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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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한국인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는 만성질환이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메스꺼움·구토·체중감소 등 다양한 소화기계 부작용이 있어 환자들이 복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 연구팀이 소화기계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해, 동물시험에 성공했다. 개발 완료까지는 아직 많은 장애물이 남았지만, 환자들이 당뇨병 치료 중 소화불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것이다.

로버트 도일 미국 시러큐스대 화학과 교수팀은 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없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6월 2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제2형 당뇨병은 정확히 말하면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이 체내 인슐린 생산이 모자라 발생하는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생성이 가능하지만, 체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당뇨병은 제2형 당뇨병이다.

그동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는 주로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나(glucagon-like peptide-1·GLP-1)나 그 수용체(GLP-1 receptor·GLP-1R)의 유사체를 사용했다. GLP-1은 장의 L-세포에서 발현하는 호르몬의 일종이고, GLP-1R은 췌장의 베타(β)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 단백질로 GLP-1 호르몬과 결합한다.

GLP-1과 GLP-1R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주요 당뇨병 치료 표적 중 하나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는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크레틴의 일종으로, GLP-1R에 결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떨어뜨린다”며 “GLP-1 유사체와 GLP-1R 유사체는 체내에서 GLP-1과 GLP-1R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당뇨병 증상을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GLP-1 유사체와 GLP-1R 유사체 계열 약물은 메스꺼움·구토·소화기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로 이런 부작용을 역이용해, 일부 당뇨병 치료제는 비만치료제로서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최근 유행하는 ‘삭센다’다. 삭센다는 당뇨병 치료제 ‘빅토자’와 같은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GLP-1 유사체의 일종)으로 이뤄져 있다.

앞서의 전공의는 “GLP-1 유사체와 GLP-1R 유사체 계열 약물은 메스꺼움과 구토, 나아가 체중감소 등 소화기계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부작용 때문에 약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하던 GLP-1R 유사체인 ‘엑센딘-4’ 성분에 비타민 B12 복합체의 일부분인 ‘다이시아노바이나마이드’를 결합해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을 제작했다.

이후 연구팀은 사향땃쥐를 이용한 동물시험으로 후보물질의 약효와 부작용 감소 여부를 확인했다. 연구팀이 실험동물로 사향땃쥐를 선택한 것은 사향땃쥐가 ‘구토’를 할 수 있는 동물인 까닭이다. 일반적인 실험동물인 생쥐를 비롯한 여러 포유류들은 인간이나 사향땃쥐와 달리 구토가 불가능하다.

시험 결과, 신약후보물질은 기존 GLP-1R 유사체와 필적하는 혈당량 강하 효과를 보이면서도, 구토 등 부작용은 줄어들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체중감소 또한 없었다. 체질량지수(BMI)를 유지하면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셈이다.

도일 교수는 “당뇨병 치료제를 먹게 되면, 메스꺼움이나 체중감소 없이 현재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물론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이라면 체중 감소가 도움이 되겠지만, 체중을 유지하면서 당뇨병을 치료해야하는 환자도 존재한다. 낭포성 섬유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근육감소증, 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등 체중감소가 치명적일 수 있는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전임상시험을 거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1상 시험에 진입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앞서의 전공의는 “이번 연구는 동물시험 수준에서 약효를 입증한 수준이다.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 등을 통해 실제 효능과 유해성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하지만 동물시험으로 부작용 감소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면이 있다. 당뇨병 환자들 중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여럿 봤는데, 신약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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