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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약국 담합 막겠다’는 약사법 개정안, 약사들 “병원·제약사 담합부터 막아라”
‘병원·약국 담합 막겠다’는 약사법 개정안, 약사들 “병원·제약사 담합부터 막아라”
  • 신용수 기자
  • 승인 2020.06.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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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약사들, “의료기관·제약사 담합 인한 ‘갑질’ 피해” 하소연
약업계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 필요” vs 의료계 “대체조제는 의약분업 파괴 행위”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최근 원내약국 금지에 관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원내약국 금지에 대한 세부규정을 명문화해, 병·의원 등 의료기관과 약국 간 로비 등 편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법적 요소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약국 현장에서는 병·의원-제약사 간 담합으로 인한 약국의 피해가 더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 대체조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원내약국을 비롯해 의료기관 개설자 소유 건물에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20회 국회 당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된 것을 재발의한 것이다.

기 의원 측은 “편법적인 원내약국 개설 등 의료기관-약국 간 담합을 막고, 의약분업 취지를 살려 의약품 유통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규정을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재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약사들을 중심으로 의료기관-약국 간 담합 방지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제약사 간 담합 방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료기관-제약사간 담합이 훨씬 많고 이로 인한 약국들의 ‘갑질’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일전에 제약회사 직원이 약국을 찾아와, 병원과 합의했으니 자신들이 취급하는 약을 받아야 한다고 강요했던 적이 있었다”며 “약국 입장에서는 인근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을 쓰지 않으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약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약사 측에 따르면 해당 약은 펜디메트라진 성분 제품으로, 펜디메트라진은 식욕감퇴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향정신계 약물이다.

펜디메트라진 성분 약품은 대체조제 사후통보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약국이 의사가 처방한 약품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 약국에서는 생동성 시험이 이뤄진 동일성분·동일함량 제품으로 대체조제한 뒤, 이를 의사 측에 사전 통보한다. 하지만 펜디메트라진의 경우 생동성 실험이 이뤄진 약이 거의 없다. 의사가 특정 제품을 지정하면, 약국에서는 의사 측에 동일성분 제품으로 처방전 변경을 요청하거나 의사가 지정한 약을 구비하는 수밖에 없다.

앞서의 약사는 “약을 처방한 병·의원 측에 사전 통보해 처방전 변경을 요청해야 하는데, 병·의원-제약사 간 담합이 이미 이뤄진 상황에서 처방전 변경이 이뤄질리 없다”며 “결국 의사가 원하는 약을 구비하는 수밖에 없다. ‘갑질’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약사들은 사후통보 제도 또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생동성 시험으로 동일 효력이 보장된 약품을 쓰는 것도 병·의원의 눈치가 보인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다른 약사는 “의사마다 선호하는 약품이 있다. 의료기관-제약사 간 담합도 부지기수로 알고 있다. 제약회사 직원들이 의료기관과의 담합을 믿고 구매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약국 입장에서는 인근 의료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대체조제를 요청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여러 차례 대체조제를 통보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한 경우 의사가 특정 약국을 가지 말라고 환자에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적어도 생동성 시험으로 동일 효력이 입증된 약품이라도 마음 편히 대체조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현재 상황에서는 결국 약을 처방받은 의료기관 근처의 약국에서만 약을 조제하고, 약국은 의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측은 대체조제 관련 문제는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기됐다는 입장이다. 20년간 변한 것이 없다는 뜻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대체조제 관련 문제는 의약분업을 시작한 이래 2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계속 제기됐던 문제”라며 “예전에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을 각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바꾼다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당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5년 당시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체조제 사후통보의 대상을 의사에서 심평원으로 바꾸고, 심평원이 이를 의사에게 알리는 내용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19회 국회에 입안했다. 심평원도 2017년 국정감사 당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활용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낸 바 있었다. 하지만 이때마다 의료계가 반발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한편 대체조제를 향한 의료계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체조제에 관한 의협의 입장은 과거와 바뀐 것이 없다”며 “대체조제 활성화는 의사의 전문성을 침해하고 의사-환자 간 신뢰를 깨뜨린다. 의약분업을 파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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