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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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팀이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포유류 중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쥐를 통해 전파된 코로나19가 인수공통 감염병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양이나 유인원 등 동물들도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학계는 코로나19 방역망에 동물도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리스틴 오렌고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구조 및 분자생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양이나 유인원 등을 비롯해 다양한 포유류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10월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모델링 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달라붙을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세포 위 결합 부위인 ACE2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확인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진입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단백질과 안정적인 결합 복합체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인간 외 215개 다른 동물들의 세포가 지닌 ACE2 단백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할 때 안정성이 인간에 비해 얼마나 강한지 비교 분석했다. 만약 어떤 동물 세포의 ACE2 단백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안정성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숙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포유류 26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인간 못지않은 결합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이들 중 양과 유인원(침팬지·고릴라·오랑우탄·보노보 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강하게 결합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일부 동물의 ACE2 단백질에 대해 보다 상세한 구조 분석을 진행했다. 이후 이를 다른 실험 데이터와 비교해 어떤 동물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지 예측했다.

그 결과, 대부분 포유류가 잠재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개·고양이 등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과 소·돼지 등 농장에서 키우는 축산동물, 심지어 동물원에 전시 중인 포유류는 모두 잠재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조류나 어류·파충류 등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알려진 동물 감염 사례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결과다. 고양이나 개·밍크·사자·호랑이 등 동물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고, 실험실 연구에서는 흰족제비와 원숭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이들 중 특히 유럽에서 발생한 밍크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4월 5월, 7월 네덜란드의 밍크농장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밍크가 나오면서 해당 농장의 모든 밍크가 살처분됐다. 또 스페인에서는 5월과 7월 밍크농장에서 근무하던 인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진 뒤 10만 마리 이상의 밍크가 살처분된 바 있다.

오렌고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동물과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동물에 대한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반려동물과 축산동물의 경우 인류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만큼 더욱 철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감염 사례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확산 방지를 위한 격리 조치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동물발(發)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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