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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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17세 고등학생이 독감백신 접종 이후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또 전북 고창에서도 70대 여성이 독감백신 접종 다음 날 사망하고, 대전에서도 20일 오전 10시경 민간병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82세 남성이 접종 5시간 만에 숨지는 등 사망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의료계는 정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문제가 됐던 백신을 전량 폐기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질병관리청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17세 남자 고교생 사망이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사례로 보고돼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학생은 지난 14일 정오 민간병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뒤 이틀 뒤인 16일 오전 사망했다. 사망한 학생이 접종한 백신은 최근 상온노출 사태로 논란이 된 신성약품이 조달한 백신이었다.

이후 전북 고창에서도 78세 여성이 오전 8시 30분경 민간병원에서 독감백신을 접종한 뒤 다음날 오전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또 대전에서는 20일 오전 10시경 민간병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82세 남성이 접종 5시간 만에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처럼 독감백신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주민은 “우리 가족 중에는 당장 무료 독감백신 접종 대상자는 없다”며 “독감에 걸리면 코로나19로 오해받을까 걱정돼 유료 백신을 맞기는 했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백신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는데 시중에서 맞는 백신은 더욱 관리가 안 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의 한 주민은 “질병청은 백신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접종을 재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자가 여러 명 발생했다”며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보여준 정부를 믿어왔는데, 신뢰가 단번에 무너졌다. 앞으로 보건당국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경기 이천시의 한 주민은 “물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독감이 더욱 위험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기는 하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는 없다. 고령이신 친정어머니도 맞으셨고 시어머니께서도 곧 맞을 예정이지만, 혹시나 부작용으로 잘못되면 어쩌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상온노출·백색 입자 등으로 문제가 됐던 독감백신들을 전량 폐기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백신은 화학적 처리로 이미 죽은 바이러스를 접종하는 사백신으로 국내에서만 매년 1000만 명 이상 접종하는 검증된 백신”이라며 “생산 당시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은 작다. 신성약품의 관리 소홀로 백신 상온노출이 문제가 됐을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백신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제공할 때에도 2~8도의 콜드 체인 유지를 생명처럼 여긴다. 날씨도 덥고 환경도 열악하지만, 콜드 체인이 깨지면 가차 없이 폐기한다”며 “정부 부처 중 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장 과학적인 자세를 갖고 냉정하게 결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보건당국이 확인했다는 ‘백신 안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확인했다는 안정성 검사는 원래 임상 중 검사하는 항목이지 만들어진 백신을 놓고 하는 검사가 아니다”라며 “또 검사라는 것도 모든 백신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단위 중 일부 표본을 검사해 전체 백신의 품질을 추정하는 것이다. 전체 백신이 모두 안정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독감백신을 둘러싼 지금의 사태는 결국 원칙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촌극”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트윈데믹에 대한 우려가 압박으로 작용했겠지만, 지금에서 보면 원칙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만 깎아 먹었다. 지금이라도 신성약품에서 유통한 백신 600만 도즈를 원칙대로 전량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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