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화이자 CI (좌) , 아스트라제네카 CI (우)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기대 이상의 예방효과를 보였다는 중간 분석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백신 명가’ 화이자가 특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임상 3상에 돌입한 아스트라제네카를 제쳤다는 분석이 들리고 있다. 

펜데믹의 시대, 코로나19 백신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우리 국민의 시선은 글로벌 빅파마(초대형 제약사)들을 향한다. 화이자, GSK 등 영문명을 지닌 제약사들의 이름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유한양행, 종근당 등 국내 제약사의 이름을 익히 들어온 점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의 ‘팩트’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더욱 힘든 까닭이다. 국내 기사들을 정독하고 또 탐독해도 ‘진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뉴스를 판별하는 ‘비판적인 시각’이 절실한 까닭이다.

지난달 27일, 뜻밖의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3상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이 노인층에서도 청년층과 유사한 면역반응이 나타냈다는 것. 국내 주요 일간지들은 이 소식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수십 개의 기사를 천천히 살펴보면,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대변인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노인과 젊은 층 사이에 면역반응이 비슷하게 나왔고 감염 후 중증 환자가 될 확률이 높은 노년층에서 부작용이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다”라는 내용인데 정작 이 같은 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는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기사들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효과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출처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라는 외신이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아스트라제네카 ‘복수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외신을 번역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지만 관련 임상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내용이 있는 미디어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구체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내용의 뉴스란 뜻이다. ‘데이터’ 즉, 자료와 통계는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임상 전문가(전문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노인들한테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데이터가 없다”며 “숫자에 기반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발표다. 노인 효과에 관한 내용은 백신을 맞았는지 위약군을 맞았는지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일종의 ‘코드 브레이킹’을 한 것인데 데이터를 함께 제시했어야 한다. 충분한 데이터 없이 하는 이야기를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최근 ‘같은’ 종류의 소식이지만 차원이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화이자는 지난 8일 미국 등 5개국에서 4만3538명의 임상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이 가운데 3만8955명에 대해 백신을 투여했다.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시험 참여한 이들 중 94명에 대한 ‘중간분석’을 진행한 결과, 백신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한 것.

위약 투여군에 비해 백신 접종군의 코로나19 감염율이 10% 미만이었다는 뜻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이후로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다. 16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최종 분석이 이어질 전망이다.  화이자는 내주경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상시험 참여자, 구체적인 수치, 안전성 모니터링 기간 등 구체적인 자료를 함께 발표했다.

앞서의 전문의는 “중간분석은 1차 유효성 평가의 다른 이름이다, 효과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라며 “보통,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검증할 수 있는 시점을 정해서 중간분석을 한다. 화이자가 4만 3000명 중 백신 투여가 약 70~80% 완료된 시점에서 중간분석을 했는데 예방효과가 90%면 기준보다 상당히 현저하게 높은 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 접종 이후 일주일 이상의 기간이 지난 이후 2차 유효성 평가를 해봐야 알겠지만, 남은 임상시험 기간 동안 예방효과가 50% 미만으로 떨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며 “일반적으로 1차 유효성 평가 자료로 FDA 긴급사용 승인요청을 할 수 없다. 2차 유효성 평가지표도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뜻이다. 심각한 부작용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나중에 엎어질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화이자가 얼마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후발주자’였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7월 영국에서 옥스퍼드대와 지원자 80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을 당시 화이자는 1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였다. 심지어 WHO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후보물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불과 수개월 만에 화이자가 가장 앞선 자리를 꿰찬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화이자 백신 개발 ‘노하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른 전문의는 “대부분은 화이자를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로만 알고 있지만, 백신 사업부서도 상당히 강한 편이다”며 “백신을 오래 개발해온 회사는 임상 디자인 자체가 치밀하고 다르다. 화이자의 항암제 임상 프로토콜이 다른 글로벌 빅파마인 로슈나 릴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수는 예측 불허하다”며 “환자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발생 빈도가 높은 곳으로 임상 환자를 추가시키는 면에서 화이자의 노하우가 작동했을 것이다. 백신 안전성 모니터링 경험이 누적된 점도 심각한 부작용이 없는 요인이다. 환자 모집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화이자의 백신 개발 역사는 1세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화이자 자료에 의하면, 화이자는 1900년대 초 천연두 백신의 상업적 생산에 참여했다.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예방을 위한 복합 백신을 최초로 도입한 주인공도 화이자다. 화이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13가 폐렴 구균 백신의 개발사다. 화이자의 백신 개발 역사가 100년에 달하는 까닭이다.

백신 파이프파인부터 임상 디자인을 아우르는 모든 영역에서, 화이자의 노하우가 이번 중간분석 발표로 이어졌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 3상을 빨리 시작했는데도 화이자에 중간분석 타이밍을 뺏긴 것은 경험 때문”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주력은 항암제지, 백신 개발 회사는 아니다. 때문에 신경학적증상으로 임상이 중단됐을 때 우물쭈물하면서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도 백신 임상 진행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을 전격 중단했다. 임상중단사유가 신경학적 증상(횡단성 척수염)으로 전해졌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임상 중단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FDA가 임상을 재개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보인 불투명한 태도가 임상 참가자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입장이다. (참고기사: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임상 중단 미스터리’)

더구나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개발 회사가 아니다. 그동안 주로 암, 심혈관, 신장 및 대사, 호흡기 질환 치료제 등을 개발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대표 제품은 타그리소, 임핀지, 린파자 등 항암제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최초의 도전에 가깝다.

앞서의 전문의는 “FDA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임상 환자 참여자 기준은 3만명”이라며 “임상 프로토콜 계획서를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3만 명, 화이자는 약 4만 명으로 잡았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가 신경학적 부작용에 대해 좀 더 투명하게 대응했다면 중간분석 타이밍을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화이자의 백신 역사와 노하우가 일종의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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