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재훈교수 (삼육대학교 융합연구센터장 (재)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지난해 8월, 일본의 아베 총리를 사임시킨 원인이 ‘궤양성 대장염’으로 발표되면서 염증성 장질환의 심각성과 그 치료의 어려움이 주목을 받았다.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 Bowel Disease, IBD)은 대개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 UC)과 크론병(Crohn's Disease, CD)을 합쳐서 일컫는 용어이다. 두 염증 질환은 비정상적 면역기능과 관련한 염증 발현이라는 공통적 현상과 함께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유사한 면이 있지만, 크론병은 소화관 전반에서 염증이 발생되는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거의 대장에서만 염증이 발생한다.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적제제의 개발로 치료효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치료 비용이 매우 비쌀 뿐만아니라 아베의 예에서 보듯이 여전히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컬럼에서는 또 다른 치료 방안으로서 대마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Ahmed와 Katz는 IBD 치료 또는 증상 완화를 위해 대마를 사용한 사례 연구를 분석하여 아래와 같이 발표하여 그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IBD를 앓고 있는 환자들 중 약 50%가 대마 사용 경험이 있고, 10% 이상이 대마를 사용하고 있으며, 임상 관찰에서 부분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염증성장질환(IBD) 환자에서 대마사용과 그 유효성에 관한 분석 [출처: Gastroenterol Hepatol (NY). 12(11): 668–679(2016)]

Benson등이 호주의 IBD 환자들에서 대마 사용자들에 관해서 조사한 결과 IBD에 대마가 유효하지만 우울과 피로감 등의 부작용과 남용 위험성과 같은 잠재적인 위험과 함께 조사자 212명 중 3명 만이 합법적으로 사용하였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Kerlin은 그의 연구에서 IBD에 대마가 유효하지만,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상태에 맞추어 전통적인 대마 요법을 개선한 표준화된 요법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크론씨병과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에서 대마의 치료 효능은 칸나비노이드 수용체와 GPR55, TRPV, PPAR에 대한 작용을 경유하여 나타난다. 대마가 염증과 장운동과 같은 관련 증상들을 완화하여 IBD를 치료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CB1-과 CB2-수용체를 경유한 IBD 증상 개선 작용을 아래 그림과 표에 정리하였다.

소화기계에서 CB1-과 CB2-수용체 매개 생리반응과 작용 기전 [출처: Ann Gastroenterol. 33(2): 134–144(2020)]

위 근거에 따라 Δ9-Tetrahydrocannabinol(THC)는 IBD에서 CB1-수용체의 효능제와 CB2-수용체의 부분효능제로 작용하여 장운동과 장분비를 억제하고 항산화와 항염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임상 시험에서 저용량 THC는 T-세포의 활성을 촉진하였고 고용량 THC는 면역반응을 억제하였으며 T helper1과 T helper2(Th1/Th2) 균형을 조정하였다.

2013년 Naftali 등의 연구에서 CD환자 21인을 대상으로 115mg THC를 하루에 2회 흡입한 결과 41%의 환자가 증상개선(CDAI값)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THC에 의해 유발되는 의존성 등과 같은 정신활성들은 잇점보다 위해성을 더 높일 수 있어서 그 사용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

Cannabidiol(CBD)의 면역억제작용과 항염 작용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고, 동물시험에서 T-세포 사멸과 염증전 싸이토카인과 케모카인들을 억제한다는 보고들이 줄을 이었다. 이와 함께 상처 치유 효과와 장상피 방어막 회복, 장 분비와 운동 억제에 따른 지사효과, 장과민증 해소와 진통효과들도 보고되었다.

CBD는 다양한 장염증 모델에서 항염 효과를 나타내었다. CBD의 경구 투여 또는 주사 모두 용량의존적으로 염증표지들을 감소시켰다. 항산화 작용과 함께 활성산소종과 지질과산화를 억제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다.

IBD 증상에 대한 대마의 완화 작용 기전 [출처: Int. J. Mol. Sci. 21: 2940(2020)] TLR: Toll like receptor; NFk-β: nuclear factor kappa-beta; INF-γ: interferon-γ; TNF-α: tumor necrosis factor- α; IL: interleukin; TH: T helper cell; Treg cells: T regulatory cells

2017년 Natali의 보고에 따르면 대마흡연이 CD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였다. 그러나 2018년 29명의 염증성 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Irving등이 시행한 연구에서 CBD 투여가 부분적 개선효과를 유도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임상적 차이를 생성하지 못했다. 다양한 CD와 UC 환자들에게 대마를 투여한 임상시험에서 졸리움과 두통, 불안, 우울, 망상, 환각, 오심과 구토, 어지러움, 주의력과 기억의 부전, 입마름, 복통, 발적 등과 같은 부작용들이 보고되었다.

소화기 염증에 대한 cannabinoid들의 효과 [출처: Int. J. Mol. Sci. 2020, 21: 3067]

CBD외에 CBG와 CBC도 유사한 항염 효과를 나타내었다. 자세한 효과들을 위 표에 정리하였다. CBN과 CBD, CBC, CBDV, CBG와 같은 cannabinoid들은 TRP-통로의 효능제와 탈민감화제로 작용하여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BD는  TRPV1, 2, 3와 ankyrin 1-type(TRPA1)을 포함한 TRP-통로의 활성화/탈민감화를 유도한다. 또한, CBDV는 내인성 칸나비노이드의 재섭취를 억제하고, 2-AG의 대사 효소인 MAGL을 억제하여 세포간 공간에서 내인성 칸나비노이드의 양을 증가시켜 그 반응을 강화시킨다.

IBD에 CBD를 적용한 결과 유효성이 확인되었지만 장기적 사용을 위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여전히 대마가 합법적 또는 불법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에 사용되고 있고, 그 사용의 과학적 근거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어서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또한, on-line에선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현혹하는 대마-관련 제제들의 상업적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효과가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부족하고 대단위 체계적인 임상시험에 기초한 결과도 없다. 염증성 장질환에서도 대다수의 대마 연구자들은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대마나 그 성분을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선 대마의 효능 검색 가이드라인과 구체적 시험법, 기존 자료들의 과학적 정리, 대마 사용자들에 대한 상담 가이드라인 등을 체계화 해야 하며, 그에 기초하여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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