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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구관이 명관’ SK ‘신흥 명가’
녹십자 ‘구관이 명관’ SK ‘신흥 명가’
  • 최선재 기자
  • 승인 2020.10.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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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MO’ 쌍두마차, 코로나19 백신 위탁 ‘숨은 일인치’
녹십자, 통합완제관 전략적 투자 ‘결실’
SK, 세포 배양 백신 제조 기술 ‘결정적’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 체결 소식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코로나19 펜데믹 국면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숨은 배경’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GC녹십자는 ‘전통강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설비 투자를 늘려왔고 ‘신흥 강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 배양 기술을 다져온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들리고 있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과 8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와 백신 CMO(위탁생산), CDMO(위탁 생산 및 개발)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백스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파트너사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택한 것.

‘낭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GC녹십자는 최근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5억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 이상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 녹십자 역시 향후 CEPI의 지원을 받은 모더나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위탁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외에는 다른 중대형 제약사들의 백신 위탁 생산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춘 곳이 없으면 CMO 계약을 따낼 수 없다. 다른 제약사들은 불가능하다”며 “GC 녹십자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감 백신을 만든 백신 명가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뒤늦게 백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뼈대가 튼튼한 신흥 강자다. 과거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온 것들이 펜데믹 상황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원조 백신 명가 ‘노하우’, 코로나19 펜데믹 ‘적중’

실제로 GC 녹십자는 독감 백신 시장의 유일무이한 ‘전통강자’로 군림해왔다. 1983년, B형 간염 백신, 1993년 수두 백신에 이어 2009년 국내 최초로 독감 백신을 개발했다. 최근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4가 독감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허가를 얻은 곳도 녹십자다.

2005년 당시 대다수 제약사들은 백신 제조를 위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유지가 복잡하고 백신 생산시설의 관리에 고비용이 초래된다는 이유로 백신 제조 시설 건립 투자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녹십자는 당시 독감 백신 원료공장 입찰을 따냈다.

결국 연 최대 5000만 도즈 규모의 전남 화순공장 준공 시기,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으로 녹십자는 투자비용을 단번에 회수하는 ‘잭팟’을 얻었다. 백신 명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감행한 전략적 투자가, 글로벌 펜데믹 상황을 맞아 빛을 발한 것.

‘구관’이 ‘명관’인 걸까.

녹십자는 2016년 당시 통합완제관 구축을 위해 오창공장에 1000억 규모의 설비 투자 결정을 내렸다. 오창공장 인근에 백신용 통합완제관을 신축하고 화순공장에 있는 완제 설비를 오창공장으로 옮겨오는 것이 핵심이었다. 통합완제관은 백신과 혈액제제 완제 공정을 일원화한 생산시설이다.

중요한 사실은 통합완제관이 이번 코로나19 백신 위탁 계약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세계감염병혁신협과 맺은 이번 계약은 통합완제관이 맺은 것”이라며 “통합완제관은 백신 원료를 가져와서 바이알이나 주사기에 충전하는 방식으로 최종 완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통합완제관이 이번 계약 성사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세포 배양 백신’ 집중 투자, ‘신흥명가’ SK바이오사이언스

SK 그룹이 ‘백신 대전’에 본격적으로 참전한 시기는 2008년이다. 당시 SK케미칼은 인프라 구구축과 연구개발에 약 4000억 원을 투입했다. SK케미칼은 2012년 연간 최대 생산량이 1억 5000만 도즈에 달하는 안동공장 L 하우스를 설립했다. 독자적인 독감 백신 생산 설비를 구축한 것.

SK 케미칼은 세포배양 백신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2015년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출시했고 2016년 세계에서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을 상용화에 성공했다. 당시 약 500만 도즈의 공급 물량을 완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 SK케미칼은 ‘원조 백신 명가’ 사노피 파스퇴르와 세포배양 방식의 독감 백신 생산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도 올렸다. 그해 6월 SK케미칼은 백신사업 부문을 분사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한 이후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왔다. 

주목할 점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세포 배양 기술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안동 L하우스는 세포 배양 백신이 생산 가능한 국내 유일의 공장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동물세포에 주입한 후 증식된 세포를 따로 분리, 정제한다. 주로 동물세포로 원숭이, 개의 신장세포가 사용되는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수년 동안 다져온 세포 배양 백신 제조 기술이 코로나19 펜데믹 파고를 넘어서는, 일종의 ‘최종병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때문에 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 녹십자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마저 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자적인 백신 제조 기술과 생산공장이 없으면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은 어림없는 얘기”라며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을 할 때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력이 없으면 그야말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서로 궁합이 맞아야 움직인다. 이들 두 기업의 독주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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