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 교수(왼쪽부터),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 <출처=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마이클 호튼, 하비 알터, 찰스 라이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바이러스를 발견하면서, C형간염 정복에 대한 길이 열렸다는 것. C형간염에 대한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는 시장에 등장해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노벨상은 바이러스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지만, 치료제를 개발해 C형간염 퇴치에 일조한 또다른 과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들이 노벨상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하비 알터 미국 국립보건원(NIH) 교수와 찰스 라이스 미국 록펠러대 교수, 영국 출신인 마이클 호튼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10월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들은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C형간염 정복에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성 간염의 일종으로 수혈이나 주사, 의료기구 등을 통한 혈관 침입 또는 성적인 접촉 등으로 감염될 수 있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환자의 80%가 만성 간염으로 이어져 간암·간경화 등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C형간염을 확실하게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까닭이다.

호튼 교수와 알터 교수, 라이스 교수 등 과학자들이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뒤, 제약회사를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연구팀이 C형간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매진했다. 이후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해 환자들의 치료를 도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조력자로는 ‘소발디’와 ‘마비렛’이 있다.

소발디는 소포스부비르(Sofosbuvir)을 주성분으로 하는 최초의 C형간염 치료제로 2013년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했다.

소포스부비르는 C형간염에 대한 첫 번째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C형간염의 완치율을 급격히 끌어올린 까닭이다.

바이러스 발견 이후 C형간염 치료에는 주로 인터페론을 이용했다. 인터페론은 면역단백질의 일종으로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진다. 하지만 단백질의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체내에서 줄어들어 약효가 뛰어나지 않았다. C형간염에 대한 완치율이 10% 정도에 그쳤다. 이후 반감기를 늘린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rivavirin)을 병용하는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1년 치료에도 완치율이 절반 수준이었다.

C형간염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은 실험실 환경에서 C형간염 바이러스 배양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실험실 환경에서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해야 신약성분에 대해 자유롭게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 약성분에 대한 자유로운 시험이 어려워지자,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인터페론을 써온 것.

하지만 랄프 바르텐슐라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시험관에서 배양한 간세포에 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인 RNA를 증식시키는 방법을 개발한 뒤, 라이스 교수팀을 비롯한 일본·미국 연구팀들이 속속들이 C형간염 바이러스 증식에 성공했다.

이후 2000년대 C형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연구가 활발해졌고,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소포스부비르 성분의 소발디 개발에 성공하면서 첫 성과를 냈다.

소발디는 2013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뒤 2014년 1월에는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만성 C형간염(유전자형 1~4형)에 대해 다른 약물과의 병행 요법으로 2015년 9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소발디의 성과는 대단했다. 소발디와 리바비린의 병용 요법은 2형 C형간염의 완치율을 95%(치료기간 12주)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고, 소발디와 다클라타스비르의 병용 요법도 1·3형 C형간염에 대한 완치율을 95%(치료기간 12~24주)로 끌어올렸다.

이후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소포스부비르와 레디파스비르를 배합한 신약인 ‘하보니’도 출시했다. 하보니의 경우 단독으로 사용해도 1형 C형간염에 대해 95%(치료기간 8~24주) 이상의 완치율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15년 10월 14일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다.

다만 소발디와 하보니는 모든 유전자형의 C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두 번째 게임 체인저는 ‘마비렛’이었다. 마비렛은 애브비가 2017년 개발한 C형간염 치료제로 모든 유전자형에 대응할 수 있는 최초의 치료제다.

마비렛 개발은 C형간염 치료에 화룡점정을 찍은 격이었다. C형간염이라면 유전자형 구분 없이 단독 처방만으로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데다가,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나 C형간염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까닭이다. 또 마비렛의 경우 치료기간도 8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마비렛은 개발 이후 2017년 1월 미국 FDA로부터 혁신의약품으로 지정, 신속 허가되면서 시장에 빠르게 정착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1월 식약처의 승인을 받았고, 올해 1월 1일부터는 모든 유전자형의 C형간염에 대해 급여가 적용되면서, 본인부담 30%로 치료가 가능해졌다.

다만, 치료제 시장과 달리 백신 개발에 대해서는 아직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내과 전문의는 “소발디나 마비렛 등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로 C형간염 완치율은 높아졌지만,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문신이나 피어싱 시술 등으로도 감염이 가능한 만큼, 혈액이나 체액이 섞일 수 있는 상황을 조심하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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