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웅 원장(마음나래의원)

[제공=마음나래의원]
[사진제공=마음나래의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도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마스크 착용은 예의를 넘어 필수가 됐고, 올해 설날에는 가족과 만남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행동의 제약으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답답함을 넘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일명 ‘코로나 블루’는 새로운 정신질환으로서 일약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1년간 바라본 코로나 블루는 어떨까. 팜뉴스 취재진이 안현웅 마음나래의원 원장(순천향대 의대 외래교수)를 만났다.

≫ 코로나 블루가 유발하는 심리적 취약성, 일주기리듬 유지해야
“코로나 블루와 우울증을 비교해보면 다른 점도 분명 있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서로 교집합이 공유되는, 친척 같은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안 원장은 먼저 코로나 블루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면서 인터뷰의 포문을 열었다. 안 원장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는 우울증으로 불리는 주요우울장애와 근연 관계에 있다. 코로나 블루가 주요우울장애의 증상 대부분을 동반한 까닭이다.

주요우울장애 증상은 크게 ▲정서 증상(우울감, 무기력감, 불안, 예민함, 이상 자극 등) ▲인지 증상(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등) ▲신체화 증상(식욕 변화, 불면, 두통, 소화불량, 심계항진 등)로 분류할 수 있는데, 코로나 블루의 경우 이 모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안 원장은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활동의 제약, 이로 인한 경제적 위축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간 진료와 주변 동료들의 이야기를 놓고 봤을 때,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환자 수는 분명 증가하는 추세”라며 “코로나 블루가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문턱을 낮추고 두려움을 줄여주는 방아쇠 역할은 했다는 뜻이다. 코로나 블루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신건강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코로나 블루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 블루 자체가 아닌, 그로 인한 나비효과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직접적인 증세보다 코로나 블루가 유발하는 심리적 취약성이 더욱 문제라는 것.

안 원장은 “코로나 블루 자체가 심각한 정신증세를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존에 모두가 각자 갖고 있던 심리적 취약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마치 HIV바이러스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유도해 기회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하듯, 코로나 블루는 우리가 가진 심리적 취약성의 역치를 떨어뜨려 예전 같으면 극복해낼 수 있던 스트레스에도 더 쉽게 무너지게 만든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려면 각자 개인이 가진 심리적 취약성을 파악하고 그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스스로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활동이 줄고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생활의 불규칙성은 늘고 활동량은 줄어들게 된다. 적어도 일주기리듬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최소한의 활동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코로나 블루 특화 약물은 따로 없어… 병원 방문 상담이 중요

그렇다면 코로나 블루로 인한 고통을 이미 겪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안 원장은 “가장 중요한 건 빠른 내원”이라며 “앞서 언급한 우울증의 증상을 겪기 시작한 지 2주 이상 됐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 및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방문에 대한 부담을 느껴 원격진료나 장기처방을 원하는 분도 일부 존재한다”며 “하지만 원격진료는 한계가 있고, 장기처방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치료 초기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가급적 직접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 블루 치료 과정 자체는 일반적인 우울증 치료와 비슷하다. 안 원장은 “의료진은 내원한 환자 개개인의 취약성을 감안해 맞춤 처방과 인지행동치료적 교정을 시도하게 된다”며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에게 자신의 취약성과 강점에 대해 잘 알려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블루에 특화된 약물은 현재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며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방금 기술한 정서증상·인지증상·신체화증상의 정도에 따라 맞춤 처방을 상황에 맞게 택한다”며 “대표적인 항우울제인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SNRI(선택적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항불안제 등을 혼합해 처방하고, 회복속도와 경과에 따라 용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 “마스크, 불안장애에 꼭 악영향을 주지만은 않는다”

한편 코로나 시대 속에서, 마스크 또한 정신건강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변수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집을 제외한 대부분 실·내외에서 마스크는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의 경우 마스크는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또 다른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코로나 블루로 고통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공황장애 등 불안증세를 겪고 있는 기존 환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서는 마스크가 환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양날의 검’으로 평가했다. 상황에 따라 증상을 악화하기도 하지만, 완화하기도 한다는 것.

안 원장은 “마스크 착용이 공황장애 환자들에게는 보호 요인이 되기도 하고 증상 악화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마스크로 인해 호흡에 답답함을 느끼면서 공황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마스크로 인해 이산화탄소 재흡수가 이루어지면 과호흡이 진정되는 효과도 있다. 환자마다 달라 마스크가 꼭 불안장애에 악영향을 준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안 원장은 코로나 블루 극복은 개개인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 각자가 잠시 멀어져 있을 뿐, 코로나19라는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는 공동운명체다. 사회적 차원에서 이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웃의 건강이 나의 건강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이를 잊지않도록 각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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