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국내 CSO의 MR 모집 광고

“원장님, 이번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해주시면 20%까지 드리겠습니다.”

“요즘 CSO가 현금을 들고 제품을 뺏어가는 바람에 정말 미칠 노릇이다.”

고가의 수수료를 처방 대가로 제공하는 CSO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제약업계마저 투잡 열풍이 불자 ‘N잡러’ 영업사원이 등장, 회사 몰래 타사 제품을 파는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CSO 기세에 기존 영업사원의 한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2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약사 현직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CSO(Contarcts sales oranization, 판매대행사) 업체의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고가의 수수료, 즉 판매장려금을 내걸고 타 제약사 제품을 팔도록 유인하는 모집 광고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는 최근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CSO 업체들이 ‘뛰어난 영업력을 가진 현장 MR’ ‘CSO 운영 중인 제약사와 직접 계약’ ‘철저한 비밀 보장’ ‘철저한 세금 가이드 제시’ ‘100% 성과구조’ ‘조직 스트레스 해방’ 등 문구를 앞세워 영업사원을 유혹하고 있다.

특히 CSO 업체들은 최근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취하한 제약사 리스트를 공유하며 품목 뺏어오기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영업 현장에서는 “CSO가 처방을 대가로 40% 이상 수수료를 내건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가 쉽게 들린다. 임상재평가 이슈를 틈탄 ‘콜린 투잡맨’의 등장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자 제약사 정직원으로 일하면서 몰래 다른 회사 제품을 파는 것 자체가 직장인 윤리의식에 크게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A사 종합병원 담당자는 “지금 N잡러가 유행하고 있는데 제약업계에서의 N잡러가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다. 제약사 일을 하면서 저녁에 대리운전을 하는 건 투잡이 맞다. 그러나 현직자가 다른 회사 약을 몰래 파는 것은 투잡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CSO 투잡은 사회적 문제임에도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더 문제다. CSO가 왜 비밀을 보장해준다고 하겠나”라고 현 세태를 꼬집었다.

하지만 기존 영업사원들은 해고 위험을 무릅쓰고 투잡에 뛰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CSO 자체의 유혹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국내 B사 영업담당자는 “요즘 다들 힘든데 CSO는 잘 되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만약 CSO와 40%대 수수료 지급을 계약한 뒤 유대 관계가 좋은 원장에게 20% 지급 작업을 쳐서 성공하면 절반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약사들은 CP 규정 강화로 더 이상 예전 같은 리베이트 활동을 못 한다. 하지만 CSO는 걸리지 않는다. ‘모르쇠’ 투잡 영업을 포함해 CSO 영업이 활개를 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맞이한 비대면 영업 상황에서 기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 투잡러는 물론 퇴직자 중심의 CSO가 적극적인 현금 영업에 나서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것이 영업 현장의 목소리다. 총성 없는 전쟁이 매일 벌어지고 있는 것.

앞서 외국계 담당자는 “CP(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규정 안에서 외자사가 할 수 있는 정식 프로모션은 식사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영업 활동 대부분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의사들도 점점 영업사원 만나기를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외자사 영업은 1000만원 짜리 처방이 나와도 의사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식사 밖에 없지만 CSO에서는 현금 영업을 하고 있다. 비대면 시국인 만큼 의사도 영업사원과 밥먹는 것보다 현금으로 주는 것을 깔끔하다고 느낀다. CSO가 비대면 국면에서 영업에 훨씬 유리한 이유”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전 제품을 취급하지만 외자사는 특정 제품 하나만 가지고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CSO를 할 수도 없다”며 “이런 이유로 국내 CSO가 외자사 품목을 하나씩 빼앗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고 토로했다.

특정 병원에서 고혈압치료제 1000만원 처방이 나왔다면 CSO로부터 40%대 수수료를 받아 의사는 300만원, 영업사원은 200만원을 받아가는 식이다.

로컬 영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내 C사 영업사원은 “CSO가 여러 품목을 뺏어가고 있어 미칠 것 같다. 실적이 망했다”며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요즘 CSO가 활기치는 탓에 수백만원 이상의 실적이 감소했다. 제약사는 예전 같은 영업을 못하는데 CSO는 20~40% 이상의 수수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C회사의 경우 1만원 이상 금액을 법인카드로 사용할 경우 거래처 원장 서명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영업사원은 “점심 값만 1만원 이상이다. 무조건 서명을 받아야 하니 코로나19 확산으로 안 그래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드는데 더 적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CSO는 왜 걸리지 않는 거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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