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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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가 임상시험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상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면서, 진행에 치명타를 입었다. 제약업계는 정상적인 임상 진행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원론적 태도를 고수하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경상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팀은 코로나19가 임상시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문을 대한의학회지(JKMS) 9월 7일자에 게재했다. 조사 대상자는 글로벌 임상시험 수행기관(CRO)에서 근무하는 임상시험 프로젝트 관리자(CPM) 140명 및 국내 상위 25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상위 25개 제약사 중 절반 이상인 13개 제약사가 임상시험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거나 예정된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조사에 응한 CPM 105명 중 약 43%가 코로나19가 임상 진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제약업계 현장의 목소리는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약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상시험 진행에 일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고, 많은 제약사가 실제 임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A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시험은 종류에 따라 통원 임상도 있고 중·경증 환자에 대한 임상,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 등 다양하다”며 “임상시험에 대한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질환별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원환자 모집이나 관찰이 필요한 시험들이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반면 중증질환자 임상은 주로 입원환자가 많아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사들은 임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환자 내원의 어려움을 지목했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임상시험 설계나 임상 의약품에 적절한지 사전 검사도 필요하다”며 “현재 코로나19로 병원 내원에 제한된 부분이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임상시험의 대부분을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데, 이들 병원에 선별진료소가 대부분 배치돼 있어 임상시험 진행 시 까다로운 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상시험 대상자뿐만 아니라 제약사 관계자의 일반적인 방문도 어려워, 임상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며 “대상자 모집부터 데이터 관리까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임상 참가자 모집이나 투약 상황 설명 등 임상시험 관리에서 원활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전했다.

C 제약사는 “환자모집은 분명 차질이 있다”며 “모든 제약사가 현재 똑같이 겪는 문제일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환자모집과 병원 내원 등을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임상이 시기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임상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임상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앞서의 A 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에 필요한 임상 참가자들의 이동이나 의료기관 방문이 상당히 제한된 상태”라며 “환자모집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편도 축소돼 임상약 수송부터 글로벌 대응까지, 전반적인 관리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상이 연기되고 중단되면, 제약사 입장에서 의약품은 상품이기 때문에 예상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거니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환자들도 예상한 시기에 치료를 못 받을 수 있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의 C 제약사 관계자도 “임상시험이 난항을 겪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임상 참가 및 병원 내원 등을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대규모 임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업계는 이미 정부에 ‘SOS’를 요청한 상황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4월 23일 ‘코로나19 업종별 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임상 지연 및 원료 수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한 것.

당시 회의에 참석한 유한양행 조욱제 부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연구목적의 임상 기관 방문을 원활하게 하는 조치를 마련해 주길 희망한다”며 “신약개발은 속도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간 협의를 통해 임상시험 물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유경상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도 동의했다. 제약업계의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라는 것.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임상 문제가 대두했다”며 “현재까지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환자등록에 어려운 것도 있고 임상용 대조약 구매도 전 세계적으로 항공물류가 막혀있다. 임상용 의약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정부에서 임상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에 언급하지 않았다”며 “저희가 요구한 것 중에 제약사들이 임상에 투자한 비용에 대한 세재 혜택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 있다. 제약사들이 매출에 10%를 임상에 투자한다고 하면 사실상 손실을 감내하면서 투자를 하는 격이다. 제약 산업 및 연구 활성화 차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세액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는 임상 지원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임상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아직 수립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협의체를 구성해 환자모집 등 임상시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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