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꿈의 항암제라 불리는 노바티스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의 국내 첫 대상 환자와 투여 일정 등이 베일을 벗었다. 

국내 1호 예정 환자는 40대로 조혈모세포이식 후 악성림프종이 재발, 예후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오는 5월 CAR-T 치료센터가 갖춰질 때까지 킴리아 투여를 기다리고 있다. 예상되는 킴리아 가격은 최대 5억원 이상이다. 노바티스가 밝힌 미국 내 환자 1인당 비용 45만달러(약 5억 805만원)와 비슷하다.

킴리아 국내 허가 기자간담회(왼쪽부터 노바티스 의학부 정가영 이사, 삼성서울병원 김원석 교수, 서울대병원 강형진 교수, 노바티스 김경수 마케팅 이사

한국노바티스와 킴리아 치료센터를 준비 중인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3일 노바티스가 주최한 킴리아 국내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 연자로 참석해 국내 CAR-T 치료와 도입 상황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킴리아 첫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재발한 경우로 상태가 좋지는 않다. 비용은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최대 입원 비용 등을 합하면 최대 5억원은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치료센터 개원과 관련해서는 "5월 달에 바로 열려고 하고 있지만 처음 하는 것이라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자꾸 걸린다. 우리가 (개원 준비를)시작한 게 작년 6월인데 거의 1년이 돼 간다. 조율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에 국내 첫 CAR-T 치료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와 함께 오는 5월 중 개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킴리아를 투여받을 수 있다. 국내 첫 킴리아 치료 환자도 치료센터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개인맞춤형 CAR-T 치료제인 만큼 병원 측과 노바티스는 전담인력 논의도 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에서도 킴리아 원료인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 공급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킴리아의 개발 특성상 고도화된 제조 공정과 전문인력, 의료기관 훈련·인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프로그램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치료센터 인증 신청이 끝나면 킴리아 치료가 가능해진다.

그 과정은 병원에서 환자 T세포를 채취해 냉동 보존, 노바티스에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환자 T세포를 받은 노바티스 제조시설은 암세포를 찾아내는 개인맞춤형 CAR-T세포(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CAR-T 치료제 킴리아를 다시 병원에 보내 환자 치료에 사용하게 된다.

노바티스는 이 과정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환자가 비용을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원칙을 세웠다. 회사로서 일정 위험을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김경수 노바티스 마케팅 이사는 "국가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킴리아 치료센터와 병원 간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때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 취소, 환불 등 여러 조건이 있지만 대원칙은 환자가 비용을 내는 일을 없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위험을 노바티스가 가져가는 것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존율 0%에서 60%로, 킴리아의 기적

지난 5일 식약처는 킴리아를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 성인 환자의 치료 ▲25세 이하의 소아 및 젊은 성인 환자에서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이하 ALL) 치료로 허가했다.

킴리아가 꿈의 항암제라 불리는 이유는 두 질환에서 대체치료제가 없는 말기 혈액암 환자에게 완전 관해와 지속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를 사용하는 개인맞춤형 치료제로 단 1회 투여만으로 치료가 끝날 수 있어 '원샷(One-shot)' CAR-T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김원석 교수는 간담회에서 악성림프종 환자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올리 수 있는 치료제가 킴리아라고 강조했다.

먼저 김 교수는 "혈액암 중 제일 유명한 게 백혈병이지만 실제로는 악성림프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000명 가량의 악성림프종 환자가 발생하고, 그중에서 제일 많은 게 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하 DLBCL)으로 악성림프종의 40%인 2500명 정도"라고 했다.

DLBCL 환자 2500명 중 약 60~65%는 기존 항암요법으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이중 40%(약 600~800명)는 1년 내 재발을 겪는다. 문제는 재발 시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는 점이다. 완치 환자가 60~65%임에도 재발 시 예상 수명은 6개월로 매우 짧다.

재발 환자는 기존에 쓰지 않았던 항암제를 조합하는 '구제항암요법'을 사용한다. 여기서 효과를 보면 자가조혈모세포이식(SCT)가 가능하다. 그러나 조혈모세포이식은 고농도 항암제를 투입하기 때문에 70세 이하의 신체 건강하면서도 항암제가 효과를 보이는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 재발 환자의 50%가 이 조건을 충족하고, 이 또한 절반은 다시 재발을 겪는다. 

결국 1차 구제요법과 2차 구제요법에도 불응하는 환자,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후 재발 환자 모두 마지막 치료제인 CAR-T에 기댈 수 밖에 없다.

CAR-T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이 불가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4.4개월이며, 이식 후 1년 내 재발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이 환자들은 6개월 이후 생존율은 0%다. 그러나 킴리아를 받으면 60%까지 올릴 수 있다. 허가임상인 줄리엣(JULIET) 연구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줄리엣 연구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 호주, 일본 등 10개구 27개 연구 기관에서 환자 147명 중 99명에게 킴리아를 투여한 임상이다.

환자 평균 나이는 56세(22~76세)로 재발 환자 45%, 불응 환자 55%, 이전에 자가조혈모세포이식 환자 49%가 참여했다. 환자들의 이전 치료 횟수는 1회(5%), 2회(44%), 3회(41%), 4~6회(21%)였다. 4~6회 환자의 기대 여명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임상에서 킴리아 투여 환자는 12개월 동안 52%의 전체 반응률과 65%의 무진행생존율을 나타냈다. 14개월 시점에서 93명 중 완전관해가 40, 부분관해 12명이었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4개월이었다. 

 

김 교수는 "전체 환자군을 보면 완전관해 환자는 1년 시점에서 약 40%가 1년 반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6개월 전후로 생존이 예상됐던 환자의 40%가 1년 반에서 2년 반 가까이 생존한 고무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킴리아는 ALL 질환에서도 효과를 보였는데 엘리아나(ELIANA) 임상에서 입증했다. 해당 임상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 호주, 일본 등 25개 연구기관에서 92명이 등록했고 75명에게 킴리아를 투여했다.

 

그 결과 환자의 82%가 투여 3개월 이내에 완전관해 또는 불완전 혈액 수치 회복을 보이는 완전관해에 도달했다. 관해에 도달한 환자 98%는 미세잔존질환(MRD) 음성으로 나타났다. 생존기간도 6개월 시점에서 무사건 생존율은 73%였다.

◆5억원에 달하는 치료비, 우리 사회의 숙제

킴리아가 혁신적인 치료제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5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낼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이에 노바티스는 킴리아의 보험급여 등재를 원하고 있지만 이 경우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치료비 5억원의 95%는 보험재정으로 충당하고 환자는 5%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교수는 "킴리아가 우리 사회에 숙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알다시피 보험이 되면 환자 부담금은 5%고, 나머지는 국민 세금이다. 모든 국민이 보험을 내고 있기에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킴리아는 시작이다. 기능 개선이나 고형암 표적 등 수많은 CAR-T 치료제들이 엄청나게 개발되고 있다"며 고가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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