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약 ·정책팀 최선재 기자
사진=제약·정책팀 최선재 기자

서울 압구정에 있는 대형 안과에 들렀다. 지인이 백내장으로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동행했다. 진료실 입구에는 수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도중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백내장 수술 직전, 의사가 환자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는 것.

귀를 의심했다. “인사치레로 형식적인 기도를 하겠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술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신께 호소하는 것을 환자들이 착각한 것 아닐까”라는 마음도 들었다. 그동안 몇 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의사를 단 한 번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인이 진료를 볼 동안, 근처 카페에서 다른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후 4시경 지인은 “수술에 들어갔다. 여기는 수술실을 보호자가 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 수술실이 있다. 병원 지하 1층으로 왔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이었다.

지하 1층에 내려간 순간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투명한 유리벽 안쪽으로 3명의 간호사와 의사가 수술을 준비하고 그 옆으로 지인이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다. 의사는 수술 준비를 마친 이후 수술대 옆에 앉아 기도를 시작했다.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모습이었다.

환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10초, 20초의 짧은 시간 아닌 1분 이상을 기도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술실 구조 덕분에 기도하는 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지인에게 전해 들은 기도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하나님 아버지, OOO 환자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시고 수술은 제가 하지만, 하나님의 능력과 권능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환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간절히 기도를 했다는 것.

수술 진행 과정도 커다란 모니터로 전부 공개됐다. 마취액을 주입한 순간 모니터를 통해 액체가 눈동자 안으로 퍼지는 모습이 나왔다. 그 이후 의사는 아주 작은 핀셋으로 인공 수정체를 집어넣었다. 인공수정체가 펼쳐지면서 자리를 잡는 장면이 보였다. 간호사가 의사에게 수술 도구를 건네주고 다른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목격할 수 있었다.

약 20분이 흘렀을까. 의사는 나를 향해 손으로 ‘Okay’ 표시를 그리며 활짝 웃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는 신호였다.

수술을 마치고 나온 지인은 “이런 의사 선생님을 처음 봤다”며 “교회를 다녀서 그런지, 하나님께 기도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고 깊은 신뢰와 안정감 속에 수술을 마쳤다. 꼭 종교가 없더라도 소통과 배려가 느껴져서 다른 환자의 만족감도 큰 것 같다. 수술 진행도를 말씀해 주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곳의 의사들은 그동안 수술을 진행할 때마다 수술대 앞에서 환자 이름을 부르며 간절히 기도를 해왔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런 모습을 투명한 유리를 통해 ‘있는 그대로’ 접할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의 차이 때문에, 오늘도 이 병원에는 환자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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