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 김진규 (param123kr@naver.com)

 

강원도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서울 양양 고속도로! 새벽 시간 이나 좀 늦은 야간 시간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양양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30KM도 되지 않는 월요일 출근길이나 금요일 퇴근길 시내 도로가 2시간은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가까운 거리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양양에 도착하면 시원한 동해 바다가 여행객을 맞는다.

필자는 주로 새벽 시간대에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계절별로 다르겠지만 새벽 3시나 4시경에 집을 나서면 동해 일출 명소 중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낙산사 일출을 즐길 수 있다.

일출 후에는 낙산사 경내를 산책하며 여유를 부려보고는 섭국이나 물곰치탕으로 아침 해장을 한다. 새벽잠을 설쳤으니 해장을 잘해야 길고도 긴 하루 일정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다.

설악에서 속초를 넘어 이어지는 동해 국도는 어디를 들어가도 볼거리다. 굳이 검색을 하지 않아도 굳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도 좋다. 그냥 푸른 바다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고 그러면 커피한잔 들고 얼마를 머물러도 좋다. 동해는 그렇게 힘찬 파도와 함께 잔잔한 쉼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대한민국 커피 1세대 들이 강릉 안목 항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동해 쪽에서 핸드드립을 하는 유명 커피집을 가보면 대부분이 일본식 핸드 드립을 한다. 제법 강하게 볶은 원두를 내려 주는데, 강배전한 원두는 쓴맛과 쌉싸름한 맛을 준다. 필자가 즐기는 각 산지별 싱글오리진 커피 고유의 맛을 찾기 쉽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동해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버 하며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다가 적당한 시간이 되면 설악항에 위치한 선술집 같은 회센타 8호집, 진흥호로 향한다. 개인별 취향에 따라 밑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깨끗하고 고급스런 횟집을 선호할 수도 있고, 필자와 같이 작고 좀 허름 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집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집 이름인 진흥호는 바깥 양반이 직접 운항하는 고깃배 이름이다.

선주가 직접 잡아온 싱싱한 제철의 횟감을 내어주다 보니 회 한점 한점에 바다향이 그대로 묻어 있다. 주인이 손님을 직접 맞으니 기분에 따라 말린 생선을 구워서 내어 주기도 하고, 홍게나 다른 계절의 메뉴들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필자는 좀 늦어도 전화로 양해를 구하고 방문하면, 대충 인원수와 금액에 맞춰 회를 준비해 두고는 주인장은 피곤하다며 일찍 들어간다. 소주 두어 병 가격을 지불하고 나면 언제까지 머물러도 괜찮다.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호텔에서 내어주는 조식을 먹고는 다시 길을 나선다. 늦으면 귀경길 정체가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점심시간을 넘기지 않고 출발한다. 아침을 먹고 나니 맛있는 커피한잔 생각이 간절해 진다. 호텔에서 내어주는 커피도 좋지만, 강원도를 왔으니, 강원도의 커피를 맛보고 싶다. 몇 분간의 검색을 하며, 어디선 들은 듯한 커피집을 찾아낸다.

커피볶는 계방산장. 위치를 보니 운두령 고갯길로 가야 한다. 서울로 가는 방향은 맞으나,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따라 가야하는 방향이다. 자동차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를 정해두고 가는 것보다는 그날 그날의 기분에 맞춰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선 운두령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언젠가 해발 700m에 위치하여 사계절 가장 적합한 조건에서 커피를 볶아낸다는 광고 카피를 본 기억이 난다. 강원도 평창군 운두령로 728-3번지에 위치한 계방산장은 아침 9시에서 저녁 6시까지 영업을 한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외진 국도변에 위치한 커피볶는 계방산 장은 저녁 시간이면 인적이 드물어서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한다. 국도변에 위치해 있고, 건물색이 밝아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핸드드립 전문점을 상징하다시피 하는 대형 그라인더가 손님을 맞는다. 독일산과 스타벅스용 미국산 두 종류를 구비하고 있는데, 독일산이 성능이 좋다고 한다. 미국산은 주로 방향제용 커피를 그라인딩 하는데, 단골분들에게 주는 선물 용으로 만든다고 한다. 필자 일행에게도 일부러 찾아 주어서 고맙다며 하나를 건넨다.

큰 프레임은 목수가 잡고 나머지는 이집 주인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커피 진열대가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더치 커피가 한방울씩 세상에 인사를 하고, 카페 초기에 사용했음직한 소형 로스팅 기계들도 가게 한 켠을 채우고 있다.

더치 커피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더치 기구 위에 놓인 스파이드맨들의 피규어들이 재미있다.

에티오피아 스페셜티 예가체프와 파나마 에스메랄다 다이아모든 마운틴을 주문 하니, 각 원두가 가진 맛을 잘 우려내서 건네 준다. 유리를 대신하는 비닐에는 손님들이 남긴 메모들이 가득 하고, 가게 전체가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주인장 부부의 성격을잘 나타내 주는 듯하다.

이 집 사장님은 경기도 안양 분이라고 한다. 1980년대에 아버님이 지은 별장이 지금의 커피 공방이 되었다고 하며, 싱글오리진 원두의 특성에 맞춰 가장 맛있는 커피를 손님들에게 추천해 준다. 일반적으로 로스팅후 2~3일이면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을 내는데, 예가체프나 르완다 커피의 경우는 로스팅 후 3주이상 지나야 최고의 맛을 낸다고 한다. 납품용 에스프레소 블랜딩은 제대로된 맛표현을 위하여 각 원두를 로스팅 후에 블렌딩을 하는 후블렌딩을 고집한다고 한다. 생두의 등급과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1KG 기준 33,000원, 27,000원 정도 한다.

연륜이 느껴지는 핸드밀들과 매장에 전시된 꽃 사진을 보면, 주인장 사진 실력도 꽤 수준급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매장 뒤편을 둘러보니 커피집이라기보다는 별장이나 펜션에 가깝다. 야외에서 앉아 있으면 하루를 지나 몇 일을 머물러도 편안함을 줄것 같다. ‘숙박은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머리 속을 맴돈다. 길냥 이에게 음식을 나눠주니 지금은 집고양이가 되었다는 녀석이 카메라를 잡으니 살짝 포즈를 취해 준다. 너무나 편하고 여유로운 모습에 바쁜 도시의 삶을 사는 필자의 일행은 살짝 질투가 난다.

주문한 커피를 깨끗이 비우고 나니 미얀마 커피를 서비스로 내어 준다. 약간 강한 듯한 산미와 함께 옅고 긴 단향이 좋은 커피다. 이번 여행길이 새벽을 재촉하여 출발하였고 시원한 동해 곳곳을 돌아보다 맛있는 커피한잔으로 달콤하게 마무리되는 것과 같은 그런 맛이다. 주인장에게 다시 찾아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강원도 산길을 돌아 집으로 향한다. 꽉 채워진 여행길의 마지 막을 함께한 커피볶는 계방산장 주인의 미소와 향긋한 커피가 이번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쉼이 있는 힐링 여행으로 채워준다.

언젠가 다시 찾겠다는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될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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