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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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지난 수년간 끌어온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분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지난 6일 ITC가 예비판결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까닭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TC 판결과 관계없이 양측의 치킨게임으로 인한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일(현지시간)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ITC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비밀이며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고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예비판결에 대한 여파로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향후 10년간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그에 따른 피해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인 ‘나보타’의 매출이 실적에서 빠지게 된다.

지난해 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2019년 2분기에 약 28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후 분기마다 150억원 규모의 매출을 꾸준히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ITC 예비판결로 인해 이러한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서의 나보타 판매 분야를 확장해 중·장기적인 매출 증진을 기대한 만큼, 이번 예비판결에 대한 결과가 더욱 뼈 아플 것으로 보인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지난 1월, “나보타의 이번 연도 매출액은 800억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5~7년 내 50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측은 오는 11월 내려질 최종판결에서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사실상 최종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9년간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ITC의 예비판결이 번복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던 것이 그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ITC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일부 증권사는 대웅제약의 올해 실적이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나보타는 최종판결 때까지는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하지만 최종판결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나보타의 미국 판매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며 “이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항소에 따른 소송비용 발생을 감안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웅제약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소송비용에 영향으로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됐다. 회사의 1분기 매출액은 228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1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1%와 87% 줄어든 수치다. 변호사 선임비를 포함한 소송비용 137억원이 실적에 반영된 까닭이다.

여기에 ITC 최종판결에서 패소하게 될 경우, 메디톡스가 작지 않은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번 예비판결로 승기를 잡은 메디톡스의 상황은 어떨까.

메디톡스는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다. 회사의 주가는 ITC의 예비판결이 난 7일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어제(8일)는 전일(7일) 대비 17.05% 오른 25만 2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틀 새 무려 52%가 급등한 것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봤을 때, ITC의 예비판정이 최종판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ITC 소송의 승리로 메디톡스에 잠재했던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셈”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 6월 식약처로부터 받은 메디톡신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를 무효화해야 한다. 현재 대전지방법원은 식약처가 내린 품목허가 취소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일시적으로 효력정지를 명령한 상태다.

만약, 이 기간 안에 법원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다면 국내 시장에서 메디톡신의 판매 재개가 가능해진다. 메디톡신은 메디톡스의 전체 매출 중 약 40%가량을 차지하는 제품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노톡스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추가 공익신고도 있다.

메디톡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공익신고인이 ‘이노톡스’ 허가 과정에서의 위법행위에 대한 검찰수사를 요청하는 추가 공익신고서를 제출한 것.

법무법인 제현의 구영신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이노톡스주의 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자료조작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요청하는 추가 공익신고를 제출했다”며 “또한 검찰이 공소시효 완성 등을 이유로 기소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관계기관의 조사도 함께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의 신고인은 지난해 5월 권익위에 메디톡스와 정현호 대표를 상대로 약사법 위반 등의 공익신고를 했다. 이후 검찰은 압수수색 등 수사를 거쳐 정 대표와 공장장 박모 씨를 약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ITC 최종판결과 관계없이 양쪽 모두가 막대한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조원 규모로 전세계 보톡스 시장의 30%를 차지한다”며 “이번 균주 분쟁으로 국산 보톡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어느 쪽이 승소하던 단기간에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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