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교수
(국립암센터)

[팜뉴스=김민건 기자] 26일 현재 제약업계와 의료 현장에선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T790M 내성 변이'가 생긴 환자의 2차 치료 뿐만 아니라 단순 EGFR 변이가 생긴 1차 치료에 사용 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적정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타그리소는 2018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 적응증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로서도 통계만이 아닌 실제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단순 사회적 요구가 높은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가 타그리소에 제기된 아시아인에서 생존기간의 이득(Survival benefit)이 임상적 의미가 있는지, 과연 비용-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글로벌 다국적사가 발표한 통계와 데이터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던져지기 시작했다. 통계적 수치 외에도 임상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분석이 선행됐느냐다.

그럼에도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1차 치료제 급여 확대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암질환심의위원회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타그리소 FLAURA China 임상' 데이터를 추가 제출했다. 

하지만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지 선택하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 결정적 조언을 하고, 미치는 영향이 큰 종양내과 의사는 FLAURA China 임상 결과에 "통계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폐암 치료 권위자로 꼽히는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가 타그리소 글로벌·중국 등 연구 데이터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해당 발언자는 폐암 치료 권위자인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다. 이 발언은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하고 싶은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는 최근 팜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타그리소가 폐암 치료에 '변곡점'을 찍을 정도로 역사적인 약"이라고 칭찬하면서도 1차 치료제로 사용 시 아시아인에서 임상적 가치를 담보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FLAURA 중국 임상 데이터를 국내 급여 확대 근거로 제출했다는 사실에 "어불성설이다. 2019년 10월 이후 달라진 임상연구 결과도 없는데 아스트라제네카가 몹시 급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타그리소 FLAURA China 임상, 과연 믿을 만 한가

지난 2월 15일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FLAURA China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rvival, PFS)과 2차 평가변수 중 주요 항목인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이 연장됐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는 지난 5일 표적 종양학(Targeted Oncology) 학술지 온라인에 게재됐다.

그러나 김 교수는 FLAURA China 임상은 연구 목적, OS 중앙값, 대조군 환자 균형 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해당 학술지의 IF가 4.03으로 낮다고 했다. FLAURA 글로벌 데이터가 발표된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이 74.699점인 것과 비교해 공신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FLAURA China 임상연구를 조목조목 분석했다.

먼저 FLAURA 임상 프로토콜(계획서)에 따르면 FLAURA 글로벌과 동시에 진행된 FLAURA China 연구는 탐색적 목적(Exploratory objective)으로 수행되었으며, 중국 FDA에 제출할 목적으로만 자료 분석을 하도록 디자인된  소규모 연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허가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한 것일 뿐 통계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임상의 중요 임상지표는 OS값이다. 타그리소 FLAURA China OS 중앙값은 33.1개월로 대조군 25.7개월 대비 전체 생존기간을 7.4개월 연장했으나 실질적 중요 지표인 OS 위험비(Hazard Ratio, HR)는 0.85로 유럽종양학회(ESMO) 기준인 0.7은 물론 미국임상종약학회(ASCO) 0.77~0.8 기준도 초과했다. 

여기에 95% 신뢰구간(CI)도 0.56~1.29로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하는 것은 통계적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즉, 생존기간의 이득이 통계적으로나 임상적으로도 의미 없다는 얘기다. 이는 타그리소를 투여하나 대조군 1세대 TKI 제제를 사용하나 차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김 교수는 "3년 생존율도 타그리소(38.6%)와 대조군(32.6%)이 6% 밖에 차이가 안 난다.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임상적 의미로 따지면 오히려 오리지널 글로벌 데이터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타그리소 FLAURA China 임상 OS 데이터

FLAURA China 임상의 미흡한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환자를 균형 있게 모집했느냐다. 이 부분은 뇌전이(CNS)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통상 CNS 전이 환자의 예후는 좋지 않다. FLAURA 글로벌 임상에서CNS 전이 환자의 분포는 타그리소(19%)와 대조군(23%) 모두 20% 전후로 유사했다. 아시아인 하위 그룹 분석에서도 타그리소(20%)와 대조군(21%)이 비슷했다. 일본 하위그룹 분석도 22%대 24%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FLAURA China 임상에서는 타그리소가 24%, 대조군이 32%로 큰 차이를 보였다. 김 교수는 "이 의미는 대조군 쪽이 예후가 더 나쁠 수 있어서 대조군 생존기간이 좀 더 짧게 나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CNS 전이와 관련한 지적은 더 있다. FLAURA 글로벌에서 대조군의 3분의 2가 이레사를, 3분의 1이 타쎄바를 복용했다. 아시아인 하위 그룹에서도 이레사(80%), 타쎄바(20%) 비율로 투여됐다. 이와 달리 FLAURA China 임상에서는 100% 이레사만 사용했다. 이레사는 1세대 EGFR-TKI로 CNS에 대한 치료 효과가 약하다. 결국 CNS 전이가 더 많은 대조군 성적이 안 좋게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타그리소 FLAURA China 임상 목적을 설명한 프로토콜

이런 분석을 종합한 김 교수는 "OS 데이터는 통계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특히 처음부터 탐색적 목적으로 중국 FDA에 제출을 위해 진행한 가교임상연구(Bridging study)를 가지고 통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더욱이 분석한 자료도 FLAURA 글로벌 연구에 비해 통계적 의미도 열등하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실제 임상적 의미가 없다면?

김 교수는 EGFR 표적치료제 역사에 있어 큰 변화가 세 번이라고 꼽았다. 2003년 첫 표적항암제 이레사 허가, 2015년 FDA 타그리소 2차 요법 허가, 2018년 FDA 타그리소 1차요법 허가다. 그만큼 타그리소가 폐암 치료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거 4기 폐암이며 화학요법으로 1년 살았던 환자가 이레사로 2년 생존이 가능했고, 타그리소로 3년 이상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018년 아스트라제네카가 NEJM에 발표했던 FLAURA 글로벌의 PFS 데이터는 항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당시 타그리소의 PFS는 18.9개월로, 기존 1·2세대 TKI 치료제(게피티닙, 엘로티닙)의 10개월 대비 9개월이나 연장했다. HR도 0.46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를 냈다.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전체 데이터도 타그리소는 38.6개월, 1·2세대 TKI 치료제는 31.8개월로 타그리소가 6.8개월 더 오래 살았다.

여기서 김 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가"를 봐야 한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임상 연구에서는 통계적 유의성도 중요하지만, 임상적 의미가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FLAURA 글로벌 임상이 아시아인에게서도 유의한가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다.

김 교수가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전체 데이터를 놓고 임상 의미를 강조한 이유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FLAURA 글로벌 최종 OS 전체 데이터의 HR은 0.799로 ESMO 기준(0.7)을 초과하고, 3년 생존율도 1·2세대 TKI 치료제와 차이가 정확히 10%라는 지적이다.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전체 데이터

과거 제약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말을 했지만 이를 확인하기란 힘들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ESMO가 만든 기준이 'ESMO Magnitude fo Clinical Benefit Scale' 즉, ESMO-MCBS(임상적 이점 척도)다. 김 교수가 바로 이 부분을 짚은 것이다. 그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만 정말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 건 다르다. 과거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했던 것들이 이로 인해 막히게 됐다"고 말했다.

ESMO는 임상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다는 점을 보기 위해 1년 이상 생존이 기대되는 경우의 '임상적 이점 척도'로 HR은 0.7, 3년 생존율은 10% 초과라는 기준을 세웠다. HR 0.7과 3년 생존율 10%가 초과하는지를 따져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HR이 0.7 이하였는지, 3년 생존율이 10%를 초과했는지 단 두 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FLAURA 글로벌의 OS 데이터가 통계적 의미는 있어도, 임상적 가치는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ASCO에서도 HR 기준을 정하고 있다. ASCO에서는 0.76~0.8까지 넓게 보고 있다. 다만, 김 교수는 "ASCO와 ESMO기준 중 우리나라에는 ESMO가 더 적합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ASCO는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그 기준을 다소 넓게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더 던졌다. 

"FLAURA 글로벌 프로토콜에는 당초 1차 평가변수가 PFS였고, OS는 1차 평가변수가 아니어서 PFS로 계산된 530명에서 HR <0.75를 입증하는데 72% power가 될 것이라 가정(보통 3상 임상시험에서는 80~90% Power를 가정)했다. 이는 OS HR의 타겟이 0.75로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종 OS HR이 0.799라는 것은 당초 목표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서양인에 강하고, 아시아인에 약한 타그리소?

타그리소에 대한 물음표는 두 개였다. 하나는 과연 타그리소 FLAURA 중국 임상이 믿을 수 있느냐. 또 다른 하는 FLAURA 글로벌 데이터가 의미 있냐는 가다. 여기에 의문이 하나 더 붙는다. 앞서 두 질문의 연장선이다. 아시아인에서 임상적 가치와 그 데이터를 믿을 수 있냐는 점이다.

타그리소는 2019년 ESMO에서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데이터를 공개하기 전까지 아시아인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OS 최종 데이터에서 서양인은 HR 0.542라는 임상적 지표를 나타낸 반면 아시아인의 HR은 무려 0.995였다. HR의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해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으며, 임상적 의미도 없다는 뜻이다.

더욱 중요한 건 3년 이상 장기 생존이다. FLAURA 글로벌 데이터의 3년 생존율은 타그리소(54%)가 1·2세대 TKI (44%) 보다 10% 높았다. 비아시아인에서 3년 생존율도 1·2세대 TKI 치료제 대비 22%나 높았다.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시아인에서 3년 생존율은 타그리소 51%, 1·2세대 TKI 49%로 단 2%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FLAURA 글로벌 최종 OS 데이터의 서양인, 아시아인 비교 자료 

김 교수는 "OS곡선을 보면 생존율 차이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느 순간 크로스오버(교차)가 된다. 3년 이후 타그리소는 대조군 대비 장기 생존 효과가 없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일본인 하위분석 그룹에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일본인 분석 결과 24개월 시점이 지나자마자 타그리소와 1·2세대 TKI군의 OS 생존율이 교차한다. 또한 HR 1.390으로 ESMO 기준 0.7을 훨씬 상회한다.

결국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데이터는 타그리소 효과가 아시아인이 아닌 비아시아인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재미난 분석도 곁들였다. 그는 "1차요법으로 1·2세대 TKI를 사용하다가 상태가 나빠져 후속 치료를 받는 환자 47%가 타그리소를 썼는데, 이는 진료현장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1차요법으로 타그리소를 쓰다가 악화하면 화학요법 밖에 치료제가 없는데 반해서 1·2세대 TKI 를 먼저 쓰고 2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쓰는 순차치료가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1·2세대 TKI를 먼저 쓰고, 나중에 타그리소를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 장기 생존 효과가 있고 비용 효과적"이라고 했다.

◆타그리소 1차 사용 후 발생하는 내성 기전, 대책은?

국내 폐암 환자의 85%가 비소세포폐암이다. 비소세포폐암환자의 55%정도가 선암 환자인데, 선암 환자의 40~50%는 EGFR 변이 진단을 받고 1·2세대 TKI 치료제를 1차 치료로 사용한다.  1차 치료 후 약 50~60% 환자에서 T790M 내성 변이가 발생한다. 이때 2차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타그리소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해서 발생하는 내성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 대책이 없다. MET 증폭과 C797S 변이 등이 발생하지만 이는 1·2세대 변이와는 다른 기전이다.

김 교수는 "1·2세대 TKI를 1차로 사용하다 내성이 발생하면 50~60%는 타그리소를 쓸 수 있지만,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사용하다 생기는 내성은 기전이 달라 화학요법 밖에 쓸 약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글로벌 폐암 치료 패러다임과 국내 패러다임은 다르다며 그 대안을 밝혔다.

현재 글로벌 치료 패러다임은 1차 치료로 타그리소를, 2차로 화학요법을 쓴다. 이때 PFS는 1차 19개월+2차 5개월로 총 24개월이 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1차로 1·2세대 TKI를 사용 후 2차로 타그리소 또는 화학요법을 사용한다. 이때 PFS는 1차 10개월+2차 타그리소(10개월) 또는 화학요법(5개월)으로 총 20개월 혹은 15개월이 된다.

김 교수는 효과적인 대안요법으로 먼저 1차로 게피티닙+화학요법을 시행 후 2차로 타그리소 혹은 화학요법 사용을 권했다. 이 경우 PFS는 1차 21개월+2차 타그리소(10개월) 또는 화학요법(5개월)으로 총 31개월이나 26개월이 된다. 더욱이 OS는 52개월(HR 0.7)이나 나왔다.

진료 현장 경험과  FLAURA 글로벌, FLAURA China 임상 데이터를 요약하면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는 1·2세대 TKI를 먼저 쓰는 게 환자의 장기 생존효과가 있고, 비용 효과적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다. 김 교수가 "타그리소 1차 급여는 어불성설"이라고 한 배경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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