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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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가 클로로퀸에 이어 시장 퇴물의 수모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한다고 발표한 것. 일각에서는 약물재창출 방식의 치료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HO 소속 지침개발그룹(GDG)의 전문가 패널은 20일(현지시간) 영국의학저널(BMJ)을 통해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 목적으로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개발 중이던 항바이러스제다. 8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정식사용승인을 받았다.

WHO의 이번 발표는 증상의 경중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코로나19 입원 환자에 대한 입장으로 알려져 파문이 클 전망이다. 앞서 WHO는 10월 16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에 대한 효능 및 안전성을 검증하는 연대 실험의 중간 결과,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는 데 효과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GDG 패널 측은 “증거를 철저히 검토한 결과, 렘데시비르가 사망률 혹은 인공호흡기의 필요성이나 임상적 증상 호전에 필요한 시간 같은 다른 중요한 결과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며 “중요한 위해 가능성이 남아있고 비교적 높은 비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것(사용 중단)이 적절한 권고라고 판단헀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렘데시비르도 클로로퀸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클로로퀸은 원래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된 의약품으로, 프랑스에서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나온 뒤 3월 3일 FDA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긴급승인을 받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클로로퀸을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긴급승인 이후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클로로퀸의 성능이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FDA는 6월 16일 클로로퀸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을 취소했다. 클로로퀸이 긴급사용승인 취소 직전 보였던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그림자가 렘데시비르에서 엿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더구나 렘데시비르는 클로로퀸처럼 코로나19 치료 목적으로 개발한 의약품이 아니다. 렘데시비르의 경우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목적으로 개발 중이던 의약품이다. 두 약품 모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와중에, 코로나19 약물 재창출의 목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아낸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의약품 긴급사용승인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효과가 발견된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너무나 손쉽게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점이 문제”라며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처방해왔는데, 효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긴급사용 승인에 신중을 기해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약물재창출’ 방식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은 더욱 까다로운 절차를 거처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앞서의 전문의는 “대체로 약물 재창출은 원래 목적으로 쓸 때보다 효능 면에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렘데시비르도 클로로퀸처럼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치료제를 들여오고 추후에 치료 효과 논란이 일면, 전부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국민 세금으로 약가를 부담한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 당국이 긴급사용승인 제도를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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