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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성범죄 저지른 의사 OUT! 그러나 버티면 다시 IN?
살인·성범죄 저지른 의사 OUT! 그러나 버티면 다시 IN?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6.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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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통과해 면허 취소돼도 재교부 가능… 면허 재교부 받은 의료인 10년간 98.5%
의대생은 강력범죄 저질러도 일정 기간 지나면 면허 취득할 수 있어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강력범죄자의 면허 취소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의료인 면허를 취득할 수 없고, 해당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면허를 박탈해도 재교부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다, 예비 의료인의 경우 일정 기간만 지나면 면허 취득에 문제가 없어지는 까닭이다. 제2의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을 비롯한 의원 12명(권칠승·박홍근·고영인·이상헌·홍정민·권인숙·맹성규·박정·김영배·김정호·한병도·신정훈 의원)은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 제2조제1항에 따라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의료인 면허 취득 결격사유에 추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강법 제2조제1항에 따르면, 살인·인신매매·강간·추행·강도 관련 범죄가 특정강력범죄에 속한다. 또 면허 취소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인의 성명을 공개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권 의원 측은 법안 발의 취지에 대해 “현행법상 의사가 살인·강도·성폭행 등 형사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취소할 수 없고, 의료인이 중대한 의료사고나 성범죄를 저질렀어도 환자들이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개정안을 통한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국민들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취지 자체는 좋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어,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는 “해당 개정안은 의료법 제8조 결격사유에 특강법에 따른 범죄자들을 추가해, 면허 취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그러나 의료법 제65조의 면허 취소와 재교부에 대한 조항은 건드리지 않아,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면허 취소 이후 재교부 받을 여지를 남겼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면허 취소된 의료인도 취소 원인의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1~3년의 재교부 금지 기간이 주어지지만, 결론적으로는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이 다시 면허를 얻을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면허 취소의 실효성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19년 9월까지 보건복지부에 접수된 의료인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130건이고 그중 128건(98.5%)이 재교부 승인을 받았다. 면허 취소된 의료인 중 대다수가 면허를 다시 받은 것.

정 변호사는 “물론 면허 재교부 심사에서 복지부가 승인하지 않으면,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이 다시 활동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있다”며 “다만 그동안 면허 재교부가 사실상 100%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이번 법안도 유명무실해질 확률이 있다. 강력범죄자 의료인의 면허 재교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의원 측 관계자는 “의료법 제65조제2항에 특강법 범죄로 인한 면허 취소에 대한 재교부 금지 기간을 신설하는 추가 개정안을 논의 중”이라며 “특강법 범죄자의 경우 기존 1~3년보다는 금지 기간이 늘어날 것이다. 이 법안 또한 논의를 거쳐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의대생·치의대생·한의대생 등 예비 의료인의 경우, 개정안이 오히려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을 마치거나 집행이 면제되면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집행유예 이후 3년까지 의료인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달리 해석하면, 고려대 의대 성폭행 사건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도 일정 기간만 지나면 의료인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고려대 의대 성폭행 사건은 2011년 고려대 의대 재학 중이던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한 사건이다. 당시 피의자들은 고려대에서 출교됐지만, 3명 모두 다른 의대에 합격했다. 특히 이들 중 박모 씨의 경우 실제로 2019년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변호사는 “면허가 취소된 경우 그나마 심사 거부를 통해 의료계 재진입을 막을 수 있지만, 예비 의료인의 경우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기간이 지나면, 의료계 진입을 막을 수 없다”며 “개정안이 통과돼도 고려대 의대생 성폭행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다만 의료인 면허 취득을 영구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만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직을 10년간 막겠다고 한 법률도 위헌으로 결론 났다. 영구 퇴출을 바라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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