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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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서 ‘안티 백신’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각국 보건당국의 수장들은 비과학적인 형태의 ‘백신 회의론’으로 치부하지만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티 백신’에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안티 백신’의 여론이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회사 갤럽에 따르면, 7월 20일부터 8월 2일까지 18세 이상 미국인 7632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35%가 “코로나19 백신이 무료라 해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캐나다도 다르지 않다. 캐나다의 앵거스 리드 연구소가 성인 1519명을 대상으로 7월 23일부터 이틀간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2%가 “백신 접종을 보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 접종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도 14%였다.

코로나19 백신 전문가들은 이들을 ‘반과학적인 정서’를 지닌 사람들로 규정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놀랄 만큼의 많은 비율의 사람들에게 반 과학, 반 권위, 반 백신의 정서가 퍼져있다. 사람들에게 백신의 진실을 교육하려면 할 일이 많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펜데믹’ 시대, 확진자는 벌써 2000만명을 돌파했다. 앤서니 파우치 소장의 언급처럼, 설문조사로 노출된 ‘백신 거부자들’은 무지몽매한 사람들처럼 비칠 수 있다. 전염병의 시대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황금열쇠를 스스로 거부하겠다는 것이 비합리적인 주장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티 백신 여론’의 ‘숨은 일 인치’를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백신 개발은 아무리 시간을 짧게 잡아도 5년~10년이 걸린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불과 수개월 만에 효과성과 안전성을 사실상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임상시험 3상에 돌입했다. 거의 1년 만에 백신이 출시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행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의 안전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일반적인 감염병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코로나 백신 개발 형태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개발 기간을 단축했을 때 그것이 어떤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 자체가 없다. 안티 백신 여론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의 ‘장밋빛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온 분위기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향한 가속 페달을 밟는 중이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10월 출시를 목표로 3만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3상에 돌입했다. 전 세계 각국 정부의 수장들은 ‘우리가 개발했으니 전부 맞으면 나을 수 있다’며 ‘백신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글로벌 빅파마들의 3상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3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이 안전성을 자신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3만명씩 글로벌 임상이 성공한 경우에도 백신을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100명 중에 70명이 항체가 생겼다면, 백신 효과가 70%만큼의 유효성이 있다고 추정할 순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복불복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은 일반적인 의약품과 다르다”며 “의약품의 부작용을 보고하는 시스템과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은 분리돼있다. 그만큼 백신에는 특별한 부작용들이 있다는 뜻이다. 백신 투여 후 발생하는 부작용은 심각한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백신 투여 이후 1년 이상 장기간을두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아무리 급해도 이런 절차들이 너무 축약된 느낌이 있어 걱정이 된다”고 설명했다.

‘데자뷔’일까. 2009년 4월 신종인플루엔자(H1N1) 팬데믹이 터진 이후,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6개월 뒤 CNN 방송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3%는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시사주간 ‘포쿠스’의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78%가 “예방접종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실제로 백신의 위험성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009~2010년 당시 영국을 포함한 47개국의 3000만명 이상이 글락소스미스 클라인(GSK)의 신종플루 백신인 팬뎀릭스를 접종받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펜뎀릭스' 접종 아동이 또래들보다 기면증을 발생 위험이 최대 1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결국 펜뎀릭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WHO는 “팬뎀릭스와 다른 신종플루 백신과 기면증의 상관관계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며 “기면증 위험도 증가 현상은 과거 인플루엔자나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 접종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펜뎀릭스는 전부 회수됐고 영국 정부는 피해자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해 6300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앞서의 전문가는 “펜뎀릭스는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단기간에 개발된 백신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은 플랫폼이 전혀 없는 새로운 백신이다. 전문가집단이 안티 백신 여론을 단순히 음모론 또는 미신론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임상기간을 단축한 것이 백신의 안전성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거나 설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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