제는 ‘의료 쇼핑’ 그 단어가 주는 불쾌감 때문에 또 다시 다른 병원을 갈 수도 없었다는 점이다. 의사가 아니었다면 27만원을 내놓으라고 당장이라도 따졌을 것인데, 왠지 모르게 흰가운 앞에서 “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서 내 자신은 작아졌다. 

의사 진료가 명백하게 잘못됐다는 근거를 찾을 수도 없어 더욱 스트레스를 느꼈다. 의사의 태도가 불편해도 항의하지 못하고 진료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누락 됐을 때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진료비를 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웠다
 
하지만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다시 두 번째 의사를 찾아가든, 또 다른 의사를 찾아 다른 병원에 가서 통증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정답’이다. 

제3의 길도 있었다. 두 번째 의사를 찾아 상급종합병원 소견서를 써달라고 읍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료의뢰서’를 그 의사가 써줄 것 같지 않았다. 태도에서 받은 느낌이 그랬다. 자신의 치료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습관적으로 집 근처의 또 다른 병원을 검색했다. 이제는 통증으로부터 정말 벗어나고 싶었다. 포털 사이트의 리뷰와 지인 추천을 참고해서 10개 이상의 병원 리스트를 만들었다. 더는 시간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분노로 보낸 감정 소모에도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최기자의 어깨 통증 치료 후일담 3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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