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근 약국에서 KF94 마스크 가격의 상승 조짐이 보이고 있다. 마스크 가격을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랐고 마스크 브랜드별 차등화로 2500원대 마스크가 등장했다. 팜뉴스 취재진이 수도권 인근 7개 약국을 방문한 까닭이다.

취재진이 눈으로 확인한 약국의 가격 상승폭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보건당국은 마스크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그 생생한 현장을 전한다.

정부가 12일 공적 마스크 제도를 폐지했다. 보건용 KF 마스크 수요가 안정됐다는 이유에서다. KF 마스크 가격 결정 권한이 ‘정부’가 아닌 시장으로 넘어온 것. 약국의 KF94 마스크 ‘판매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까닭이다.

팜뉴스 취재진은 지난 15일 수도권(마포구, 성동구) 인근 약국 7곳을 방문했다.

취재 결과 약국 2곳은 KF94 마스크를 1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성동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이전부터 단골이 많았다. 함부로 마스크 가격을 올릴 경우 손님들의 항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약사도 “갑자기 올리면 가격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기존 판매 가격 그대로 판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공적 마스크 폐지 이후 마스크 판매가를 1500원 이상으로 높일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약국 5곳은 달랐다. 이들은 전부 1500원을 뛰어넘는 가격의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왕십리에 있는 약국의 KF94 마스크가격은 1800원이었다. 공적 마스크 제도 폐지 이후 300원이 오른 셈이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마스크를 도매상에서 1100원에 들여와서 1500원으로 공적마스크 판매해왔다”며 “하지만 부가세, 카드세, 소득세를 내고 겨우 200원 남았다. 결국 판매가를 1800원으로 올렸다. 다만 2000원으로 올리면 손님들이 화를 낼 것이고 1500원 이하로 가면 다른 약국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았다. 1800원으로 가격을 맞춘 이유”라고 전했다.

마포구에 있는 다른 약국의 KF94 마스크는 2000원이었다. 500원이 상승한 가격이다.

해당 약국의 약사는 “공적 마스크 제도 폐지 이후 대기업에서 생산한 마스크가 재고분으로 남아 있어서 그렇다”며 “앞으로 판매할 마스크는 도매업체에서 가격을 확정하지 않아서 아직 들여오지 않았지만 도매가에 따라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별 가격’의 차등화로 1500원부터 2500원의 가격으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곳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해당 약사는 “마스크 판매 수량은 많으니까 매출은 높게 잡힌다. 하지만 가격이 낮으면 수익은 없는데도 세금이 많이 나간다”며 “기존 1500원을 유지하고 싶지만 자율시장가격이 된 이상, 도매가가 오르면 판매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도매가는 점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님들을 위해 최대한 1500원대를 유지하려 하지만 소매업자로서 도매업체에서 가격을 높이면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한다. 기존의 공적마스크 가격으로 판매해서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일부 약사는 유통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우리는 소매업자다”며 “공적마스크 가격으로 판매하면 들어오는 수익이 하나도 없다. 도매상 쪽에서 가격을 올리면 어쩔 수 없이 높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많이 팔아 수익을 올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선호하고 약국 쪽에 마스크를 적게 유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마스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약국들 중에 한 곳을 들른 시민은 “가격이 비싸서 나왔다”며 “공적마스크를 1500원에 파는 것도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제도 폐지 이후 가격이 더욱 오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유통회사가 한두 회사도 아닌데 가격을 올릴 필요가 없지 않나”고 토로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적 마스크 폐지 이후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까지 마스크는 필수 방역물품”이라며 “생산·유통·가격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시장기능을 왜곡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는 더욱 엄정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약국들이 마스크 가격을 앞다투어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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