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은 제약업계에겐 악몽 같은 한 달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독감백신 사태를 비롯해 집중포화를 맞은 까닭이다. 그중에서도 여야가 합심해 제약업계에 압박에 나선 ‘공동생동 제한’을 주목할 만하다. 여권에서 공동생동 제한 재추진에 나선 가운데, 야권에서도 자료제출의약품까지 공동생동 제한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에 대한 성장동력이 끊겨 오히려 제네릭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제약사들이 자료제출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공동임상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제네릭 1+3 허가 제한과 함께 자료제출의약품 허가도 1+3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후 국회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자료제출의약품이란 이미 허가된 의약품에 효능이나 용법·용량 등을 개량한 의약품을 말한다. 신약보다 개발비용이 저렴하고 성공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허가절차도 신약보다는 간소해 여러 제약사가 개발에 참여 중이다.

서정숙 의원의 발언은 정부가 추진 중인 ‘1+3 공동생동 제한’을 야당에서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제네릭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해 1+3 공동생동 제한 규제안 시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 4월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 권고로 무산됐다.

그러나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 공동생동 제한을 법제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9월 대표 발의하면서 재추진 바람이 불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13일 공동생동 1+3 규제안 재추진 여부를 묻는 서영석 의원의 질문에 “규개위에서 경쟁 제한 요소가 있어 공동생동 1+3 규제안을 철회 권고했다”며 “식약처는 이 제도에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며, 앞으로 심도 깊게 논의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재추진을 사실상 공언했다.

여기에 서정숙 의원의 자료제출의약품 1+3 공동생동 규제안까지 더해지면서 공동생동 규제는 사실상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영석 의원과 서정숙 의원 모두 약사 출신으로 여야에서 각각 보건의료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만큼, 두 의원의 입장을 통해 여야가 공동생동 규제안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와 여당에 이어 야당에서도 1+3 공동생동 제한 재추진을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이자, 제약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드러냈다. 특히 자료제출의약품 생동제한은 오히려 제네릭 쏠림현상을 조장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조신고의약품 같은 개량신약은 신약보다는 개발비가 덜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네릭보다는 개발비나 인력이 훨씬 많이 소모된다”며 “제조신고의약품까지 공동생동을 규제하면 제약사들은 차라리 개발비와 인력 소모가 덜한 제네릭을 택할 것이다. 제네릭 쏠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회사별로 자신에게 맞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공동생동 규제는 결국 제네릭과 개량신약·신약 개발 모두 전력투구하라는 방침”이라며 “상대적으로 재원과 인력이 모자란 중소제약사들의 타격이 더 클 것이다. 신약개발을 하자니 자원이 부족하고 제네릭을 판매하자니 규제가 발목 잡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분위기를 보면 정부와 국회, 여야의 방침이 같은 만큼 공동생동 규제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명분은 좋지만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현실적 괴리가 큰 상황이다. 사업성 악화 및 인력 집중 부재로 신약 개발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공동생동 규제안을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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