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고,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이내에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가 극에 달했던 지난 2010년 3월, 고(故) 이건희 회장이 경영 전반에 복귀하며 한 말이다. 이와 더불어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했다. 당시 삼성의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반도체를 이어 갈 차세대 먹거리 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고(故)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차세대 먹거리’로 성장한 것이다.

사실 삼성이 바이오·제약 산업으로 진출을 준비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국내 및 다국적제약사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해 삼성종합기술원에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 2011년, 바이오의약품 생산대행 전문기업(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었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 위주의 사업전략을 펼치면서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실제로 회사는 2016년에 1, 2공장을 합쳐 총 18.2만L의 생산 규모를 갖췄는데, 이는 당시 글로벌 CMO 업체 중에서 론자(26만L)와 베링거인겔하임(24L)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인천 송도에 4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바로 4공장의 어마어마한 규모 때문이었다.

삼바가 새로 짓는 4공장의 규모는 25.6만L로, 단일 공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2022년 말, 삼바의 총생산 규모는 62만L로 전망되며, 이는 세계 CMO 시장의 30% 수준이다. 2위 베링거인겔하임(47.8만L)과 론자(43.1만L)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이러한 사업전략을 바탕으로 삼바는 앞서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매출액 7015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한 규모이며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65% 증가한 917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실적을 넘어서 ‘1조 클럽’에 가입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3분기 실적만으로도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초과 달성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올 1~3분기 누적매출액은 7895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7015억원)을 앞질렀고,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 역시 2002억원으로 전년도 영업이익(917억원)을 넘어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호실적을 달성하면서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해졌다”며 “삼바가 올해 들어 수주한 위탁생산 계약은 1조 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수주 금액(3084억원)보다 6배나 증가한 수치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인 삼바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매출 765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3687억원)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창립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2019년 회사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1228억원이다.

올해 3분기에도 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3종(베네팔리, 임랄디, 플릭사비)의 올 상반기 유럽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했고, 특히 회사의 주력제품인 베네팔리의 3분기 매출액은 14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외부환경도 삼바의 ‘장밋빛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글로벌 CMO 기업들의 수주와 중장기 성장전망이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했다”며 “론자나 우시바이오(Wuxi Bi)와 같은 회사들의 주가와 기업가치가 고공행진 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삼바는 4공장 증설 확정으로 글로벌 1위 CMO 지위를 유지하므로 더욱 유리한 조건이다”고 분석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