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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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치료제 ‘로아큐탄’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된 이후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들이 해외직구 쇼핑몰을 통해 로아큐탄의 주성분인 ‘이소트레티노인’ 불법 의약품을 버젓이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사 처방 없이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을 개인이 직접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소트레티노인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과거 전력’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우려가 상당한 상황이다. 하지만 관세청은 안일한 입장을 보였고 식약처는 묵묵부답이다.

스위스 로슈사의 로아큐탄은 ‘이소트레티노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오리지널 약이다. 1980년대 초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복용한 제품이다. 2002년 특허 만료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형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여드름약’이란 키워드를 입력하면, ‘로아큐탄’이 연관검색어로 등장한다. 그만큼 로아큐탄은 여드름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처방된 여드름 치료제였다.

사진=아큐파인
사진=아큐파인

이소트레티노인은 여드름을 유발하는 피지선의 과다분비를 억제하는 성분이다. 1982년 미국에서 ‘아큐탄’이란 이름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6년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기형아 유발 등 심각한 부작용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미국 시장에서 자진 철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로슈 측은 ‘로아큐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1993년 한국 시장에 진입했지만 태아 기형 등 부작용과 관련한 식약처의 안전성 조치를 앞두고 2019년에 철수했다. 수많은 안전성 논란을 일으킨 문제의 제품이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일본 보건당국은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들어간 오리지널 제품은 물론 제네릭도 승인하지 않았다.

더욱 큰 문제는 여드름 환자들이 최근 로아큐탄과 같은 성분의 여드름약 ‘아큐파인’을 해외직구를 통해 무분별하게 구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해외직구 쇼핑몰이 ‘여드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광고 문구로 환자들을 유혹 중이다.

국내 시장에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제네릭 제품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탓에 의사 처방 없이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의료계에서는 해외직구를 할 경우 환자들이 복용량을 임의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피부과 전문의 A씨는 “이소트레티노인은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처방해야하는 약이다”며 “부작용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약 복용 기간 동안 간 기능, 혈액, 콜레스테롤 등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흔한 부작용으로 피부, 안구, 구강 건조증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소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도 복용하면 문제 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며 “아큐파인을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으로 구매해서 복용하면 안 되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오리지널 로아큐탄 10mg 복용법의 초기용량은 하루 체중 1kg당 0.5mg이고 유지용량은 1일 0.5mg~1.0mg 또는 2.0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저용량은 1일 1회, 고용량은 1일 2회 복용이 가능하다. 치료기간은 16~24주다. 치료중단 이후 재발로 인해 다시 복용하려면 8주간 휴약기간을 가져야 한다. 그만큼 복용법과 용량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해외직구 쇼핑몰의 홍보문구를 살펴보면 환자가 스스로 본인 상태에 따른 용량을 조절하기에 애매한 문구가 많다.

A 해외 직구 쇼핑몰 ‘아큐파인’ 판매 페이지는 “복용 개시하고 3개월 이상 경과해도 개선이 없을 경우 용량을 늘려야 한다”며 “16~24주 복용기간 이후 70%이상의 증상의 개선이 이뤄지면 그 시점에서 치료를 종료한다”고 홍보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여드름 정도에서 개인차가 있고 그 약에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 상태에 따라 하루 1번 복용 또는 2번 복용을 조절해야 하는 성분이다”며 “개인이 조절하면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약사는 “해외직구는 대량구매가 가능하다. 환자 본인이 임의로 알약을 조절해서 몇 개월치를 복용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2주치 처방이고 1달 이상 처방 내린 병원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세청은 해외직구를 통해 들어오는 아큐파인 등 불법 제네릭 의약품 단속에 ‘뒷짐’을 지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수입 건수만 해도 2700만건이다”며 “의약품 성분이나 품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저희가 거르지 못할 수 있다. 자가소비용인 경우 100% 검사하기에 물리적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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