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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하나만으로도 제2의 탈리도마이드 사태 막는다?
분자 하나만으로도 제2의 탈리도마이드 사태 막는다?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7.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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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바스대·서울대 연구팀, 나노입자의 광학적 비대칭성 확인 신기술 개발
기형아 1만 명 초래한 탈리도마이드 사태도 광학적 비대칭성 때문

우리나라와 영국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이 소량의 입자만으로도 손쉽게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해당 연구가 제약 분야에서 제2의 탈리도마이드 사태를 막고, 안전한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실험실에서 손쉽게 원하는 약물을 합성하는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바스대와 서울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나노미터(nm·1nm는 10억 분의 1m) 단위 물질의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 7월 20일자에 발표했다.


광학적 비대칭성이란 같은 물질로 이뤄져 있지만, 분자 특성상 입체 구조가 다른 경우를 말한다. 마치 거울에 비친 것처럼 같아 보이지만 절대 같을 수 없는 구조로, 두 물질 관계를 광학 이성질체 혹은 거울상 이성질체라고 부른다.

분자의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하는 것은 제약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약물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합성하고자 하는 물질의 광학 이성질체도 함께 합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분자의 광학적 비대칭성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까닭이다.

광학적 비대칭성의 중요성이 알려진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탈리도마이드’가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독일에서 개발된 약품으로 진정제·수면제로 쓰였다. 특히 임산부의 입덧 완화 효과가 탁월해 1950~1960년대 유럽에서 입덧 치료제로 널리 쓰였다.

하지만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이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후 연구를 통해 탈리도마이드의 광학 이성질체에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탈리도마이드 제제에 섞여 있던 광학 이성질체가 태아의 혈관 형성을 억제해 사지 형성을 방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장애를 겪은 신생아만 전 세계 1만 명 이상이었다. 이 사실이 밝혀진 뒤 탈리도마이드는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제약사들은 위와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광학 이성질체를 확인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도 광학 이성질체 의약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를 관리하고 있다. 제약 분야에서 광학적 비대칭성에 따른 부작용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약 200년 동안 물질의 광학적 비대칭성은 말 그대로 광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확인하고자 하는 시료를 용액 상태로 만든 뒤 분광기를 통해 편광에 대한 흡수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광학적 비대칭성을 가진 물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감도가 약하고 비효율적이어서, 일정량 이상의 시료가 있어야만 관찰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직접 개발한 HRS-OA(hyper-Rayleigh scattering optical activity) 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미세한 액체방울 속 150nm 크기의 금 나노입자가 가진 날개 구조의 회전 방향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것.

사진 1. 연구팀이 개발한 HRS-OA 기술의 모식도, 제공=벤티슬라프 발레프
사진 1. 연구팀이 개발한 HRS-OA 기술의 모식도, 제공=벤티슬라프 발레프

금 나노입자의 날개 구조는 회전 방향이 시계 방향이냐 반시계방향이냐 따라 광학적인 구조가 달라진다. 나노미터 단위 입자의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험실에서 원하는 약을 소량으로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벤티슬라프 발레프 바스대 물리학과 교수는 “앞으로 소량의 시료만으로도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해, 불순물 없이 원하는 형태의 물질만 생산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며 “나아가 분자 하나만 있어도 손쉽게 분자의 광학적 비대칭성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로 참여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취재진과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광학적 비대칭성 측정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나노물질 합성에 영감을 줄 것”이라며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광학적 비대칭성이 약효와 직결되므로 측정의 감도와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기술이 제약산업 발전과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사진 2. 연구팀은 HRS-OA 기술을 활용해 금 나노입자의 날개 구조의 회전 방향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제공=벤티슬라프 발레프
사진 2. 연구팀은 HRS-OA 기술을 활용해 금 나노입자의 날개 구조의 회전 방향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제공=벤티슬라프 발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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