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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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세상에서 ‘알약’ 소리를 활용한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화제부터 근육이완제까지, 알약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소리를 영상에 담는 유튜버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심지어 이들이 주사기로 연질캡슐 형태의 알약을 뚫어내거나 가위로 자르는 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약사 사회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은 유튜브 세상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다. ASMR 유튜버들은 얼굴이 등장하지 않아도, 귓가를 때리는 소리만으로 그동안 구독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톡톡’ 창문틀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 “쏴아아”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숲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심신이 안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알약 ASMR’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약튜버(약+유튜버) A 씨는 6월 1일 “ASMR, 파괴하다 알약”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 유튜버캡쳐
사진. 유튜버캡쳐1

영상 첫 장면은 알약(연질캡슐)들이 투명한 와인 잔에 담겨 있는 모습이다. 작은 집게가 와인 안 속으로 들어가서 약 사이를 휘젓는 순간 ‘타닥’하는 소리 들린다. 곧이어 화면이 전환하면서 수십 개의 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같은 소리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다. 파랑색, 빨간색 등 오색빛깔의 약들이 함께 어울어지며 흥미로운 소리를 내는 장면이 영상의 백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갈고리 모양의 핀셋으로 감기약의 포장을 찢는 장면도 압권이다. 핀셋이 포장지를 찢을 때마다 ‘치이익’하는 소리가 난다. 핀셋 끝으로 연질캡슐의 중간 부분을 ‘푹’하고 찌른 순간, 빨간 빛깔을 지닌 물약이 ‘톡’하고 터져 나온다. 그 약을 촛불에 태우는 장면이 등장하면, ‘지글지글’하는 독특한 소리가 들린다. 

유튜버 얼굴은 영상에 등장하지 않지만 시청자들은 반응은 뜨겁다. 한 시청자는 “알약을 쏟고 태우는 소리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고 감탄했다. 다른 시청자 역시 “알약을 집게로 잡아서 바닥에 떨어트리는 소리가 너무 좋다. 심지어 색깔도 영롱하다”고 덧붙였다. 영상의 조회수는 약 113만 건을 기록 중이다.

사진. 유튜버캡처2
사진. 유튜버캡처2

그렇다면 약튜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취업준비생 K 씨(28)는 “연질캡슐이 이렇게 귀여운 사물인지 몰랐다”며 “일단, 색이 투명하고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유리구슬을 관찰하듯이 계속 보게 되는 것 같다. 구슬 속을 계속 들여다보면 빠져드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데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잠도 잘 오는 것 같다”고 평했다.

유튜버 A 씨가 8월 21일 올린 “ASMR, 임플란트 받을래”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더욱 흥미진진한 장면이 나온다.

사람의 치아 모형이 영상 첫 장면이다. 뾰족한 칼이 어금니 하나를 ‘탁탁’ 두드리다가, A 씨는 어금니를 뽑고 그 안에 연두색 연질캡슐을 심는다. 뒤이어 핀셋으로 연질캡슐 표면을 찢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부우욱’하는 독특한 소리가 들린다. 알약 표면이 확대되면서 ‘SNR-SCL’이라는 제약사 브랜드 각인이 보이는 점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앞서의 K 씨는 “너무 신기했다. 치아 사이로 들어간 약들이 마치 끈끈한 물질인 슬라임처럼 보였다”며 “슬라임 관련 콘텐츠가 유튜브에서 인기가 많은데 집구석이나 있을 법한 약을 이렇게 활용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핀셋이 약을 찌를따마다 늘어나고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한없이 늘어져 있어도 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튜버 B 씨가 지난 3월 올린 “ASMR 알약으로 팅글(기분 좋은 소름)을 느낄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영상 조회 수는 80만 건을 돌파했다. 영상에서는 동화약품의 해열제 트리스펜을 포함한 연질캡슐 수십 개의 포장을 뜯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연질캡슐들이 탁자와 마찰을 일으킬 때마다 들리는 ‘타닥’하는 소리가 영상의 특징이다.

B 씨는 영상에서 가위로 연질캡슐을 계속 자른다. 가위에 잘릴 때마다 ‘지지직’하는 소리가 난다. 주황 빛깔의 알약 중간 부분에 주사기 바늘을 꼽는 장면도 압권이다. 바늘이 들어갈 때마다 ‘볼록’하는 소리와 동시에 연질캡슐 안쪽으로 공기 방울이 퍼진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M 씨는 “캡슐을 터트릴 때마다 안에서 액이 나오는데, 평소에 보는 알약모습과 달라서 신기했다”며 “약인데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 같다. 본질적으로 흥미를 자극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니까, 볼 때마다 안정감을 받는다. 친숙한 느낌의 원색들이 함께 나오기 때문에 약이 ASMR이 잘 어울리는 콘텐츠란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약사 사회에서도 약튜버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엿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제약사들마다 약의 형태(제형)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전략적인 투자를 한다”며 “그만큼 색이 다양하다. 물에 녹이면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약을 휴지통에 버리지 않는 이상, 약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긍정적이다.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암 환자는 알약을 보석처럼 전시하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며 “투병을 하다가 많은 치료비를 지출하고 자신에게 고가의 항암제들만이 남았는데, 그것이 어느 순간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만큼 약이 지닌 빛깔들이 심신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유튜브에서 충분히 인기를 끌 만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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