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식약처 국정감사가 막을 내린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이의경 식약처장을 향해 화력을 퍼붓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의경 처장이 최근 백색 입자가 발견된 독감백신 사태 파악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벌어진 촌극이다.

심지어 여당 출신 보건복지 위원장이 야당 의원의 편을 드는 장면도 등장했다. 국감 현장에서 이의경 처장의 주식 보유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주인공도 여당 초선 의원이었다. 여(與)와 야(野)의 공격이 난무한 ‘이의경 식약처 국감’의 생생한 현장을 따라가봤다.

사진1. 이의경 식약처장 [출처=국회사진공동취재단]

# ‘의사 출신’ 신현영, ‘공격’ 앞으로

여당 의원들은 보통 국정감사 현장에서 ‘방어’를 담당한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국감 스타’의 몫도 야당 의원들의 차지다. 정부 여당의 실정을 부각하는 내용의 질의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수록, 자신의 가치가 한껏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현장에서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여당 소속인데도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갔다.

신 의원은 이의경 처장을 향해 “독감백신 출하 당시 불용성 미립자 실험 결과, 한국백신 제품 경우 10㎛(마이크로미터) 크기 이상의 불용성 미립자(백색입자)는 3043개로 다른 제품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25㎛도 51개로 다른 제품보다 많은 수준이다”고 강조했다.

신현영 의원에 따르면, 경북 영덕군 보건소에서 발견된 한국백신, 즉 이번에 백색입자 발견돼 회수된 백신의 미립자 수는 출하 당시 약 4000여개(10㎛) 였다. 영덕군 보건소에 보관된 백신 경우은 1만 5000여개로 증가했다. 출하 당시보다 현장에서는 4배 이상의 미립자가 발견된 것.

신 의원은 이같은 차이가 나는 이유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백색 입자와 불용성 미립자와의 상관 관계를 지적하는 방법으로, 식약처가 출하 당시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출하를 감행했다는 지적이다.

사진2.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출처=국회사진공동취재단]

일순간 이의경 처장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특정 원액과 주사기가 문제, 시간 흐름에 따라 백색입자가 더 생성된다”며 “물리적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종합적으로 분석된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의 질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식약처는 특정 주사기와 특정 원액의 반응으로 판단하는데, 문제가 됐던 어떤 성분이 백색입자를 유발하는지를 파악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의경 처장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어떤 성분인지는 아직 원인분석이 완료되지 않았다. 곧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답변했다. 백색 입자 발견으로 정부가 한국백신의 제품을 회수한 지 4일이 지났는데도 식약처가 근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점이 드러난 것이다.

# 여당 위원장마저 ... 이의경 처장 태도 ‘지적’

곧바로 야당 의원의 공격이 이어졌다.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은 “영덕군 보건소 보관품에서 발견된 백색 입자는 독일산 주사기와 함께 발견됐다”며 “독일산 주사기 2009만개 중에서 백신이 얼마나 사용됐나”라고 질의했다. 특정 주사기와 함께 사용된 한국 백신에서 백색 입자가 나왔다면, 다른 백신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의경 처장은 답변하지 못했다. 그는 “주사기는 사용된 개수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전 의원은 재차 “그것도 파악 안하고 있나”라며 “빨리 물어봐달라”라고 몰아붙였다. 그런데도 이의경 처장은 “자료가 있는데 가져오지 않았다. 잠시후에 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문제를 일으킨 주사기의 사용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

이뿐만이 아니다. 전 의원은 “지금까지 독감 백신 110만 도즈가 회수 또는 폐기됐는데 이는 100억원 가까이 되는 국민 세금이 들어간 것”이라며 “독감 백신이 부족하게 되면 누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처장은 추가 확보 방안을 마련했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의경 처장은 “올해 제조생산업자로부터 얼마 만큼 생산할 수 있는지를 조사중이다”고 답변했다. 전 의원이 재차 “아니...그래서 추가 확보 방안이 어떻게 되나”라고 날선 질의를 이어갔다. 이의경 처장의 표정은 또 다시 굳어졌다.

그는 “처 차원에서 조사했을 때 2964만도즈를 생산할 수 있다고 9월에 했는데 출하승인 신청 분량이 3004만개다. 40만 도즈 정도 더욱 많이 생산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머지 70만 도즈의 독감 백신 부족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김성주 민주당 간사(복지위 간사 자격으로 위원장 대행)이 나서서 이의경 처장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 의원은 “이의경 처장은 전봉민 의원 질문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을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0만개의 독감 백신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계획을 묻는 것이 전 의원의 질문이다”며 “여유 생산분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의경 처장이 “40만 도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럼 60~70만개 부족하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해야 이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여당 위원장이 나서  이의경 처장이 모호한 답변 태도를 꼬집은 것.

# 이의경 처장 ‘아킬레스건’? 여당이 먼저 찔렀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꺼낸 카드는 ‘이의경 처장의 주식 보유 논란’이었다. 강 의원은 국감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대표적인 인허가 기관인 식약처를 이끌고 있는 이의경 처장이 직무관련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 처장의 배우자도 해당 기업의 주식을 20만주 넘게 대량 보유하고 있었다.

10월 12일 종가로 계산해보면 10억 원이 넘는 규모다. 강 의원 측이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및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처장과 배우자는 A 기업 주식을 각각 6,400주, 219,136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A 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로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자회사들이었다. 자회사 B 기업은 음압병동 관련 기업이고, 자회사 C 기업은 마스크 소재 제조기업이다. 이 처장이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성이 아주 높은 기업들이라는 것이 강선우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안다”며 “배우자께서는 10억 원 규모다. 표면적으로 A 기업은 자동차 관련 회사 맞다. 하지만 문제는 자회사다. 자회사 중 B 기업은 음압병동 관련 기업이다. C 기업도 마스크 소재 제조기업이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강 의원이 촉발한 ‘주식 보유 논란’의 바통을 야당 의원이 받았다는 점이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이 처장을 향해 “식약처 직원 주식 보유 논란 이후, 처가 내부 주식거래규정 강화했다고 하면서 처장 스스로 편법적으로 주식 매매를 하면서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며 "A 기업 주식을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볼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여야가 총공세를 펼 때마다 이의경 처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처장은 강선우 의원의 1차 질의 당시 “백지 신탁 위원회에서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하지만 결국 오후 5시경 이 의원이 끈질기게 질의를 이어간 순간, 이의경 처장은 “저와 배우자가 보유한 A 기업 주식에 대해 주식백지신탁심의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의경 처장을 향한 여야의 ‘합동 공격’이 집요하게 계속됐다. 여당 의원이 공격을 하면 야당 의원은 ‘시간차 공격’을 했다. 여당의 방어 전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돌아서게 만든 ‘이의경 식약처’ 국감의 단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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