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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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조제 활성화 법안이 5년 만에 국회에 재등판했다. 대체조제의 이름을 동일성분조제로 바꾸고 통보 대상을 처방 의사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약사 사회는 숙원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환영의 의사를 밝혔지만, 의사 사회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제약업계는 의·약사 양쪽의 눈치를 살펴야한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대체조제 활성화의 취지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약사법에 명시된 ‘대체조제’라는 용어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대체조제 후 사후통보 대상을 처방 의사에서 심평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시행되면, 약사들은 대체조제 시 해당 병·의원 대신 심평원에 대체 사실을 통보하고, 심평원이 약사 대신 대체조제 사실을 병·의원에 통보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해당 개정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국회 입성을 시도했다. 2015년 19대 국회 당시에도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번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 의원과 대한약사회장을 검찰 고발하는 등 격렬하게 반발했고, 결국 해당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약사 사회는 개정안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대체조제를 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해당 병의원에 직접 통보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의·약사 간 갈등이 종종 발생한다”며 “대체조제 사실을 심평원을 통해 전달할 경우 의·약사 간 갈등이 줄어들고 대체조제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대체조제라는 말 자체에도 어폐가 있었다. 대체는 조금 못한 것으로 바꾼다는 부정적 뉘앙스를 품고 있는데, 제네릭(복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완전히 같은 성분이라고 인정한 약품”이라며 “대체조제의 이름을 동일성분조제로 바꾼다면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제네릭 사업도 함께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선 약사들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에 뿌리 박힌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를 해결할 열쇠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나는 실제로 리베이트로 인해 피해를 봤던 적이 있다.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찾아와 같은 건물의 의사가 자기 회사의 약을 쓰기로 했다면서 약을 들여놓아야 한다고 소위 ‘갑질’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며 “의료계에 만연한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의사의 처방권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들이 리베이트 등 불법적 이유로 함부로 대체조제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체조제 사실을 심평원에 통보한다고 해도 어차피 병원으로 전달되는 까닭”이라며 “약가가 가장 낮은 약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어차피 제네릭은 식약처가 인정한 동일성분이다. 대체조제를 한다고 해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사 사회는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처방권에 대한 침해이자, 의약분업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며 “의사가 약을 처방하는 데는 임상 경험 등 여러 이유가 따른다. 하지만 대체조제가 쉬워진다면 약사들은 자신이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약만 쓸 가능성이 크다. 의약분업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의사들의 시선이 공공의대·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의 잘못된 보건정책에 쏠려 수면 아래에 묻혀있지만, 발의된 개정안이 좀 더 알려진다면 의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의는 “불법 리베이트를 줄이기 위해 개정한다고는 하지만, 실상 영업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넘어갈 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약사 출신인 서영석 의원이 약사 챙기기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우선 말을 아꼈다. 의협 관계자는 “해당 사안을 현재 의협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면서 “다음 주 중 발의된 개정안에 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약업계는 오히려 부담이 늘었다는 반응이다. 반쪽짜리 개정으로 의·약사 양쪽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이중고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사법을 개정해도 의사가 특정 제품을 처방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제네릭이 많다는 약계 특성상 대체조제가 활성화하면 약사도 의사 못지않은 권한을 가진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사와 약사 양쪽에 자기 약을 써달라 설득해야 한다. 이중고가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결국 의·약사 간 알력 다툼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의사의 처방권을 성분명으로 제한한다면 모를까, 현재 개정안만 놓고 봤을 때 자칫하면 의·약사 간 알력 다툼에 휘말릴까 염려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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