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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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백신 무료화’를 선언한 가운데, 백신 비용으로 막대한 세금이 소모된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확보한 5600만 명분의 백신 구매에만 상당한 비용이 드는 데다, 접종비‧운송비까지 더하면 정부 편성 예산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 ‘콜드체인’ 유지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면서, 정부가 백신 관련 예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국민과 함께 (코로나19) 3차 유행을 조기에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백신 무료화 선언 이후 여론은 양쪽으로 나뉘었다.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의견과 함께, 백신 접종에 들어가는 예산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팜뉴스 취재진은 11일 코로나19 백신 무료접종 시 실제로 소모될 것으로 보이는 비용을 현재 공개된 수치를 토대로 추산했다.

우선 백신 구매 비용을 살펴보자. 현재까지 정부는 총 56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중 1000만 명분은 코백스 퍼실리티로 확보했고, 나머지는 모더나는 20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이다. 이들 중 모더나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명당 2회 접종(2도스)이 필요하고, 얀센은 1회(1도스) 접종으로 끝난다.

모더나는 지난해 8월 자사 백신의 가격을 32~37달러(약 3만5000원~4만 원)로 밝혔다. 화이자의 경우 미 정부와 계약한 금액 기준 1도스 당 19.5달러(약 2만1000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가격은 1도스당 3파운드(약 4400원), 얀센의 경우 1도스당 10달러(약 1만1000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개사가 밝힌 가격에 따라 국내에 들어올 4600만 명분의 백신 구매비용을 합산하면, 약 1조7000억~1조8000억 원까지 필요하다. 여기에 코백스 퍼실리티에 이미 지불한 850억 원까지 합치면 최소 1조8000억 원에서 최대 1조9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한 것.

여기에 실제 백신 접종에 드는 접종비와 운송비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먼저 접종비를 추산하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소년과 소아청소년인 경우 우선순위가 빠르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며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며 아동‧청소년의 경우 백신 접종을 당분간 보류할 것을 시사했다. 따라서 앞으로 백신을 접종할 만19세 이상 성인의 총인구수는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4362만4033명이다.

여기에 올해 책정된 국가예방접종 시행비가 1만9219원이라는 점과 상대적으로 소량인 얀센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신이 2회 접종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모두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조6770억 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화이자‧모더나 등 mRNA 플랫폼 백신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백신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 극저온 콜드체인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외국 콜드체인 기업과 계약을 마친 국내 기업 관계자는 “화이자의 경우 운송하는 동안 영하 70도를, 모더나의 경우 영하 20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기존 백신들의 콜드체인을 이용할 수 있고 위탁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 있어 운송료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현재까지는 국내 위탁생산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백신을 들여오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헀다.

이어 “미국에서 출발해 한국에 도착한 뒤 각 병원까지 가는데 상하차를 최소 6회, 물류센터까지 거칠 경우 많게는 8회 이상 거쳐야 한다”며 “상하차 중에도 온도를 유지하려면 특수 아이스박스로 포장해야 하는데, 이 또한 운송비용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화이자는 1바이알(보관용 유리용기)당 4~4.5달러(약 4400~4900원), 모더나는 1바이알 당 3.5~4달러(약 3800원~4400원)가량 운송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화이자 백신은 1바이알 당 5회분, 모더나는 1바이알 당 10회분 접종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계자의 말대로 계산하면 화이자 백신은 176억~196억 원, 모더다는 152억~176억 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콜드체인을 유지하면서 백신을 접종 장소로 운반하는 데만 약 320억~370억 원이 드는 셈이다. 빠른 보급을 위해 일반 병원에도 극저온 보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과 장기 보관할 물류센터 구축 등까지 고려하면 예산은 더욱 추가될 수 있다.

현재까지 추산한 구매비와 접종비‧운송비 등을 모두 더하면, 백신 접종에는 3조5000억~3조6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차후 아동‧청소년에 대한 안전성 입증이 완료돼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추가될 경우 비용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가 확보한 백신 관련 예산은 1조3000억 원 규모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4차 추경 당시 편성한 2000억 원과, 기존 예산으로 충당한 2000억 원, 그리고 올해 예비비로 편성한 9000억 원 등이다. 따라서 약 2조2000억~2조3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올 초부터 예비비를 절반 이상 소모했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는 총 8조6000억 원(목적예비비 7조 원, 일반예비비 1조600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3차 재난지원금에 4조8000억 원의 목적예비비를 투입하면서, 남은 예비비 3조8000억 원으로 백신 구매와 천재지변 대비 등을 모두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여권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 추가지급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예산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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