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국가가 다른 점포와 마찬가지로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를 봤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직간접으로 방문한 약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다. 동선 공개로 상호명이 노출된 약국은 손님이 줄고 경영이 악화됐다.

심지어 방역 지침을 준수했는데도 상호명 공개로 경영상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약국도 있다. 대한약사회도 방역당국의 지침이 상당히 아쉽다는 입장이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관할 지자체는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11일 행정안전부는 5월 신용·체크카드로 사용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병원과 약국 매출이 5월 둘째 주 1조 3157억원에서 넷째 주 1조 6260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약국이 있는 건물에 방문하거나 약국을 찾은 약사들의 증언은 정부 발표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팜뉴스 취재진이 21일 서울 인근 4곳을 방문한 결과 이들 약국이 재난지원금 효과를 체감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와 영등포구 인근 약국 2곳은 건물 내 확진자가 발생한 사례였다. 지난 5월경 확진자가 다녀간 A약국의 약사는 “빌딩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약국경영에 피해가 극심했다. 재난지원금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빌딩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후유증이 여름 내내 갈 것 같다. 죽을 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3월경에 확진자가 방문한 B약국은 아직도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약국의 약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 인근 병원에서 소아과 처방전을 가지고 오는 손님이 80% 정도 빠졌다. 거의 포기상태였다”며 “물론 지금은 좀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영향인지, 코로나19 여파인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손님들의 숫자는 적은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마포구 인근 약국 2곳은 상호명 노출로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최근 확진자가 다녀간 C약국 측은 “상호명 공개로 엄청난 피해를 겪었다”며 “마포구청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옆 병원과 우리 약국에 확진자가 다녀갔는데, 전수조사 당시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엘리베이터는 물론 병원 내에서도 환자들이 전부 마스크 착용 중이었다. 심지어 벗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는데도 동선공개라는 명분으로 구청이 느닷없이 상호명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게 얼마나 불합리적이고 무책임한 공격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런 비합리적인 조치로 우리 약국은 1번, 병원은 확진자가 이전에 방문해서 상호명이 2번이나 노출됐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아 직원들도 검사를 해야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C약국 측이 마포구청에 강력 항의한 결과 구청 측은 상호 비공개 방침을 결정했다. 기존의 방침을 뒤집은 것, 하지만 22일 현재 C약국의 상호명은 여전히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C약국의 약사는 “병원 직원들도 격리당하지 않은 상태였다. 우리처럼 방역만 하는 곳은 상호명이 올라가지 않도록 구청이 뒤늦게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마저도 비겁한 조치다. 처음부터 자신들이 불합리한 지시를 해놓고 약국만 피해를 당한 셈이다. 온라인에서 약국명은 지금도 쉽게 검색된다”고 강조했다.

‘숨은 속사정’도 찾을 수 있었다. C약국 관계자 증언에 의하면, 해당 확진자의 부모가 격리된 이후 검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확진자는 부친의 약을 타기 위해 약국을 방문했다, 심지어 당시 확진자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 거리두기를 한 상태였다.

앞서의 약사는 “며칠 전 확진자와 부모님이 다 함께 퇴원을 했다”며 “단골손님들이었는데 ‘미안하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여러 번 보냈다. 애초에 질병관리본부와 마포구청이 이런 상황을 만들면 안됐다. 표적을 잡고 패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괘씸한 부분이 또 있다”며 “약국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건소에 찍히면 앞으로도 안 걸릴 게 없을 것 같다. 마치 낙인을 찍듯이 비겁하게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비공개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불만이 많다. 경영상 피해도 회복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경 적극적인 방역 조치를 취한 약국도 상호명 노출로 피해를 겪었다.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자 중 한 직원이 방문한 마포구 인근의 D약국이다. D약국은 상호명 공개 이후 방역에 신경을 쓰기 위해 ‘확진자 방문 공고’를 한 달 동안 문 앞에 게시했다.

D약국의 약사는 “우리약국을 방문하고 일주일 후 상호명이 발표됐다. 방역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문 앞에 공지를 했다”며 “사람들이 오히려 공지를 보고 깜짝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미 일주일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없었다. 그런데도 한달동안 거의 영업을 못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측도 해당 지자체나 방역당국의 상호명 공개 방침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 대한 정보공개를 바로 할 경우 피해가 크다”며 “지자체 판단에 따라 공개 여부가 일관적이지 않은 점도 문제다. 더구나 확진자 방문 당시 방역지침을 준수했는데도 약국명을 공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질본 관계자는 “지금은 약국명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상호명 노출이 되지 않는 쪽으로 지침을 개정했다. 확진 환자의 이동 경로 등 정보공개 안내(3판)를 통해 관련 내용을 6월 30일자로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불식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한편, 팜뉴스 측은 마포구청에 22일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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