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핵심 산업으로 지목한 제약 산업의 고용 시장이 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제약사들은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축소할 전망이다. 관련 제약사들에 입사를 노리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3대 신산업으로 선정했다”며 “ 2030년까지 제약·의료기기 세계시장 점유율 6%, 500억달러 수출, 5대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하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제약사들의 채용 시장은 지난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2019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박람회'에서는 6200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제약바이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9개 업체는 상반기에만 3117명의 인력을 선발했다. 하반기에도 2187명을 추가로 선발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반면 올해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코로나19의 거듭된 재유행으로 주요 제약사들이 공채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의 큰손’ 한미약품은 상반기 공채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안으로 하반기 공채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직 공채 인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수시채용을 통해 필요 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공채는 영업부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등 영향을 감안해 효율적인 채용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동제약도 다르지 않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약국영업을 포함한 상하반기 대규모 채용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깜깜 무소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시 채용만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대규모 공채 계획은 없다”며 “코로나19 영향과 내부적인 상황 때문에 수시 채용 규모도 적을 예정이다. 조만간 수시 채용을 위한 온라인 설명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제약도 마찬가지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상하반기 박카스 마케팅, 일반의약품 영업직을 포함한 대규모 공채를 진행했다. 올해 5월에도 공채를 진행했지만, 하반기 공채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공채일정을 정하지 않았다”며 “하반기 수시채용은 진행하지만 공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각 부서의 필요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제약사 영업직을 희망하는 취준생들은 울상이다. 취준생 A 씨는 17일 대형 포털 사이트의 카페 게시판에 “최근에 제약사 신입을 채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영업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 한미 유한양행 같은 회사는 신입을 뽑는 것 같지 않다. 경력이 없는 취준생은 제약회사 입사를 포기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B 씨도 “어디든 신입을 많이 안 뽑아서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중외제약도 지난해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영업직 등 대규모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공채 계획을 따로 잡지 않았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공채 계획은 없다”며 “상반기에도 필요한 부문을 수시 채용했고. 하반기 따로 계획은 없다. 다만 코로나 19가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확실한 계획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진약품은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수시 채용과 별개로 공채 계획을 짜고 있지만, 일정을 확실히 언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공채를 진행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는 하지 않았다. 다만, 하반기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공채로 진행할지, 수시 채용으로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업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약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청사진이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제약 바이오 협회 이재국 전무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제약사들의 채용 계획을 판단해야 한다”며 “기존 인력도 재택근무를 하는 비상 상황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일자리 박람회 등의 행사를 통해 공격적으로 채용에 나서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산업이든 코로나19의 충격파가 상당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기업에 일자리 창출에 대한 부담을 줄 수 없다”며 “이번 고비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K-바이오의 위상을 감안했을 때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를 통한 공동출자 전략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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