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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제약, 에스컬레이터 無 ‘뜨악’ 출근길 
유유제약, 에스컬레이터 無 ‘뜨악’ 출근길 
  • 최선재 기자·오현경 기자
  • 승인 2020.07.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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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폭염의 시대’, 주요 제약사 ‘역세권’ 출근길 체험기 ‘상’편 
광동제약 본사, ‘그늘’ 없는 ‘고난의 행군
중외제약 수액처럼 쭉쭉 뻗지만...

‘폭염의 시대’가 도래했다. 무더운 여름 탓에 땀이 뚝뚝 떨어지는 출근길이다. 직장인들은 태양 아래 걷고 또 걸어야 한다. 상의가 땀에 흠뻑 젖으면 곧바로 ‘퇴근 본능’이 발동하지만 그래도 축축한 옷을 에어컨에 말리고 종일 일해야 ‘사는’ 것이 ‘프로 출근러’들의 숙명이다.

그렇다면 국내 주요 제약사 ‘출근러’들의 현실은 어떨까. 제약사 직원들은 회사가 ‘역세권’에 있어도, 매일 아침 태양의 십자포화를 뚫어야 한다. 자동차를 타고 출근하는 임원 신분이 아닌 이상,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와 본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이들의 ‘루틴’이기 때문이다.

팜뉴스는 궁금했다. 지하철역에 도착한 제약사 직원들이, 즉 고위직에 올라가지 않는 이상 ‘뚜벅이’란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의 출근길이 얼마나 덥고 고통스러운지를 체험하고 싶었다. 제약사별로 같은 ‘역세권’이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직원들이 흘리는 땀의 양은 차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팜뉴스’ 취재진은 종근당 등 유명 제약사가 위치한 본사부터 인근역까지 도달하는 걸음수 등 주변 환경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본사 직원들이 이번 여름에 겪을 더위의 크기를 체험해보고 싶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심층 기획이다. 그 전말을 공개한다. 

>유유제약, 에스컬레이터 無, ‘뜨악’ 출근길 

시계방향으로 왼쪽 하단부터 약수역 10출구 전경, 광고판, 본사 사진
시계방향으로 왼쪽 하단부터 약수역 10번출구 전경, 광고판, 본사 사진

지난 17일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은 22도씨(℃), 낮 최고 기온은 32도씨(℃)였다. 그야말로 아침부터 푹푹 찌는 폭염 날씨였다. 지하철 안은 에어컨 바람이 나왔기 때문에 더위를 잊을 수 있을 수 있었지만 지하철 6호선 안내 방송과 함께 ‘유유제약’이란 키워드가 귓가를 때린 순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아이러브 유유, 유유제약으로 가시려면 10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약수역에 도착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듣는 안내 방송이다. 유유제약 본사 직원들 역시 방송을 피할 수 없다. 지하철 안에서 겨우 자리를 잡아 등골에서 올라오는 서늘한 기운을 만끽하며 출근길 아침잠에 들더라도, ‘아이러브 유유’라는 목소리가 들리면 유유제약 직원들은 바로 잠을 깨고 쏜살같이 6호선 자동문 밖으로 튀어나갈 채비를 마쳐야 한다.

이날 10시경 팜뉴스 최선재 기자와 오현경 기자도 같은 방송을 듣자마자, 약수역 5-4 출입구 앞에 내렸다. 방송 탓에 지하철 10번 출구부터 유유제약 본사는 마치 ‘지척’처럼 느껴졌다. 취재진은 “유유제약 출근러들은 어차피 10번 출구에 본사가 있으니, 한결 편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쾌재를 불렀다. 가벼운 마음으로 약수역 첫 계단을 올라서기 시작한 이유다.

‘109걸음(성인 한사람 기준)’을 걷고, 29계단을 올라 10번 출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면 또 계단이 나왔다. 끝도 없는 계단의 행렬 탓에 점차 등에 땀방울이 맺혔다. 두 기자가 지쳐갈 때쯤 ‘유유제약이 10번출구에 있다‘는 내용의 광고판이 등장했다. 하지만 광고판 옆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하늘을 향해 뻗은 51개의 계단이 기자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유유제약으로 가시려면 10번 출구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이 시사하는 ‘희망’이 절망으로 꺾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서울대입구역 바로 앞에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있을 것 같은 종류의 ‘희망고문’이었다. 약수역 10번출구에서 유유제약 본사는 에스컬레이터의 도움없이 오로지, 걷고 또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장소였다. 

마지막 계단을 오른 뒤 10번 출구에 도착했다. 10번 출구 왼편으로 유유제약 본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 ‘535걸음’ 그리고 129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 결과였다. 등에는 이미 손바닥 만한 크기의 땀자국이 새겨져 있었다. 매일같이 129계단을 오르며 땀을 쏟아내야, ‘유유제약 출근러’의 자격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광동제약, ‘그늘’ 없는 ‘고난의 행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대역 14번출구, 광동제약 본사 전경, 인근 거리 모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대역 14번출구, 광동제약 본사 전경, 인근 거리 모습

팜뉴스 취재진의 다음 행선지는 ‘광동제약’. 광동제약 출근러들의 시작점은 교대역이다. 14번출구 쪽에 본사가 있기 때문이다. 유유제약과 달리. 광동제약 본사에 대한 지하철 안내방송이나 광고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총 115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에스컬레이터’를 전혀 탈 수 없었다는 것이 유유제약과의 공통점이었다. 

14번 출구를 향하는 마지막 계단은 무려 51계단이었다. 구두를 신은 출근러들에게 가혹하기 짝이 없는 출근길이었다. 14번 출구를 나오더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없어 ‘땡볕이 연속된’ 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자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젖은 허벅지가 바짓가랑이와 계속 부딪쳤다. 찝찝했다.

약 5분 정도 걸었을까. 점차 플라타나스 나무 그늘이 보였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극한의 더위’가 찾아오는 시작점이었다. 광동제약 본사로 가는 길옆에 늘어선 빌딩을 지나칠 때마다, 상가앞에 주차된 차들을 피해야 했다. 길가의 입간판들도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장애물이었다. 팜뉴스 취재진은 지그재그로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었다. 몸은 이미 땀으로 젖었다. 

심지어 길가 옆 도로에 차들이 ‘쌩’하고 지나칠 때마다 소음과 매연이 들이닥쳤다. 광동제약 본사는 유유제약과 달리, 역에서 한참을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총 608걸음, 115계단을 오른 이후, 팜뉴스 취재진은 녹초가 됐다. 설사, 매일 비타500을 마신다고 해도 광동제약 출근러들이 더위를 참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중외제약, 시작은 ‘수액’처럼 ‘쭉쭉‘ But...

중외제약 본사, 주변 거리, 공사 현장
중외제약 본사, 주변 거리, 공사 현장

팜뉴스 취재진은 유유제약에서 울었고 광동제약에서 지쳤다. 폭염 속에서 이들 제약사 직원들의 출근길에 동참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이유다. 하반기 공채 시즌에 임할 유유제약과 광동제약에 입사할 ‘유망주’들은, 본사 출근길이 더위에 취약하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중외제약 출근길에 일말의 기대감을 품었던 이유다. 중외제약 본사가 있는 남부터미널역으로 향하면서 중외제약의 대표상품인 ‘수액’을 떠올렸다. “중외제약 출근러들은 수액처럼 쾌청하게 뻗어나가는 환경 안에서 더위를 잊고 매일 출근길에 오르지 않았을까”하는 가정도 해봤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출근길을 찾고 싶었다. 

중외제약 출근러들의 시작은 ‘예상대로’였다. 중외제약 본사가 있는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4번 출구 밖으로 나간 순간 드넓은 길이 펼쳐졌다. 광동제약 인근 길가와 달리, 차들도 보이지 않았다. 거대한 나무들이 촘촘하게 햇볕을 가리고 있어 한결 시원했다. 그늘이 수놓은 길 속에서 취재진은 더위를 잊었다. 

남부터미널역 플랫폼에 내린 순간부터 중외제약 본사까지는 948걸음, 다른 제약사들보다 두 배 정도 더 걸어야 하지만 일단 더위는 피할 수 있다는 게 취재진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길 중반부에 있는 GS주유소에서 길을 왼쪽으로 꺾는 순간, 중외제약 출근러들의 위험천만한 도로 옆을 걸어야 한다. 

도로 옆으로 덤프트럭과 버스가 달릴 때마다 팜뉴스 기자들은 위협감을 느꼈다. 이점이 아쉬었다. 본사 바로 옆에서는 대규모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굉음이 들렸다. 안전하고 편안한 출근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팜뉴스 취재진은 점점 더욱 시원하고 평안한 환경을 갖춘 출근길을 갈망했다. 

결국 종근당, 한미약품 등 매출 1조에 달하는 ‘부자’ 제약사들이 집결한 지하철역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폭염의 시대' 주요 제약사 ‘역세권’ 출근길 체험기 ‘하’편으로 이어짐) 

이번 팜뉴스 기획은 무더운 여름 제약사 본사로 출근하는 사원들의 애환을 체험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온도가 시간대별로 다를 수 있어 체험에 변수가 있지만 그래도 역을 중심으로 본사 주변 혼경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미터(m) 단위 또는 지도 기준으로 거리를 재는 것이 아닌 ‘걸음수’를 기준으로 잡은 이유가 있습니다. 더위에 맞서고 있는 제약 ‘출근러’들의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본사 주변 환경에 대한 평가는 팜뉴스 취재진의 체험, 즉 주관적 평가를 가미한 대목이 있기 때문에 팜뉴스 독자들께서 이점을 감안해 기사를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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