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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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치료제 살부타몰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로 새롭게 부상할 전망이다. 살부타몰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된 타우 단백질이 유발하는 섬유화를 억제해,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살부타몰은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오랜 시간 천식과 기관지 확장에 처방되고 있는 약물이며,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벤톨린’이 있다. 이 성분이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이비드 미들턴 영국 랭커스터대 화학과 교수팀은 천식 치료제로 쓰이는 살부타몰이 알츠하이머 환자 뇌 속 타우 단백질의 불용성 섬유 축적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ACS 화학신경과학 6월 10일자 온라인 판에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발현된 타우 단백질은 불용성 섬유를 축적해 신경 얽힘을 유도한다. 신경섬유가 비정상적으로 얽히면서 신경 불안정화, 뇌세포 사멸 등 알츠하이머 증상을 일으키는 것. 의학계는 아직 이 문제에 관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고처리량 싱크로트론 방사선 원형 이분법(HT-SRCD)’이라는 기술을 사용했다. HT-SRCD는 단백질이 섬유를 이루는 과정에서 단백질의 구조적 변화를 모니터할 수 있는 방법이다. HT-SRCD를 통해, 타우 단백질이 불용성 섬유로 축적되는 과정을 어떤 약물이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연구팀이 실험한 88개의 화합물 중 에피네프린이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에피네프린은 일반적으로 아드레날린으로 알려진 물질로, 우리 몸속에서는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로서 작용한다.

하지만 에피네프린은 몸속에서 빠르게 대사돼 약으로서는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피네프린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에타미반과 페노테롤, 도부타민, 살부타몰 등 4가지 물질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원형이분분광법과 티오플라빈-T 형광염색법, 투과전자현미경 관찰 등을 통해 이들 중 가장 효과적으로 타우 단백질 섬유를 분해하는 물질을 탐색했다.

그 결과, 이들 중 살부타몰이 타우 단백질의 섬유 형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살부타몰은 기도 주변에 분포하는 β(베타)-2 수용체에 작용해 기관지를 확장하는 효과가 있어 천식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약물이다. 약효가 빠르다는 특성이 있어 흡입액, 정제, 서방캡슐, 흡입에어로솔(네뷸라이저 형태) 등 다양한 형태로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7개 제약사·11개 제품이 시판 중이다. 

나머지 3개 약물의 경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쓰기 부적합한 요소가 있었다. 에타미반과 페노테롤은 타우 단백질의 섬유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거의 없었고, 도부타민은 타우 단백질의 섬유 형성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약효 지속시간이 매우 짧고 정맥으로 투여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논문에 1저자로 참여한 데이비드 타운센드 랭커스터대 화학과 연구원은 “살부타몰은 이미 시중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약물”이라며 “이미 인간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다른 약물에 비해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살부타몰을 알츠하이머 치료 현장에 투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연구를 지휘한 미들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된 초기 단계 연구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속에서도 실험실과 마찬가지로 살부타몰이 타우 단백질 섬유화를 억제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앞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을 통해 약효를 입증해야할 과제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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