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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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가 최근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중단한 사건이 발생했다. 곧바로 임상이 재개됐지만 의문의 시선이 팽배하다. 임상 중단 사유로 알려진 ‘횡단성 척수염’이 위험천만한 신경학적 질환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데도 영국 정부가 단기간에 임상을 재개했다는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난 7월경에도 횡단성 척수염 때문에 임상을 중단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횡단성 척수염이 두 차례 발생했는데도 임상을 강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아스타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사실상 실패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들린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묵묵부답이다.

지난 6일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과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과정에서 참가자 중 한 명이 심각한 중증 이상 반응을 보인다는 이유로 임상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뉴욕타임즈(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참가자의 진단명이 ‘횡단척수염’이라고 앞다투어 보도했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불과 4일 만에 임상 시험을 재개한 것.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에 이어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도 3상 임상에 다시 돌입했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동시에 시험 참가자들을 향해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신경 관련 증상이 백신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을 확인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횡단성 척수염’은 단시간에 안전성을 판단할 만큼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

횡단성 척수염은 척추뼈 속에 있는 척수에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수는 척추뼈 속에 자리한 신경세포다. 신경세포에 염증이 발생하면 척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감각 이상이나 운동 저하 등이 생기고, 몸의 특정 부위가 마비될 수 있다. 초기에 치료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거나 증상이 심하면 하반신 마비 등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식약처 전직 임상 심사위원은 “횡단성 척수염 같은 신경계통 질환은 부작용 중에서도 아주 심각한 편에 속한다”며 “건강한 사람이 암 발생률이 높은 비만치료제를 먹을 필요가 없듯이 척수염이 생길 위험성을 감수하고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만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향후 한 건이라도 더 발생하면 허가가 어림없을 정도로 중대한 부작용”이라고 강조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이전에도 횡단성 척수염으로 임상을 중단했다는 정황이 보인다는 점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을 재개하는 동시에, 지난 7월경 한 지원자가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을 일으켜 백신 임상시험이 중단됐지만, 백신과 관련이 없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팜뉴스 취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는 7월 12일 참가자들을 향해 “코로나19 시험에 참여한 한 명의 참가자는 횡단성 척수염이 발생했다. 의학적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원인은 확실하지 않지만 조사 중이다”라는 내용의 공지문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발성경화증으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그 참가자의 초기 증상이 횡단성 척수염이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횡단성 척수염은 재발시 다발성 경화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척수를 둘러싼 수초란 물질이 벗겨져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고 신경 세포가 죽는 질환으로, 이는 척수 염증으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3상 과정에서 횡단선 척수염 증상을 보인 참가자가 그 이후 다발성 경화증으로 최종진단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네이처 연구 저널도 최근 비슷한 취지의 보도를 했다. 지난 25일 네이처 저널은 “7월에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정보지에 따르면, 그 참가자가 처음에 횡단성 척수염 증상을 보인 것으로 보고됐을 때 임상 시험이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의하면 그 사람이 나중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차례의 임상 중단이 횡단성 척수염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관련 증상이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3상 중단 이유와 질병명 역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횡단성 척수염 사례가 두 건 발생했다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단순히 백신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넘어갈 수 없다. 1만명 정도 참가한 임상에서 2건이 발생했다면, 수천만 명이 백신을 투여받았다고 가정할 때 횡단성 척수염이 수천명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임상 재개 결정을 보류한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세계 곳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임상 3상이 재개됐지만 FDA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1~2개의 사례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임상시험 중 교통사고로 다리 골절같이 명백히 관련이 없는 건이 아니라면 신경학적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정부가 임상 재개 결정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위험천만한 백신이 탄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백신 개발은 최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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