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게티이미지, 셀트리온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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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기술 주권을 위해 비상 상황에서는 백신 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항체치료제 개발로 축적한 항원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백신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 하지만 학계는 서 회장의 발언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18일 오전 9시 열린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관련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진단시스템에 관한 기술 주권은 갖고 있다. 이제 항체치료제 개발로 치료제에 관한 기술 주권도 확보했다. 백신의 경우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국산 백신이 (기술적으로) 따라갈 수 있느냐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체를 만든다는 것은 항원을 만들 능력도 있다는 것”이라며 “항원 개발은 이미 이뤄져 있다. 기존 기업들이 개발에 실패해 기술 주권에 있어 비상 상황이 오면, 본사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에 대한 가능성을 선보인 것은 이번 서 명예회장의 발언이 최초다.

하지만 학계는 이 같은 서 명예회장의 청사진에 의문을 제기했다. 백신 관련 경험이 풍부한 다국적 제약사들도 고배를 마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경험이 부족한 셀트리온이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것.

백신 분야 전문가인 김정기 고려대 약대 교수는 “우선 항체치료제의 원리 자체가 항원 제작과는 다소 다르다”며 “항체치료제는 감염자의 혈장에서 항체를 추출한 뒤, 중화등을 토대로 항체를 선별해 세포주(Cell line)에 항체 정보를 담은 재조합 DNA를 삽입해 대량 생산한다. 항체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해서 항원을 생산할 수 있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항원 기술이 있고 항원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서, 꼭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화이자‧모더나의 mRNA 백신이나 아데노 바이러스 기반 백신은 물론, 일반적인 재조합 단백질 백신도 단시간에 개발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GSK‧사노피 등 오랜 경륜을 갖춘 백신 전문회사들도 백신 개발에 나섰다가 쓴맛을 봤다”고 말했다.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백신은 DNA 재조합을 통해 항원 단백질과 유사한 형태의 단백질을 생산한 뒤, 이를 체내에 주입해 항체 생성 반응을 유도한다. 일종의 합성 항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노바백스만이 유일하게 재조합 단백질 기반 백신 개발에 성공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재조합 단백질 백신의 경우 효능이 우수하지 않다는 단점이 가장 크다. 이 때문에 면역증강제(adjuvant)를 함께 배합해 효능을 끌어올리는데, 노바백스의 경우 사포닌 기반의 면역증강제인 매트릭스-M을 함께 배합해 항체 생성 능력을 끌어올렸다. 반면 GSK‧사노피의 경우 스콸렌 기반 면역증강제를 사용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랜 경험이 있어도 쉽게 성공시키기 어려운 것이 면역증강제 배합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조합 단백질을 이용한 항원 합성의 경우 연구실에 있는 의료계 연구자들도 할 수 있다”며 “항원도 어떤 항원을 쓸 것인지 확실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인 데다, 면역보조제에 대한 경험이 없는 셀트리온이 단기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 명예회장이 백신 개발 분야에 대해 잘 몰라서 이렇게 발언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서 명예회장의 발언에 대해 평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백신 개발에 진정으로 나설 것이라면, 호언장담만 하지 말고 실제로 투자하고 연구에 뛰어들길 바란다. 사실 서 명예회장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아닌가. 이해관계자가 나서서 자꾸 호언장담하는 것도, 이 같은 호언장담을 매번 대서특필하는 언론도 모두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서 명예회장이 이날 항체치료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항체치료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항체의존면역증강(ADE)’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들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며 “하지만 같은 항체 기반인 뎅기열 백신도 개발‧임상 단계에서는 ADE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가, 대규모 접종을 시작한 뒤에야 본격적으로 문제가 터졌다. 셀트리온은 백신 개발에 대해 말하기 전에 항체치료제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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