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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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도입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의료진 및 요양시설 거주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백신 물량 확보에도 난항을 겪는 까닭이다. 만약 최종 확보한 백신 물량이 제한적일 경우, 누가 먼저 맞아야 할지를 두고 또다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연구팀이 이 딜레마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열쇠는 ‘접촉빈도’에 있다는 것.

미국 오클랜드대 및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등 공동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인별 접촉빈도가 다를 경우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격리 같은 고강도 방역 조치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유로피직스 레터스(Europhysics Letters)’ 12월 2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네트워크 기반 모델을 이용해 코로나19 전파 양상을 모델링했다. 기존 연구에서 많이 쓰이던 연속체(Continuum) 모델보다 개별 감염 기간의 정점 분포에 대해 보다 정확한 설명이 가능하다. 또 개인별 접촉 횟수를 동일하게 가정하지 않아도 돼, 사회적 네트워크의 미세한 양상도 더 정확하게 모델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의 모델링 실험 결과, 모든 인구가 균일한 접촉빈도를 갖는다면 전염병 종료 시점까지 감염자 수는 봉쇄 등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하지만 지구상 모든 사람이 균일한 접촉빈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진행 중인 직장인의 경우 사람을 상대적으로 적게 만나는 반면, 대형 마트 점원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시뮬레이션 결과는 크게 달라졌다. 사람마다 접촉빈도가 다르다고 설정했을 때는 봉쇄 같은 고강도 방역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사람마다 접촉빈도에 차이가 있는 현실 세계에서는 방역 조치가 가급적 강할수록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예브게니 카인 오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결정적 이유는 접촉빈도인 것으로 보인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접촉빈도가 많은 사람을 봉쇄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봉쇄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우선 강도 높은 봉쇄 조치를 시행한 뒤, 접촉빈도가 낮은 사람에 대한 봉쇄 조치 해제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접촉빈도가 낮은 사람에 대한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시점도 접촉빈도가 높은 사람에게 달렸다”며 “의료진 등 접촉빈도가 높은 직업군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춘 뒤 지역 상점 등 접촉빈도가 낮은 직업군에 대한 봉쇄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결국 백신 접종도 직업별 접촉빈도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실제로 11월 공개된 다른 연구에서는 장소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비율이 달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10일자에 공개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파인 다이닝)이 감염 확산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장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트니스센터, 카페 및 간이음식점, 호텔 등 숙박업소, 영업을 제한한 식당, 종교 시설, 의료시설, 잡화점 등이 뒤를 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백신 접종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에도 직업별 접촉빈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음식점, 운동시설, 숙박업소 등의 경우 의료시설보다도 코로나19 확산이 쉬운 지점으로 나타났다. 두 연구 결과를 종합했을 때, 백신을 통한 방역망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의료진이나 고령자 외에도 접촉빈도가 높은 업소 관련 종사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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