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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비염 알레르기 치료제에 내려진 FDA 박스경고 ‘권고’의 의미
천식·비염 알레르기 치료제에 내려진 FDA 박스경고 ‘권고’의 의미
  • 김응민 기자
  • 승인 2020.10.1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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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지난 3월에 몬테루카스트 제제 부작용 경고를 ‘블랙박스’로 조정
의료진과 환자에 ‘경각심’을 심어주는 차원에서 내려진 조치
“과거부터 인지하고 있던 이상사례들…새로운 내용은 없어”

정재원 교수(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사진-1. 정재원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천식 및 알레르기 치료제로 널리 활용되는 ‘싱귤레어(성분명: 몬테루카스트나트륨)’ 신경정신과 이상사례에 대한 박스경고를 ‘블랙박스 경고(Black box warning)’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FDA 박스경고란 제품 설명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이상사례를 포함한 검은색 박스(Black box)를 삽입한 경고문이다. 이 제도는 약을 처방하는 의료진과 복용하는 환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천식과 비염 알레르기를 적응증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싱귤레어는 지난 2000년부터 국내에서 시판되기 시작했다. 1세 이상 어린이부터 천식에 사용할 수 있고 6세 이상 환자에게는 운동유발성 천식을 예방하는 목적으로도 처방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호흡기·알레르기 전문가인 정재원 교수(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를 만나 몬테루카스트 제제에 내려진 FDA의 ‘박스경고’ 권고의 의미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물어봤다.

≫ 지난 3월 몬테루카스트 제제 관련하여 FDA가 권고한 내용과 해당 발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08년 몬테루카스트 제제의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관련 검토 후 2009년 제품 설명서에 해당 이상사례와 관련한 경고문을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이후 미국 내 환자 단체(Patient Advocacy Group)와 ‘약물 안전성 및 책임을 위한 부모연합(Parents United)’ 등 여러 단체에서는 제품 설명서 변경 이후 실제 처방에 있어 의료진들이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이에 FDA는 싱귤레어 미국 승인일인 1998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수집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안전성 재평가를 시행하고, 환자 단체와의 회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안전성 재평가에서 새로운 이상사례에 대한 추가는 없었고, 보고된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와 몬테루카스트 제제와의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다.

다만,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내용이 기존 허가사항에 포함돼 있었음에도 환자들의 요청에 따라 몬테루카스트의 안전성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 점을 고려해, 의료진과 환자들이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정보를 ‘잘 인지할 수 있도록’ 박스경고(블랙박스)를 포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 환자 단체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하는지, 그리고 증례 보고가 이상사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환자 단체들이 제시한 근거들을 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로 보기에는 부족하다. 증례 보고는 의미가 있는 데이터이기는 하나, 정확히 외부 요인을 통제하는 임상시험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시판 후 발견되는 이상사례의 경우 해당 환자의 치료제 투여 간격이나 증상 발생상의 시간적 관계, 기저 질환, 치료제 중단 이후의 증상 개선 정도, 재투약 시 동일한 증상의 발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몬테루카스트는 이러한 후향적인 연구 결과 치료제와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의 인지를 돕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이다. 다만, 향후 실제 임상에서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어떤 조치가 이루어질지 아직은 추측할 수 없다.

≫ FDA는 류코트리엔 조절제(LTRA) 중 왜 몬테루카스트에만 박스경고를 권고한 것인가?

이는 FDA가 운영하는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 시스템(FDA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 FAERS)의 구조적인 면을 살펴봐야 한다.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몬테루카스트와 프란루카스트, 자피루카스트 등이 있는데 이 중 몬테루카스트 제제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FAERS의 감시 체계가 미국 내에서 허가된 약물에 한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프란루카스트는 일본에서 개발한 약물로 경우 FDA의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불가해 해당 약물의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프란루카스트 제품 설명서에 따르면, 신경정신 이상사례가 업데이트돼 있고 일반적 주의사항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강의를 진행하면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프란루카스트는 문제가 없냐는 점이었다.

이에 대한 의료진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류코트리엔 조절제는 같은 기전에 의해 작용하므로 몬테루카스트에 문제가 생길 시 동일 계통 모두 동일한 가능성이 있으며, 프란루카스트를 처방하더라도 박스경고를 대하는 자세는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2. 정재원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교수

≫ FDA 권고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최근 몬테루카스트 관련 신경정신계 이상사례를 관찰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연구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FDA는 2008년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몬테루카스트 라벨 변경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2000년 1월 1일부터 2015년 9월 30일까지 몬테루카스트 또는 ICS를 처방받은 6세 이상 환자 45만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환자의 89.9%는 라벨 변경 이후 치료제를 처방받았으며, 전체 환자의 1/3에서 정신 질환 병력이 확인됐다.

연구 결과, 몬테루카스트와 ICS 처방 환자 간 차이가 없었고 해당 기간 정신질환 관련 이상사례가 발생한 대부분은 과거 정신 병력이 있는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역시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와 몬테루카스트 제제 간 명확한 인과관계가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단, 한가지 당부할 점은 후향적 연구이기 때문에 무조건 이 약을 사용하라는 것이 아닌, 전후 사정을 따져보고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에서 보고되는 사례를 무시할 수 없으며, 특히 소아청소년 환자의 신경정신계 증상 같은 부분은 진료할 때 충분히 파악하고 보호자 또는 환자가 충분히 인지하고 파악해 약을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의 경우 대부분 서양인에게서 보고되었는데, 아시아인에게서 보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구권은 약물 이상 반응 평가나 보고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경우 약물 이상반응에 대한 보고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며 시스템 자체가 활성화돼있지 않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아시아권에서는 신경정신계 이상사례 반응을 보고하는 빈도가 적고 시스템이 활성화돼있지 않아 보고율이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까지 류코트리엔 제제 작용 기전이 인종마다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발표된 바가 없다.

≫ 소아 환자는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는 이상 이상사례를 발견하기 어려워 안전성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소아 대상 몬테루카스트 신경정신계 안전성 관련 자료가 있는가?

소아만을 따로 분석한 자료는 없다. 다만 2008년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에 대한 통합분석을 실시했는데, 이는 자살 경향이나 행동-관련 이상반응(Behavior-Related Adverse Experiences, BRAEs) 평가를 위해 특정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총 46건의 위약 대조 임상연구(15세 이상 환자에서의 연구 35건, 3개월~14세 소아 환자에서의 연구 11건)에서 BRAEs에 대한 통합분석을 시행한 결과, 몬테루카스트를 투여한 11,000여명과 위약을 투여한 8,000여명 중 적어도 한 건의 BRAEs가 보고된 환자는 몬테루카스트 2.73%, 위약 2.27%였다.

≫ FDA의 블랙박스 권고 이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의 변화는 없는가? 또한, 복약 지도 시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처방은 기본적으로 의사들의 재량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의 상황과 의견 등을 고려해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떤 의료진은 FDA 권고 이후에도 이전과 다름없이 치료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또 다른 의료진은 패치나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소아과 선생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전에 비해 보호자 질문이 많아져서 진료 시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아무래도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환자나 의사 모두 더욱 신경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어떤 약제든 이상사례는 발생할 수 있기 마련이므로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환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FDA 박스경고 권고로 몬테루카스트 복용을 무조건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갑자기 치료를 중단할 경우 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소아 환자 보호자는 아이가 짜증을 내고 잠을 못 자거나 강박증 및 행동 장애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증상이 관찰됐다면 발현 시기가 치료제 복용 이전인지 이후인지 등 증상의 변화를 파악 후 의료진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를 이어갈지 다른 약제로 변경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 시간에 환자의 심리 상태, 변화 등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답변해 줌으로써 혹시 모를 이상반응에 대해 대처를 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천식 및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치료제는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셨으면 좋겠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번 FDA 권고는 의료진 및 환자들에게 신경정신계 이상사례에 대한 인지를 돕기 위한 조치로 새로운 이상사례에 대한 추가는 없다.

이미 과거에서부터 인지하고 있던 이상사례들에 대해 조금 더 주의하고 혹시 모를 이상사례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차원에서 박스경고가 들어간 것이므로 불안해하지 마시고 꼭 의료진과 상의 후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정재원 교수 주요 약력-

現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보험이사
알레르기 내과 분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전임의
서울대학교 내과 전공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전문분야] 기관지천식, 알레르기비염, 만성기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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