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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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증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재편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치료제 개발 소식이 있거나 진단키트 수출 등 실적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그렇지 못한 기업과 격차가 벌어졌다. 제약바이오 대표지수인 의약품지수는 올 상반기에만 55% 급등했다. 

이렇듯 주식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있어 관련 주가를 서로 비교해 고평가 여부에 대한 검증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선 기업별 액면가가 다른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현재 가격으로만 기업 간 주가를 비교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가 평가에 대한 착시를 불러오고 있는 것도 사실. 시장 참여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팜뉴스는 한국거래소 통계를 근거로 상반기 기준(6.30일) 종목별 주식 시세를 동일한 기준의 액면가(5,000원)로 환산해 국내 주요상장 제약바이오기업 145곳의 환산주가와 시가총액을 비교 분석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주식 한 주당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휴젤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환산전 주가는 472,500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775,000원에 뒤졌지만 환산주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뛰어 넘었다.

휴젤의 액면가는 500원에 불과해 환산주가는 472만5천원이 나왔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주가가 아닌, 실제 모든 기업들의 액면가를 동시에 5천원으로 놓고 봤을 때의 얘기인 것이다.

휴젤은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종목(2,316종목)을 대상으로 했을 때에도 6위에 올랐다. 상장사 전체 1위는 네이버(환산주가 13,350,000원)가 차지했고 2위 엔씨소프트(8,910,000원), 3위 SK(7,275,000), 4위 삼성물산(5,800,000원), 5위 넷마블(5,025,000원)이다.

또 전체 상장사 중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상위 1%(상장사 전체 23위권)에 속한 기업은 5곳으로 휴젤, 알테오젠, 메지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전체 상장사 50위권 내에는 메디톡스, 셀트리온제약, 씨젠, 엘앤씨바이오, 셀리버리, 제넥신, 엔지켐생명과학, 에이치엘비가 포진했다. 

시가총액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1조3천억 원으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상장사 전체에서도 1위 삼성전자(시총 315조2천억원), 2위 SK하이닉스(61조9천억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셀트리온(41조3천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16조4천억원)도 적지 않은 시가총액을 뽐냈다. 

‘액면가’ 5000원과 500원, 단순 ‘착시현상’…“보이는 게 다 아니다”

환산주가는 ‘액면가’가 서로 다른 종목의 현재 주가를 비교하기 위해 모든 주식의 가격을 5천원으로 동일하게 놓고 보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100원이던 액면가를 5,000원으로 높일 경우(액면병합), 주가는 50배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때문에 주가가 동일하게 5만원이라고 해도 액면가가 500원인 기업은 5000원인 곳에 비해 주식의 가치가 사실상 10배나 더 높은 셈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8년 5,000원이었던 액면가를 100원으로 쪼개면서 주식가격도 기존 250만 원대에서 1/50 낮아진 5만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같은 주식이라도 액면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 대표적인 사례다. 제약사의 사례에서도 지난 4월 유한양행이 5,000원이던 액면가를 1,000원으로 분할하면서 주식가격이 기존 224,500원에서 44,900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주목되는 점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45개사의 평균 주가는 43,971원이었던 데 반해 환산주가는 316,118원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환산주가가 약 8배나 높았던 배경에는 액면가가 500원 이하의 기업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 2020년 상반기 제약바이오 기업별 환산주가 현황

휴젤, 제약바이오 ‘황제주’ 수성
알테오젠·메지온·삼바·셀트리온 5위권 차지

휴젤이 황제주로 등극한 건 지난해 연말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메디톡스가 왕좌에 있었다. 특히 올해는 품목허가 취소·대웅제약과의 소송 전에 휩싸인 메디톡스가 급락한 틈을 타 주가 격차를 멀리 벌려 놓으면서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지난해 9월3일, 휴젤과 메디톡스의 주가는 양사 모두 359,200원으로, 액면가 역시 동일선상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6월30일 현재, 휴젤의 주가는 472,500원으로 메디톡스 보다 326,900원이나 앞서고 있는 상태다. 휴젤이 환산주가 1위로 올라서게 된 배경에는 국내내수 보툴리눔 톡신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보툴렉스’ 시판허가를 통한 수출 기대감, 그리고 메디톡스의 위기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휴젤은 지난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90만주를 소각하는 결단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말 시가로 치면 약 3,579억 원 규모로 주주들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데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환산주가의 ‘금·은·동’은 휴젤(환산주가,4,725,000원), 알테오젠(2,665,000원), 메지온(2,282,000원)이 차지했다. 눈 여겨볼 점은 알테오젠의 급상승이다. 지난해 말 12위에서 2위로 10단계나 올라섰다. 이 회사는 기술수출로 대박을 터트리면서 주가가 3배나 오르는 급등세를 연출했다. 회사는 바이오의약품의 제형(제품 형태) 변경 효소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아제’ 및 관련 기술(ALT-B4)을 세계 10대 제약사 한 곳에 총 4조 6770억 원 규모로 비독점적으로 이전하는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양대 산맥인 삼성바이오로직스(1,550,000원)와 셀트리온(1,530,000원)이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6위는 2018년까지 줄곧 1위를 차지했던 메디톡스(1,456,000원)가 위치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로 주가는 상반기 반 토막(-51.6%)이 난 상태다. 다만, 회사는 최근 대웅제약과의 균주 도용에 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 판결에서 승리해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 놨다. 

7위부터 10위까지는 새로운 얼굴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7위 셀트리온제약(1,269,000원)은 지난해 21위에서 점프했고 8위 씨젠(1,128,000원)은 30위 바깥에서 올라왔다. 9위 엘앤씨바이오 역시 36위에서 무려 27계단이나 상승했다. 10위는 셀리버리로 15위에서 5칸 높아지면서 10위권 자리를 선점했다.

반면, 1주당 가격을 5천원으로 환산해도 주가가 5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된 곳도 있었는데, JW신약(환산주가,49,000원), 진원생명과학(48,450원), 조아제약(46,650원), 일동홀딩스(45,600원), 아스타(41,500원), CMG제약(39,750원), JW생명과학(38,200원), 국제약품(37,700원), 삼성제약(37,100원), 광동제약(35,150원), 우진비앤지(28,200원), 메타바이오메드(24,450원), 에이프로젠제약(18,500원), 오리엔트바이오(6,060원)가 대표적이었다.

대다수 제약 바이오 기업들...액면가 500원 고착

휴젤, 알테오젠, 메지온 등 111곳의 대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액면가가 500원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액면가가 100원인 곳은 4개사로 코미팜, 프로스테믹스, 세운메디칼, 한국비엔씨였으며, 200원인 곳은 비씨월드제약이 유일했다.

액면가가 1,000원인 곳은 유한양행, 삼진제약, 삼일제약, 바디텍메드, 삼아제약, 동화약품, 일동제약, 유유제약, 동성제약, 진원생명과학, 일동홀딩스, 국제약품, 광동제약 등 16개사였다. 

2,500원 그룹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종근당홀딩스, 동국제약, JW중외제약, 종근당바이오, 일양약품, JW생명과학 등 10개사로 확인됐다. 마지막으로 액면가가 가장 높은 5,000원인 기업에는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일성신약이 포진해 있었다.

주목할 점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액면가를 무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주가를 기준으로만 주식을 고른다는 점이다. 액면가가 높은 기업의 경우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주가 관리를 위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액면가 5천원 녹십자 주가, 상위 5%에서 환산후 중위 51% 밖으로

동아에스티·일성신약도 100위 권 아래로

실제로 액면가가 1,000원 이상인 기업들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셀리버리,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하고 해당 기업들의 환산주가 수준은 20위권 밖에 있는 등 중하위권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본지 분석 결과 드러났다.

예를 들어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종근당과 녹십자는 환산 전 순위에서는 14위와 7위를 기록했지만 환산 후에는 각각 53위와 74위로 밀려났다. 특히 녹십자는 액면가 5,000원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지만 상위 5%에서 중위 51%로 밀려 난 것. 또 삼진제약도 78위(환산전 52위), 일양약품은 81위(환산전 26위)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대형 제약사마저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환산전 21위였던 동아에스티는 106위, 동화약품 111위(환산전 80위), 종근당바이오 115위(환산전 35위), 일성신약 116위(환산전22위), 일동제약 118위(환산전 83위), JW중외제약 120위(환산전 38위), 유유제약 121위(환산전 88위), 동성제약 124위(환산전 92위), 국제약품 139위(환산전 122위), 광동제약 141위(환산전 124위)로 하위권 그룹에 있었다.

액면 100원 코미팜, 14위로 수직상승

반면, 액면가가 100원 또는 200원인 기업에 환산주가를 적용할 경우 실제 주가는 상당한 수준으로 폭등했다.실제로 코미팜의 주식가격은 17,100원으로 평범한 주가를 보이고 있지만, 환산 전 액면가가 100원인 이 회사의 주식을 환산주가로 재측정 할 경우, 855,000원으로 뛰었다. 주가 순위도 환산 전 72위에서 환산 후 14위로 수직상승 했다.

코미팜은 지난해 54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 단 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상태다. 하지만 코미팜의 환산주가는 1분기 같은 기간 28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한미약품(21위)과 114억 원의 이익을 거둔 휴온스(19위)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했다.

환산 전 17,800원(68위)에 그쳤던 비씨월드제약의 주가도 액면가를 동일선상에 놓고 봤을 때는 445,000원으로 23위에 해당했다. 이 회사의 액면가는 200원이며, 1분기 8억 원의 이익을 냈다.

액면가 100원 기업인 프로스테믹스(환산전 주가 3,460원)와 세운메디칼(환산전 3,160원), 한국비앤씨(환산전 3,150원)는 각각 139위와 140위, 141위로 주가가 절대적인 측면에서는 낮았지만 환산해 재평가 한 결과 각각 173,000원(환산후 62위)과 158,000원(환산후 70위), 157,500원(환산후 71위)의 높은 주가로 계산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따돌리고 시총 51조 규모 '1위'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1조2,8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는 셀트리온(41조2,900억원)과 셀트리온헬스케어(16조4,100억원)가 삼성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세곳 회사의 시총을 합한 규모는 약 109조원 규모로, 이는 제약바이오주 전체의 57%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삼성과 셀트리온 패밀리를 제외한 142곳 모두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이 두 회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어 에이치엘비가 4조8,700억 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셀트리온제약 (4조5,400억원), 알테오젠(3조7,300억원), 유한양행(3조3,800억원), 씨젠(2조9,500억원), 한미약품(2조8,900억원), 제넥신(2조2,400억원), 부광약품(2조2,000억원), 휴젤(2조400억원)이 시가 총액 2조원 이상을 돌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주의 급등으로 투자자들이 종목별 주식 시세의 고저를 비교하며 투자를 선택하고 있지만, 주식이 동일한 5만원이라도 액면가가 500원인 기업이 액면가 5000원인 기업보다 10배가 비싸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환산주가를 적용해 서로 다른 액면가로 인한 착시 현상에서 벗어나 정확한 주가의 높낮이를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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