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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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놓고 의정 갈등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입법 추진 중인 강력범죄자에 대한 의사 면허 박탈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반발에 나선 것. 의협은 여차하면 곧 시작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이전 국시 거부 사태와는 달리 강경 대응할 것을 천명하면서 갈등은 한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법조계는 자칫하면 의협이 법적으로 곤란해질 위험 요소가 있다고 경고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회의’를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말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으로, 강력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받으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는 기간 만료 후 2년까지 면허 재교부가 금지된다. 단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제외한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 이후에도 “이 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면 전국 총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총파업하게 되면 코로나19 진단 및 치료, 백신 접종 등에 상당한 장애가 벌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발언이다.

정부는 의협의 반발에 즉각 대응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의협이냐”며 “정부는 국민의 헌신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집단행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비판의 수위를 올렸다. 김성주 의원을 비롯해 김남국 의원, 고민정 의원, 우원식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도 각자 성명을 통해 의협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정부와 여권이 모두 최 회장의 발언에 날을 세운 가운데, 법조계는 의협이 만약 단체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제2의 의약분업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현 의협 집행부가 징역형 등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의료법 전문가인 정혜승 변호사는 “만약 의협이 백신 접종 거부를 현실화한다면, 아마도 각 병원에서 백신 입고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법상 백신을 보유한 상황에서 환자가 백신 접종을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없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협이 만약 집단행동을 통해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정부가 엄정히 대처에 나선다면 현 의협 집행부가 상당히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초기 총파업을 주도했던 김재정 당시 의협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에 처해졌다”며 고 지적했다.

또 “백신 접종 거부는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개정 또는 추가된 의료법 및 감염병예방법 조항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차례 발표한 행정명령까지 모두 저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권에서도 강력 대응을 천명한 만큼, 의대생 국시 재시험 때보다는 더 단호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와 여권이 의협에 강경 대응 방침에 의협에서도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이재희 의협 법제이사는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료계의 반대에 대해 마치 의협이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박탈하지 못하게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의료계는 범죄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형에 최소한 선고유예만 받더라도 면허가 취소되는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 겸 홍보이사도 같은 날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살인자나 성폭행을 저지른 의사를 어떤 동료가 인정하겠느냐.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법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와 의료계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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