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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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의약품과 의료물품의 긴급생산을 지원하는 특별법이 국회에 등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처럼 감염병 사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는 반응이다. 긴급생산 확대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백종헌 의원을 비롯한 62명 의원은 14일 감염병 사태 시 의약품과 의료물품의 긴급생산을 지원하는 ‘감염병 등 보건위기대응 의약품 등의 개발지원 및 긴급사용 특별법안’(이하 감염병대비의약품법)을 발의했다.

감염병대비의약품법은 ▲감염병 등 보건위기대응을 위한 의약품등을 지정해 기술‧인력‧국제협력 등 지원 ▲수시동반심사, 우선심사, 조건부 허가제도 등을 통해 해당 제품의 신속한 개발 및 허가 지원 ▲긴급 생산·수입 명령 및 특례 허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외 유사 물품 관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백 의원은 발의 취지에 대해 “현행법상 약사법·의료기기법은 긴급 상황에서 신속하게 의약품을 개발하고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감염병이 또 발생할 수 있다. 보건마스크와 방역용품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고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 이후 원활한 수급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의 기대와 달리, 법조계는 감염병대비의약품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해당 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량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며 “식약처로부터 특정 감염병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지 못한 의약품이라도 비임상시험이나 임상시험에서 약효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면 품목허가 전에도 업체가 판매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 긴급사용을 법제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긴급사용에 대한 근거는 이미 현행 의료법만으로도 충분하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품목허가가 없더라도 오프 라벨(허가 외 사용) 처방이 가능하다”며 “심지어 특별법이 시행되면, 판단의 주체가 개별 의사가 아닌 식약처가 될 수도 있다. 식약처가 의약품에 대해 재량권을 행사해야 약을 처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신속한 약품 사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는 법안의 강제성이 모자란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벌칙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생산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

정 변호사는 “감염병대비의약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약품과 마스크 등 의료용품의 생산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정작 업체가 생산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벌칙규정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국방물자생산법이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전략물자 보급을 위해 제정된 미국 법안으로, 전시 등 비상상황에서 대통령 직권으로 주요 물자의 생산을 확대·촉진할 수 있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자,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업체들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보호복 등의 생산하도록 지시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이 발동되면, 정부는 해당 품목에 대해 기업들에 필수 물자에 대한 공급 계약을 요구하고, 사재기 및 가격 담합을 금지할 수 있다. 물자 보급 및 배분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민간 경제 통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엔 벌칙규정 등 생산을 강제할 방안이 없어, 실제적인 생산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앞서의 정 변호사는 “물론 법안의 취지 자체가 식약처에 재량권을 주고 업체의 족쇄를 푸는 식으로 생산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두 법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며 “하지만 단순히 규제 해제만으로 방역물자를 효과적으로 생산·분배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번에 발의된 특별법에 관한 내용들은 의료법과 감염병관리법 등 기존 법안들에 대한 일부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특별법 발의는 과도한 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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