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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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출보고서 제도의 ‘대국민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제약 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영업사원들은 제약사가 의료진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신종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을 잠재적인 리베이트 범죄자로 취급할 수 있는 제도라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팜뉴스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을 들어봤다.

‘K-선샤인액트(지출보고서)’는 제약 또는 의료기기 업체가 의·약사들을 대상으로 경제적인 이익을 제공할 경우 그 지출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하고 제출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복지부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건네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마련했다.

# 미국, 국민들이 ‘낱낱이’ 들여다본다... 국내도 도입해야?

최근 복지부가 업체의 지출보고서 ‘대국민 공개’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복지부는 개선방안 자료를 통해 “업체의 지출보고서에 대한 책임감·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작성된 지출보고서의 대국민 공개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유사제도 시행 중”이라는 조사 결과를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판 ‘선샤인 액트’의 목적은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았을 때 생기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케어의 일환으로 2010년 법안이 통과돼 2013년 8월부터 발효됐다. 이듬해 미국 정부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 홈페이지를 통해 선샤인 액트에 관한 정보를 오픈 페이먼트 데이터(Open Payment Data)에서 공개했다.

미국에서 영업을 하는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및 구매대행 회사가 의사들에게 건당 10달러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경우, 이는 홈페이지에 낱낱이 공개된다. 이에 따라 미국인들은 기업이 의료인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이 특정 약물이나 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확보된 상태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은 CMS 홈페이지에서 제약사들이 1차 진료 내과·산부인과·피부과 및 기타 의사들에게 제공한 컨설팅 수수료, 스톡 옵션, 휴양지 여행 등을 조회할 수 있다. 미국 환자들은 CMS 홈페이지에서 ‘Find Your Doctor's Payment'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주치의가 어느 제약사로부터 매년 항목별로 어떤 경제적 이익을 받았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주치의에 대한 업데이트 사항을 메일로 전달받을 수 있다.

#의사 사회 강력 반발, 교수 개원의 ’시기상조‘

미국의 제도를 현행 지출보고서 제도에 적용해보겠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사회의 분위기는 폭발 직전이다. 미국판 션샤인 액트를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의사들을 잠재적인 리베이트 범죄자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비뇨기과 개원의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경우 깨끗하다.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며 “그런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약사 직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의사들 모아놓고 겨우 밥을 사는 것을 리베이트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세미나마저 하지 않으면 우리가 신약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놀러 다니며 사치스러운 접대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따라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경우 국민들이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 잠재적 범죄자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형 병원 의사들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수도권 지역의 종합병원 교수는 “제약사의 의약품 관련된 발표를 할 때 제약사가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자신의 회사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으로 비행기 표와 일종의 여비를 댄다. 기존의 지출보고서 제도에서 허용된 범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혀 불법이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미국의 ASCO(미국임상종양학회)를 위해 제약사가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고 암학회에 젊은 의학자들을 보내 달라고 하면 제약사가 그 돈을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부분이 공개돼도 전혀 상관없지만 정확한 설명이 없이는 국민이 그 내역과 취지를 알 수 없다. 오해를 살 공산이 크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마트깡‘ 못 잡는데 국민 대공개가 웬말?

업계의 분위기는 미묘하다. 먼저 지출 보고서 제도의 ’국민 대공개‘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복지부의 검토 자체를 평가 절하는 분위기다.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의 첨예한 갈등 탓이다.

한 영업사원은 “국감 때마다 지적이 되지만 복지부가 의지가 없다”며 ’더구나, 의사 국시 재허용 불허 등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의 관계가 최악의 국면의 치닫는 상황인데 지출보고서가 종국적으로 국민에게 공개될 리가 없다. 파업도 제대로 수습이 안 됐는데 지출보고서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마트깡’과 같은 신종 리베이트 사례가 비일비재하단 이유로 지출 보고서 제도의 극민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영업사원은 “현행 제도조차 무서워하는 영업사원은 없다고 본다”며 “제도를 피해서 리베이트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형제약사는 영업사원한테 인센티브를 3배 지급하는 방법으로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여전히 하고 있다. 100만 원짜리 제품을 팔면 그 이후 3개월 동안 300만원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 돈을 암암리에 의사에게 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소제약사들은 동네 슈퍼를 이용한다. 일종의 ‘마트깡’이다”며 “1만 원 이하의 판촉물 제공이 가능한 틈을 이용하기 위해 볼펜 1만원 짜리를 10개를 샀다고 허위 영수증을 끊는다. 영업사원이 10만 원을 주면 슈퍼 주인은 2만원을 제하고 8만원을 돌려준다. 지출 보고서에 애당초 잡히지 않는 금액인데 공개가 된다고 근절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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