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라젠 CI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거래재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지난 7월 한국거래소 앞에서 펼친 시위를 비롯해 2인 릴레이 시위, 임시주총 관련 전자투표 독려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심지어 새로운 경영진에게 동기 부여를 위한 스톡옵션 제안도 ‘먼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에 기술특례상장 업체로 선정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항암제 개발 회사다. 회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펙사벡’은 전임상 시험 과정에서 여러 암종에 효과를 보였고, 특히 다른 면역 항암제들과 병용요법 활용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실제로 신라젠의 주가는 2017년 말에 최고가인 152,300원을 기록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권고로 회사가 진행하던 펙사벡의 간암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이 조기 종료되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주들이 ‘멘붕’에 빠진 사건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신라젠 전(前)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회사의 주식거래가 지난 5월 4일부로 정지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는 유령회사를 통해 자기자본 없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가진 채권) 350억 원어치를 매입해 신라젠 주식 1000만 주를 확보했고, 신라젠 상장 이후에 156만 주를 팔아 1000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에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지난달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 상태다.

주목할 점은 신라젠 주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미들의 재산권’이 묶이면서 그들이 겪는 고통의 시간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약 17만 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전체 주식량의 8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소액주주 연대인 ‘신라젠비상대책위원회’의 이진혁 간사는 “일부 투자자들 중에는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타격을 입은 사람들도 있다”면서 “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크다. 자영업 특성상 수입이 일정치 않은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신라젠 주권 회복 및 거래 재개 촉구 집회 모습

실제로 신라젠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982명 중 절반이 훌쩍 넘는 73%가 주식 거래정지 및 코로나19 여파로 이중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액주주들은 생계비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금전적 도움 요청 48%(468명) ▲노후적금 해지/자산처분 등 기타 14%(140명) ▲전·월세 이동 9%(86명) 순으로 응답했고 ▲대리운전 등 부업을 한다는 응답도 27명(3%)이나 있었다.

또한 거래정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려되는 피해로는 ▲생계위험 지속 43% (418명) ▲생계 및 가정파탄 24%(239명)로 나타났고 ▲극단적인 선택 고려한 응답도 4%(41명) 나왔다.

앞서의 이진혁 간사는 “신라젠의 거래정지는 부당하게 이뤄진 것이라 생각한다”며 “회사가 상장 전에 발생했던 일들에 대해 지금 시점에 이르러서야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조속한 거래재개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는 7일 개최될 임시주주총회 안건 중에 삭제된 주식매수선택권부여(스톡옵션)는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먼저’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간사는 “새로운 경영진과 임직원이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좀 더 동기를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주주들이 조건부 스톡옵션을 제안했다”며 “하지만 사측이 거부했다. 경영 안정화를 취한 후, 그에 대한 보상을 받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신라젠 관계자 역시 “일부 주주 단체에서 스톡옵션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면서 “그러나 지금 시점은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일 때라고 판단했다. ‘선(先)조치 후(後)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여 해당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라젠 개미’들은 거래재개를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진혁 간사는 “지난 18일부터 거래재개 촉구를 위한 2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 중이다”며 “태풍이 심했을 때를 제외하곤 계속하고 있다. 시위 기간은 1달로 정해놨지만, 상황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온라인상에서도 전자투표를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주들을 독려하고 있다”며 “일부 주주들의 경우,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부분도 함께 신경 쓰고 있다. 비록 주총 안건이 전부 통과된다고 해서 100% 거래재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라 생각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신라젠은 오는 7일 오후 2시에 서울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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