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11 18:00 (화)
씨앤팜, 죽어가던 클로로퀸 심폐소생 나선다
씨앤팜, 죽어가던 클로로퀸 심폐소생 나선다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7.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분자 약물전달체로 항암제·클로로퀸 등 세포독성 줄일 수 있어
연구팀, “도세탁셀 개량한 폴리탁셀,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 예정”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로 부를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간독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승인마저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이 개발 중이던 저독성 항암제 기술을 이용해 죽어가던 클로로퀸에 ‘심폐소생’에 나섰다. 약물이 몸에서 천천히 작용하도록 하는 신기술을 통해 클로로퀸이 간에 가하는 부담을 줄인다는 것.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대주주인 씨앤팜이 약물전달체(DDS) 기술을 이용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독성을 경감하고 혈중 유효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씨앤팜이 주목한 기술은 고분자 약물전달체였다. 고분자 약물전달체 기술은 약물에 고분자화합물을 결합해, 체내에서 약물이 확산·작용하는 속도를 늦추는 기술이다. 복용 후 몸속에서 천천히 녹는 서방정과 비슷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고분자 약물전달체는 원래 항암제를 위해 개발 중이던 기술이다. 항암제는 정상세포도 함께 공격한다는 특성 때문에 환자에게 고통을 유발한다. 고분자 약물전달체는 약물의 확산 속도를 늦춰 혈중농도를 부작용이 나타나는 수준 이하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독성을 낮추고, 항암제가 약효를 천천히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씨앤팜을 비롯해 이화여대 약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특성분석센터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고분자 약물전달체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항암제 ‘폴리탁셀(polytaxel)’에 대한 논문을 국제학술지 ‘나노의학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Nanomedicine) 2017년 7월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제 도세탁셀에 생체친화적인 고분자 약물전달체를 결합해 저독성 지연 항암제인 폴리탁셀을 제작했다.

도세탁셀은 탁산계 항암제의 일종으로 암세포의 세포분열을 중지시켜 암세포를 사멸한다. 유방암, 위암, 폐암, 전립선암, 두경부암, 췌장암 등 다양한 암에 작용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증식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포에 대한 독성이 강해, 암세포 제거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닌 경우엔 사용하기 어렵다.

연구팀에 따르면 세포실험 결과 폴리탁셀은 기존 도세탁셀보다 세포에 대한 독성이 최대 23배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물을 최대 23배 높은 농도로 투여할 수 있는 것.

동물실험에서도 폴리탁셀은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췌장암에 대해 기존 치료제중 하나인 납-파클리탁셀과 치료 효능을 비교한 결과, 폴리탁셀은 최대무독성한도인 20mg/kg 용량에서 체중감소 등 부작용 없이 종양성장을 99.8% 억제했다. 반면 납-파클리탁셀은 최대무독성한도(1mg/kg)의 30배를 투여했는데도 종양성장 억제율이 41.4%에 그쳤고 체중도 0.9% 감소하는 등 부작용도 보였다. 항암제의 독성은 줄이고 효력은 올린 것이다.

씨앤팜 관계자는 “폴리탁셀에 적용한 생체 친화적 고분자 약물전달체 기술을 활용한다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개량신약을 최대한 빨리 개발해 세포실험과 동물실험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외에도 임상에서 탈락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중에서도 재창출할 수 있는 약물이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폴리탁셀은 단순히 약물전달체 기술의 가능성만 보여주고 있지 않다. 폴리탁셀 자체를 코로나19 치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탁셀의 재료인 도세탁셀은 세포내 출입통로인 미세소관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바이러스도 세포내 출입과 배출의 통로로 미세소관을 활용하기 때문에 도세탁셀을 이용하면 바이러스의 감염과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도세탁셀이 후천성면역결필증(AIDS·에이즈),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도 강해 항암제 외 용도로 약물 재창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연구팀은 폴리탁셀이 항암제와 바이러스 억제제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앤팜 관계자는 “현대바이오와 공동으로 췌장암과 코로나19 치료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폴리탁셀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허가 신청절차를 연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라며 “도세탁셀에 기반한 폴리탁셀도 다양한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치료가 어려운 다양한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