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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진 도입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미프진 도입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11.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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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프진 도입, 안전성·접근성·자기결정권 모두 향상할 것
임신중단 관련 의료계 젠더 감수성도 개선해야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

사진. 김새롬 센터장

국정감사 이후 여성계에서는 갑작스레 약물 하나가 화두에 올랐다. 약의 이름은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 일명 낙태약으로 불리는 임신중단 약물이다. 임신중단에 대한 처벌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뒤 약물에 의한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임신중단 약물인 미프진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현재 미프진을 놓고 각계각층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는 난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의료계는 처방조제의 주체를 놓고 의·약사 갈등을 빚고 있고, 기독교계에서는 미프진 도입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장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제약업계에서 품목 등록을 신청한 적이 없다면서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팜뉴스 취재진은 임신중단과 여성 의료에 대해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지켜본 전문가,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을 만나 미프진을 비롯한 여성의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임신중절수술보다 안전성·접근성 뛰어나, 부작용 고려해도 도입 필요

김 센터장은 미프진에 대한 정확한 설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 센터장은 “미프진은 여성호르몬인 프로테스테론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 합성 스테로이드”라며 “임신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테스테론에 대한 경쟁적 저해제로 작동함으로써 자궁 수축과 자궁벽 소퇴를 유도하고 착상된 수정란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고 말했다.

미프진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지 않다.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미프진은, 임상 결과 초기 임신 중단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1987년 임신중단의 목적으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임신중단을 목적으로 한 미프진 처방을 합법화했다.

그렇다면 미프진의 부작용은 없을까. 김 센터장은 “미프진의 부작용을 어디부터 부작용이라 불러야할까”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이어 “미프진의 목적 자체가 자궁 수축과 자궁벽 소퇴 유도인 만큼 자궁출혈 자체는 어찌 보면 의도한 약리적 작용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보고된 부작용 중 자궁수축, 생리통보다 심한 수준의 복통, 소퇴과정에서 발생하는 9~16일간 부정기출혈은 약리적 작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라며 “호르몬 제제 특성상 사후피임약과 비슷한 구토, 두통, 메스꺼움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시판 이후 사후임상에서 피로감과 구역질이 50%, 발열이 40%, 구토·메스꺼움이 약 40% 보고됐다”고 말했다.

또 “다만 이 부작용들은 출혈을 제외하면 대부분 심각한 수준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2013년 미국·유럽 등에서 있었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입원을 통한 관리가 필요한 수준은 0.04~0.9%, 출혈로 인해 수혈이 필요했던 경우는 0.03~0.6%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미프진은 그렇다면 여성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김 센터장은 크게 두 가지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안전성이다. 일부 부작용이 있지만, 외과적 임신중절수술보다는 위험부담이 덜한 까닭이다.

김 센터장은 “수면마취를 하고 자궁에 기구를 직접 넣는 임신중절수술보다는 미프진이 훨씬 안전하다. 적어도 감염의 위험성은 훨씬 줄어든다”며 “사실 이는 우리나라보다도 개발도상국에서 훨씬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지만 개도국의 경우 위생적인 환경에서 수술을 받기는커녕 의사와 접견할 기회조차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비용 문제도 감당하기 어렵다. 미프진은 이들 국가에서 가장 필요한 임신중단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접근성이다. 임신중단 방법으로 임신중절수술만 존재할 경우, 임신중단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임신중단을 할 수 없다는 것.

김 센터장은 “예를 들어 고도비만이나 장애인 여성 또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 여성들의 경우 수술을 통한 임신중단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또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임신중단을 원하는 경우에는 폭력·협박 등 또 다른 안 좋은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런 경우에는 수술을 받기 힘든 상황에 놓일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 여성 자기결정권 확대에 도움 줄 것, 초기 가이드라인은 명확히 마련해야

김 센터장은 미프진 도입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가장 최근 있었던 성관계에서 피임을 하지 않은 경우가 42%에 이르렀다. 이는 외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며 “이외에도 스텔싱의 문제 등 우리나라에서는 피임을 하지 못해 임신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경우 여성에게 임신 지속을 선택할 자기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의 경우 학교에서 무료로 콘돔을 나눠주는 등 피임에 대한 교육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활성화돼있다. 심지어 캐나다 등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 피임이 가능한 이식형 피임제를 청소년에게도 허가해야한다는 의사들의 성명이 나왔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피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여성이 온전히 피임을 결정할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한 만큼 임신중단, 특히 내과적 임신중단 수단 도입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입법 추진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아쉬운 점은 없을까. 김 센터장은 ‘진료 거부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번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의사에게 최초로 진료 거부권을 부여한다. 임신중단에 한해 의사가 처방 및 수술 등을 거부하는 대신 임신중단을 원하는 임신부를 관할 보건소 내 임신 관련 상담기관로 인계한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250여개 기초지자체 중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곳이 50곳, 산부인과 자체가 없는 곳도 20여 곳에 달한다”며 “미프진은 투약 시기가 중요하다. 늦으면 늦을수록 임신중단의 가능성도 떨어지고 산모도 위험하다. 

또 “게다가 보건소는 그동안 이런 종류의 의료 연계 서비스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 임신중단의 경우 특히 복잡한 상황이 많다. 과연 전문의가 아닌 보건소의 수준에서 임신중단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미프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지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기 도입인 만큼 당장은 보수적으로 처방하되, 점진적으로 미프진 사용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센터장은 “초기 도입인 만큼 우리나라에 맞는 임상도 진행해야 하고, 우리나라 산모에 대한 안전성도 확인해야 한다. 캐나다나 아일랜드처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맞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그래도 산부인과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편이다. 이런 점들과 함께 임신중단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환자참여 연구 등을 통해 여성의 의견이 반영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의료계 젠더 감수성 및 여성 의약품 정책 부재도 문제”

김 센터장은  의료계의 젠더 감수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중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여성에게 2차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임신부가 임신중지를 고민하고 병원에 갔는데, 의료진은 임신부를 엄마로 호칭하고 심장소리를 들을 거냐고 묻고, 대답도 안했는데 심장소리를 들려줘서 트라우마가 됐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며 “심지어 임신중단을 이야기하면 ‘피임을 잘하지’라는 타박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이는 진료 전 간단한 초진 설문지만 거쳐도 충분히 막을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부인과 중 그런 곳이 과연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여성 의약품 정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여성을 위한 의약품 정책이 전무하다는 것.

김 센터장은 “약물이상사례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더 많이 보고된다. 남성의 약물 부작용은 복약지도를 안 지켜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의 경우 과다량 처방 등 부적절한 처방으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을 고려한 의약품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사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의약품 제조 기준이 대부분 남성에게만 맞춰져 있는 까닭”이라며 “단기간에 해결은 어렵겠지만, 사후 안전성 평가를 통한 남녀 부작용 데이터 모니터링으로 점차 개선해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리서치 포 올 액트’라고 해서 임상시험에서 남녀의 경우를 각각 보고하지 않는 경우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미프진 도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우리도 임신중단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원한다. 남녀 모두 피임을 철저히 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이 많다. 이미 영국은 임신중단의 70~80%가 약물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약물을 통한 임신중단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우리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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