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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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들 사이에서 ‘4가 독감 백신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질병관리청이 4가 백신 수요 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보건당국은 충분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추석발 백신 대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인플루엔자, 독감과 관련해서는 보통 50% 이상의 접종으로 유행을 관리하는 게 이론적인 배경”이라며 “전 국민의 57%가 접종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 물량이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4가 독감백신 생산물량은 약 3000만 명분이다. 이중 무료접종 물량은 약 1900만명이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독감의 동시 감염(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무료 접종 백신 대상을 확대한 결과다. 나머지 1100만 명분은 유료접종 물량이다.

문제는 유료접종을 위한 4가 백신 물량이 없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4가 백신 물량이 동났다”며 “이비인후과 소아과 의사들에게는 독감 백신이 ‘한철장사’나 다름없다. 병원마다 독감 유행 시즌 동안 1000개만 팔아도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는데 4가 백신이 없는 상황이다.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저쪽은 주고 나는 안주냐’는 식의 의사들 신경전도 치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구나 이비인후과 환자들은 백신이 없다고 하면 다른 병원을 간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환자 부족 때문에 경영도 어려운데 백신도 없는 상황이라 이비인후과들이 단골 환자도 놓치고 있다. 4가 백신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덧붙였다. 4가 독감 백신 생산물량이 충분하다는 정부의 입장과 의료현장의 온도차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의료기관들도 아우성이다. 영등포구의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환자예약은 되어있는데 예약환자 물량도 맞추기 어려운 정도다”며 “국가 공급분도 갖다 주는 것이 원활하지 않고 제약사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다. 주거래처에서 일부 물량은 받았지만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 사태의 장본인이 질병관리청이란 얘기가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무료 접종 대상 확대와 동시에 무료 접종 백신을 3가에서 4가로 상향 조정했다. 3가 백신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2종(H1N1, H3N2)과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예방할 수 있는 항원을 지니고 있다. 3가 백신에 또 다른 B형 바이러스 1종(야마가타) 항원을 추가한 것이 4가 백신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부가 트윈데믹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4가 백신 접종을 무료로 해버려서, 건강한 청년들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시그널을 줬다”며 “트윈데믹 때문에 불안한 2030대들이 비급여로 4가 독감 백신을 맞고 있다. 정부는 충분한 물량이 있다고 하지만 유료접종 물량은 전혀 아니다. 질병관리청이 2030세대 수요예측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일선 의료기관들이 국내산 4가 백신 부족 사태로 인해
더욱 높은 가격의 수입산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송파구의 한 내과 관계자는 “비급여 대상자들이 많이 오고 있다. 환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며 “국내 백신은 거의 소진됐다. 수입산으로 접종 중이다”고 밝혔다.

2030대 등 유료접종 대상자들이 사노피 파스퇴르도 4가 독감백신 ‘박씨그리프테트라주’ 등 더욱 고가의 수입산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초기 수요 예측 실패한 부분을 인정했지만 전체 백신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질병관리청 백신 수급과 관계자는 “독감 백신 접종 시기는 보통 10월인데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저희가 독감 백신 유료 접종분이 초기에 몰리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비싼 수입산 중심의 유료접종 물량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주의깊게 살펴 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코로나19에 대비해 독감 백신 물량을 2400만 도즈에서 2900만 도즈까지 생산을 늘려 전체적인 공급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추석을 기점으로 2900만 도즈가 민간에 순차적으로 풀린다면 추석발 대란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질병관리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이 트윈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무료접종 대상을 확대하면서 정작 백신 수요조차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며 “보통 추석 10월 중순경에 백신을 엄청나게 맞는데, 그때가 되면 백신 대란이 분명히 일어난다. 그때쯤이면 2030세대 등 건강한 성인들은 더욱 높은 가격으로 백신을 맞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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