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대한약사회가 의약계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근절 대안으로 ‘제네릭 상표명 불허’를 제시했다. 제네릭의약품의 상표명을 없애고 제약사명과 성분명만 표시하자는 것. 하지만 제약업계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로비의 대상이 병·의원에서 약국로 옮겨갈 뿐, 리베이트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약사회는 29일 공문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리베이트 근절 대안을 제시헀다.

이날 공문에 따르면, 약사회는 불법 리베이트 근절 대안으로 위탁제조 및 공동생동 관련 제네릭 품목허가 개선, 제네릭 상표명 불허 정책, 제네릭의약품 약가제도 개편 등 제네릭 의약품 난립 방지 대책과 제약영업 대행사(CSO) 관리 강화를 위한 법규 개정 등을 거론했다.

권혁노 약사회 약국이사는 “불법 리베이트 제공방식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진화하고 있어 처벌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의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며, 문제의 근원인 제네릭 난립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약사회가 선보인 대안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제네릭 상표명 불허’다. 말 그대로 모든 제네릭의약품의 이름을 제약사명과 성분명으로 통일하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의 제네릭의약품의 경우, 현재 한미약품의 ‘팔팔’, 삼익제약의 ‘발탁스’, 삼진제약의 ‘해피그라’ 등 다양한 상표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제네릭 상표명 불허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후 모든 제네릭의약품은 상품명을 ‘제약사명+실데나필’으로 통일해야 한다.

제약업계는 약사회의 ‘제네릭 상표명 불허’ 대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보냈다. 대형제약사든 중소제약사든 다들 ‘우리가 더 손해’라는 반응을 보인 것.

익명의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대형제약사의 경우 그동안 브랜드를 통해 쌓아온 신뢰가 있는데, 상표명을 못 쓰게 한다면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진다”며 “약사회의 제안이 현실화한다면, 대형제약사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상표명이 사라진다면 중소제약사로서는 아무래도 공격적인 브랜드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은 있지만, 제품명이 회사-성분명으로 통일되면서 상대적으로 대형제약사의 제품으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도 있다”며 “유불리를 당장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헀다.

이어 제약업계는 약사회의 대안에 업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지적헀다.

앞서의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는 같은 제네릭을 만들더라도 무수물로 만들거나 복합제로 만드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 또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더 효과적으로 홍보할 방법을 찾는다”며 “뿐만 아니라 제네릭을 만들 때 생동성 시험이나 비교 용출시험 등 제약사가 투자해야 하는 노력이 적지 않다. 약사회의 대안은 이런 제약사들의 노력을 모두 간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약업계는 제네릭의약품의 상표명을 막는다고 의약계의 불법 리베이트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의사를 향한 리베이트 로비의 대상이 의사에서 약사로 바뀔 뿐, 불법 리베이트의 행태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앞서의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약사회의 의견은 그동안 약사회가 주장해온 성분명 처방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모든 제네릭의 이름이 똑같다면 성분명 처방에 명분이 더해질 가능성이 큰 까닭”이라며 “하지만 성분명 처방이 이뤄진다면, 리베이트의 대상이 병·의원에서 약국으로 옮겨갈 뿐, 실질적으로 리베이트를 막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앞서의 대형제약사 관계자도 “현재 의사가 약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 의사-제약사 간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것인데, 약사에게 약 선택권이 돌아간다면 이 문제가 약사-제약사 간 리베이트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순히 제네릭 가짓수를 막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