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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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중화항체’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치료제 생산과 백신 개발 모두 중화항체와 연관성이 깊은 까닭이다. 최근 싱가포르 연구팀이 코로나19 환자의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서, 치료제와 백신 생산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싱가포르 듀크-싱가포르국립대(NUS) 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코로나19 환자의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기존보다 더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네이처 생명공학 7월 2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중화항체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몸속에 침투했을 때, 병원체에 결합해 감염성·독성 등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악영향을 중화하고 세포의 감염을 방어하는 항체를 말한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막아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패인 셈이다.

중화항체는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양쪽에서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선 혈장 치료제나 항체 치료제는 중화항체를 기반으로 한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대량 수집한 뒤 혈장 속 코로나19 중화항체를 농축한 것이다. 항체 치료제는 완치자 혈액 속 중화항체를 선별한 뒤, 해당 항체를 생산하는 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함으로써 대량 생산한 것을 말한다. 혈장 치료제와 항체 치료제 모두 결국 중화항체 농축액인 셈이다.

백신 개발에서도 중화항체는 매우 중요하다. 개발한 백신 후보의 효용성을 파악할 때,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쓴다. 최근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주목받았던 것도 백신을 투여한 임상시험 대상자 전원의 혈액 속에서 중화항체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역학조사 등에서도 쓸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검출방법은 시간과 장소, 모두 제약이 있었다. 현재 중화항체 검출에는 실제 바이러스를 이용하는데, 분석 시간이 2~4일이나 걸린다. 또 연구소 내 공기 외부유출을 차단하고 방독면과 보호복을 착용하는 등 생물안전도(BSL) 3등급 수준의 여건을 갖춘 연구시설에서만 검사할 수 있다. 국내에는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약 60여 개의 BSL3 시설이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리인’을 내세웠다. 바이러스를 대체할 수 있는 가짜 바이러스를 통해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도록 계획한 것.

연구팀은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숙주 세포 수용체 ACE2로부터 정제한 RBD(receptor binding domain)를 이용해 모조 바이러스 시스템을 제작했다. RBD는 바이러스가 스파이크 단백질이나 수용체 등의 끝부분으로 숙주 세포와 직접적으로 결합하는 부위를 말한다. 연구팀은 항체가 바이러스의 RBD에 결합해 바이러스-숙주 간 결합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나 세포 없이도 중화항체의 생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1~2시간 이내에 중화항체 생성 여부를 검출할 수 있고, 병원체 격리용 캐비닛이 있는 BSL2급 연구시설에서도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국내에는 약 1000여 개의 BSL2급 연구시설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와 중국 난징 내 코로나19 완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를 특이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에 대해 99.93%의 특이성과 95-100%의 민감도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체와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거의 완벽하게 구분해낸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왕린파 싱가포르 듀크-NUS 의학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이 기존 시스템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시·공간적 제약을 크게 줄여줄 수는 있다”며 “광범위한 감염사태가 발생했을 때 코로나19 역학조사를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도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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